골목길 모퉁이에 고인 소리와 냄새, 계절에 따라 변하는 찰나의 빛을 담아낸 수필
평소엔 닫힌 셔터가 많은 거리다. 그런데 마지막 주 토요일이 되면 파라솔이 펴지고, 풍선이 걸리고, 사람들이 거리 한복판에 앉는다.
건어물 가게의 짠내와 튀김솥의 단내가 한 통로에서 섞이는 곳. 닭전골목을 걷는다는 건 냄새를 따라 걷는다는 것과 거의 같은 말이다.
조용한 골목을 걷다 한옥 창 안쪽에서 레몬차 한 잔을 마시고, 해가 기울 즈음 고소한 냄새를 따라 다른 골목으로 넘어간다. 이 거리는
같은 보폭으로 걷는데 냄새가 바뀌고 말소리가 바뀐다. 해가 떨어지면 간판마다 불이 들어오고, 이 거리는 지도 없이도 여행이 되는 몇
계단을 오르면 분홍 네온이 먼저 반긴다. 그다음엔 벽화 속 유니콘과 화가 옷을 입은 고양이 조형물, 그리고 또 한 번 꺾이는 길. 미
오기원길에서 펭귄언덕까지, 해가 완전히 지는 데 걸리는 시간은 딱 삼십 분이다. 그 삼십 분 안에 이 동네는 낮의 얼굴을 지우고 밤의
청주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에게 성안길은 오랫동안 약속의 다른 이름이었다. 지금도 이 거리를 걷다 보면 누군가를 기다리는 얼굴이 눈에
차양 아래 원두 냄새로 시작한 오후가, 지붕 밖으로 나서면 곰장어 손질하는 도마 소리로 저문다.
소품 가게 통유리 너머로 낮의 골목이 내려다보이고, 몇 골목 건너에는 밤에만 문을 여는 나무 문이 있다. 같은 이름의 거리인데, 시간
돌길을 걷는 발소리, 담쟁이가 뒤덮은 돌집, 처마 밑에서 새어 나오는 마른 꽃 냄새. 제민천을 걷는 오후는 소리보다 그림자가 먼저 말
벽화 골목에서 가장 자주 사진에 담기는 색은 파랑이다. 그 파란 벽 사이를 걷다 보면, 색보다 먼저 몸으로 느껴지는 것들이 있다.
서른아홉 도를 견딘 얼음 위로 계피 물이 끼얹어진다. 다 먹고 우산을 접은 뒤에도 그 냄새만은 따라온다.
오거리에서 언덕 쪽으로 방향을 틀면 걸음의 리듬이 달라진다. 이 골목은 걷는 골목이 아니라 오르는 골목이다.
낮은 지붕 아래 오래된 종이 냄새가 고여 있다. 어느 책방 유리창에는 누군가 이렇게 써 두었다. 그 누구도 서점에서는 결코 외롭지 않
이순신광장의 간식 냄새를 지나 거북선대교 아래로 걸어 내려가면, 낮과는 완전히 다른 골목이 불을 켠다.
낮에는 회식 골목의 냄새가, 밤에는 카페 조명 밑 물안개가 남는다. 신포동을 걷는 시간에 따라 골목은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낮의 골목과 밤의 골목은 같은 길이 아니다. 조명이 들어오는 그 몇 분 사이, 이 마을은 얼굴을 바꾼다.
낮에는 벽 위의 얼굴들이 말을 걸고, 밤이 되면 골목 전체가 조용히 빛난다.
젖은 바닥과 마른 책장 사이, 계단을 오르내리는 발소리가 이 골목의 시간을 잰다.
노천탕 돌담 너머로 저녁 공기가 넘어오고, 몸은 그 안에서 천천히 데워진다. 온양의 밤은 그 온도차로 오래 기억된다.
이 골목에는 파도 소리가 없다. 바다를 낀 커피거리는 따로 있고, 여기는 낡은 간판과 좁은 골목, 그리고 적산가옥에서 새어 나오는 소
몇 걸음 걷지 않았는데 벌써 다리가 무겁다. 구경할 게 많아서가 아니라, 바람이 자꾸 걸음을 붙잡기 때문이다.
이른 아침 담쟁이 골목부터 늦은 밤 지붕 아래 불빛까지, 소제동을 걷는 하루의 공기를 따라가 본다.
황리단길은 걷기 전에 먼저 차를 세우는 일부터 시작된다. 그 사소한 순서가 이 골목이 하루를 여는 방식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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