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와 건축, 그리고 우리가 지향해야 할 느린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깊은 사유
남의 취향을 복사해 오던 발걸음을 접고, 기대와 어긋난 가게와 혼자서만 좋았던 자리를 내 손으로 적어 두는 일이 홀로서기의 첫 장이
눈대중 위에 눈금 하나가 놓이는 순간, 도시는 눈으로 훑던 풍경에서 몸으로 가늠하는 크기가 된다.
최단 거리의 안내를 내려놓고 목적지 없이 걷는 동안, 골목은 관광의 얼굴을 벗고 생활의 얼굴로 돌아선다.
복도에서는 서로 모르는 척해도, 세탁소 문 위의 종소리와 슈퍼 계산대 앞의 짧은 인사에는 고개를 들게 되는 저녁이 있다.
모든 것이 미끄러져 내려가는 도시에서, 줄자를 들고 골목을 걷는 이유.
안녕, 나의 다정한 아지트. 첫 번째 낙장(落張)을 마주하며.
임대료와 세월 앞에서 셔터를 내린 단골 레코드숍에, 판과 봉투와 바늘과 골판지 상자의 이름으로 뒤늦은 편지를 부친다.
사진과 지도, 이름과 벽과 냄새를 차례로 짚어 보면, 건물의 겉모습 너머에서 사람의 숨결과 에디터의 안목이 만나는 자리에 도시의 기억
세련된 인테리어가 흉내 내지 못하는, 수많은 손과 대화가 쌓인 투박한 가구의 표정에 대하여.
지도 앱이 지워버린 우연이라는 이름의 선물.
이사 온 첫 주, 낯선 골목의 가게 한 곳이 아지트로 바뀌어 가는 시간을 따라가 본다.
2년짜리 전세 계약서 너머, 나만의 고향을 발굴하는 법.
사진 한 장이 골목을 다 써 버리기 전에, 렌즈를 내리고 눈과 귀로 적어 두어야 할 것들에 대하여.
새벽 배송과 무인 점포가 편리함을 넓히는 동안, 주인과 나누던 짧은 대화와 '덤'이라는 말은 슬며시 자리를 비웠다.
현관문을 닫으면 철저한 타인이 되는 세계에서, 골목이 건네는 최소한의 온도.
바로가기 등록하시면, 더 쉽게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