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 모퉁이에 고인 소리와 냄새, 계절에 따라 변하는 찰나의 빛을 담아낸 수필
해가 지면 이 골목은 철판 부딪히는 소리로 가장 먼저 열린다. 간판 불이 하나씩 켜지는 동안, 냄새가 먼저 골목 끝까지 걸어나간다.
오르막은 숨을 가쁘게 하고, 걸음을 늦춘다. 그 늦춰진 걸음 안에서만 보이는 골목이 있다.
장을 보러 온 사람과 고기를 구우러 온 사람, 소품을 고르러 온 사람이 각자 다른 목적으로 들어선 통로에서, 냄새만은 피할 수 없이
짧은 골목 하나를 걷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는다. 그런데 이 골목은 아침과 낮, 저녁의 냄새가 전부 다르다.
낮의 으능정이거리와 밤의 스카이로드는 같은 자리에서 다른 공기를 낸다. 발밑 거리의 소리부터 머리 위 LED가 음악에 맞춰 반짝이는
저녁이 되면 이 골목은 빛과 냄새로 먼저 다가온다. 삼겹살 익는 냄새, 설탕 녹는 냄새, 그리고 영어 단어를 외우는 소리.
곱창골목을 걷는 순서는 언제나 같다. 냄새가 먼저 오고, 그다음 소리, 마지막으로 자리에 앉고 나서야 사람이 보인다.
건물 하나에 통째로 들어앉은 시장이 아니라서, 걷다 보면 몇 번이고 길을 잃는다. 대신 그만큼 오래 걷게 된다.
계단을 오르는 동안 턱까지 차오르는 숨과, 꼭대기에서 마주치는 윤슬 사이. 그 사이 어딘가에 이 골목의 진짜 얼굴이 있다.
같은 골목이 아침에는 조용하고 낮에는 분주하고 밤에는 낮아진다. 그 낙차를 따라 걸으면 금리단길의 진짜 얼굴이 조금씩 보인다.
제기동역 2번 출구를 나서기도 전에, 이 골목은 걸음보다 코가 먼저 도착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 냄새를 따라 걷다 보면, 하루의
평일의 모란시장과 장날의 모란시장은 다른 공기를 가진 곳처럼 느껴진다. 닷새를 주기로 옷을 갈아입는 이 골목을, 아침부터 저녁까지 걸
아이는 성벽 돌 틈마다 손가락을 넣어 보느라 열 걸음을 가는 데 한참이 걸리고, 어른은 그 뒤에서 호떡 냄새를 따라 걷는다.
낮의 거리와 밤의 거리는 같은 길을 걷고도 전혀 다른 곳을 다녀온 것 같다. 명동거리는 해가 넘어가는 그 짧은 시간에 완전히 다른 얼
중앙시장에서 육림고개로 넘어가는 길은 평평하지 않다. 숨이 살짝 가빠질 때쯤, 간판들이 하나씩 말을 걸어온다.
시장에 들어서기도 전에 양념 냄새가 코끝을 스친다. 이 골목은 발보다 코가 먼저 걷는다.
공구와 부품을 팔던 자리마다 지금은 커튼이 걸려 있다. 같은 골목을 걷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남긴 말은 결국 '여유'였다.
지도를 들고 와도 한 번에 찾아지지 않는다. 이리 기웃 저리 기웃, 그렇게 헤매는 재미로 걷는 골목이 있다.
칼국수집과 중국집 사이, 사람 하나 지나갈 만한 틈이 있다. 그 틈으로 들어서는 순간부터 소리가 달라진다.
여름이면 담장 위로 장미가 넘어오고, 겨울이면 그 자리에 눈이 쌓인다. 같은 돌 위에서 계절은 매번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같은 골목인데 가게마다 창 안쪽의 공기가 다르다. 한낮에는 조용하던 자리가 저녁이 되면 따뜻한 빛으로 바뀌고, 걷는 사람의 걸음도 그
같은 골목이 아침과 밤에 전혀 다른 숨을 쉰다. 한쪽은 적막하고, 한쪽은 북적인다. 그 사이 어디쯤에서 이 시장은 매일 몇 번이고 표
좁은 골목 하나를 사이에 두고 소금기 밴 바람과 커피 냄새가 번갈아 지나간다. 이 비탈을 걷는 일은, 결국 그 둘 사이를 오가는 일이
객리단길을 걷는 일은 한 골목 안에서 몇 번씩 시간을 갈아 끼우는 일이다. 빵 냄새가 나는 아침과, 타코 소스 냄새가 나는 오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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