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26 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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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시작2026.09

(성남 모란시장) 같은 자리가 닷새마다 다른 얼굴을 한다

평일의 모란시장과 장날의 모란시장은 다른 공기를 가진 곳처럼 느껴진다. 닷새를 주기로 옷을 갈아입는 이 골목을, 아침부터 저녁까지 걸어본다.

글
alleymag.
발행
2026.10.13
골목
성남 모란시장
같은 자리가 닷새마다 다른 얼굴을 한다
SCENE 01 : 뻥 소리와 달걀 더미
doremifas_ol이 찍은 뻥튀기 과자 좌판과 계란 더미입니다. 비닐봉지에 담긴 강정과 뻥튀기, 층층이 쌓인 계란판까지,doremifas_ol이 찍은 뻥튀기 과자 좌판과 계란 더미입니다. 비닐봉지에 담긴 강정과 뻥튀기, 층층이 쌓인 계란판까지,
▲ 경기 성남시 중원구 둔촌대로 68 · 2026.09 / 사진 doremifas_ol · https://blog.naver.com/doremifas_ol/224416997892 doremifas_ol이 찍은 뻥튀기 과자 좌판과 계란 더미입니다. 비닐봉지에 담긴 강정과 뻥튀기, 층층이 쌓인 계란판까지, 장날 낮 시간대 좌판이 가장 빽빽하게 들어찬 순간을 담았습니다.

장날 아침, 모란역에서 내리면 고기 굽는 냄새가 먼저 마중을 나온다. 발보다 코가 먼저 이 골목에 들어서는 셈이다.

그 냄새를 따라가면 어느새 천막 아래 앉아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고, 이 골목을 다녀간 사람들은 적어 둔다. 뻥튀기 튀기는 소리가 쿵 하고 한 번 터지면, 아이들은 놀라 엄마 손을 잡고 어른들은 그 소리가 익숙한 듯 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그 소리를 몇 번 더 듣고 나서야, 이 골목에 제대로 들어왔다는 실감이 난다.

흑염소 거리에서 꽃 시장 쪽으로

SCENE 02 : 새소리가 먼저 든다
ji7321이 찍은 새 좌판입니다. 철창 틈으로 잉꼬 여러 마리가 앉아 있는 모습으로, 오일장 특유의 북적한 분위기 속 눈길을 끌었던 예쁜 새들을 담았다고 적었습니다.ji7321이 찍은 새 좌판입니다. 철창 틈으로 잉꼬 여러 마리가 앉아 있는 모습으로, 오일장 특유의 북적한 분위기 속 눈길을 끌었던 예쁜 새들을 담았다고 적었습니다.
▲ 경기 성남시 중원구 둔촌대로 68 · 2026.09 / 사진 ji7321 · https://blog.naver.com/ji7321/224398978681 ji7321이 찍은 새 좌판입니다. 철창 틈으로 잉꼬 여러 마리가 앉아 있는 모습으로, 오일장 특유의 북적한 분위기 속 눈길을 끌었던 예쁜 새들을 담았다고 적었습니다. 시장이라기보다 작은 동물원에 가까운 구역입니다.

흑염소 특화거리를 지나면 공기가 한 번 바뀐다. 장미며 다육이며 화분이 우산 모양 천막 아래 줄지어 놓이고, 그 옆으로는 토끼와 새, 미꾸라지와 자라가 담긴 통이 나란히 놓인다. 아이는 산더미처럼 쌓인 한약재를 보고는 엄마에게 왜 나무껍질을 파냐고 묻는다. 시장이라기보다 작은 동물원과 약방과 꽃집을 한 골목에 욱여넣은 쪽에 가깝다.

장날 낮의 이 골목은 사람으로 가득하다. 지하철역에서 내리자마자 시끌벅적함과 인파가 느껴진다는 말이, 이곳을 처음 찾은 사람의 입에서 공통으로 나온다. 꽈배기와 도넛 냄새가 발길을 자꾸 붙잡고,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간식 앞에서 걸음이 느려진다.

파장이 가까워질 무렵

그런데 조금 늦게 도착한 사람은 전혀 다른 장을 만난다. 장터가 슬슬 파장 분위기로 접어들면, 북적이던 낮의 열기는 가라앉고 남은 가게들만 드문드문 불을 밝힌다. 장터가 한창일 때의 북적임은 느끼지 못했지만, 그래도 남아 있는 좌판을 구경하며 한 바퀴 천천히 돌아볼 수 있다고, 늦게 온 사람은 적어 둔다.

같은 골목인데 아침과 저녁의 공기가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다. 장이 서지 않는 평일에는 또 다른 얼굴이 기다린다. 손칼국수를 미는 가게는 전날 밤 열한 시부터 나와 육수를 끓이고 반죽을 밀어 둔다. 새벽 세 시, 모두가 잠든 시간에 불을 밝히는 천막 하나가 이 골목에 있다.

가을이 깊어지면 좌판의 풍경도 함께 바뀐다. 선선한 바람이 불면 호떡을 찾는 손이 늘고, 날이 더 추워지면 따뜻한 팥죽 한 그릇을 찾는 사람이 많아진다고 한다. 뜨거운 철판 앞에서 호떡이 익어 가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식기도 전에 한 입 베어 무는 사람들의 모습도 낯설지 않다.

장이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는 옷자락에서 고기 굽던 냄새가 한참 묻어난다. 어떤 사람은 그 냄새를 맡으며 다시 이 골목을 떠올린다고 적어 둔다. 맛보다 먼저 남는 것은 어쩌면 그 냄새인지도 모른다.

장날이든 평일이든, 닷새를 주기로 이 골목은 옷을 갈아입는다. 북적이는 낮과 조용한 밤, 사람으로 가득한 장날과 한산한 평일 사이를 오가며, 같은 자리는 매번 다른 얼굴로 사람을 맞는다. 다음에 이 골목에 서는 날, 또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지는 가 봐야 알 일이다. 분명한 건, 오늘 본 그 얼굴이 닷새 뒤에는 또 조금 달라져 있으리라는 것뿐이다.

본문의 장면과 감상은 2026년 네이버 블로그 방문 기록, 그리고 서른다섯 해째 칼국수를 밀어 온 상인의 사연을 다룬 영상 기록을 바탕으로 했다. 장날은 매달 끝자리가 4일·9일인 날이다. 발행 이후 새로 확인되는 방문 기록이 있으면 내용을 갱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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