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26 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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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시작2026.09

(성남 모란시장) 장이 서지 않는 사흘도 여기는 연다

모란시장은 이름대로라면 닷새에 한 번만 깨어나야 한다. 그런데 정작 발 디딜 틈 없는 몇몇 가게는 장이 없는 날에도 불을 켠다.

글
alleymag.
발행
2026.10.13
골목
성남 모란시장
장이 서지 않는 사흘도 여기는 연다
SCENE 01 : 장날에만 서는 좌판
emma8787이 찍은 떡 좌판입니다. 장날에 맞춰 천막을 펴고 떡과 약과를 늘어놓은 모습으로, 장이 없는 날에는 볼 수 없는 풍경입니다.emma8787이 찍은 떡 좌판입니다. 장날에 맞춰 천막을 펴고 떡과 약과를 늘어놓은 모습으로, 장이 없는 날에는 볼 수 없는 풍경입니다.
▲ 경기 성남시 중원구 둔촌대로 68 · 2026.09 / 사진 emma8787 · https://blog.naver.com/emma8787/224427230980 emma8787이 찍은 떡 좌판입니다. 장날에 맞춰 천막을 펴고 떡과 약과를 늘어놓은 모습으로, 장이 없는 날에는 볼 수 없는 풍경입니다. 상설 점포와 달리 이 좌판은 끝자리 4·9일에만 선다고 적었습니다.

모란시장은 이름 그대로 해석하면 닷새에 한 번만 서는 장이다. 그런데 이 골목을 걸어보면, 장이 없는 날에도 불을 켜고 손님을 받는 가게가 적지 않다는 걸 금방 알게 된다.

실제로 시장 안의 가게들은 두 갈래로 나뉜다. 돼지부속구이를 무한리필로 내는 춘향골은 월요일을 뺀 나머지 요일에 날마다 문을 연다. 장날이 아니어도 철판에서 고기 굽는 냄새가 올라오고, 저녁이면 야장 테이블에 사람이 앉는다. 반대로 같은 부속구이를 파는 또 다른 가게는 오직 장날에만 좌판을 편다. 장이 없는 날 그 자리를 찾아간 손님은 셔터만 보고 돌아서야 한다.

칼국수도 사정이 비슷하다. 손칼국수를 직접 미는 영진네칼국수는 상설 점포로 자리를 지키며 날마다 줄을 세운다. 새벽 세 시부터 육수를 올리고 반죽을 밀어 하루 수백 그릇을 파는 삶이 여기서 서른 해 넘게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같은 통로를 따라 걷다 보면, 장날에만 천막을 펴고 좌판을 늘어놓는 집들도 함께 보인다. 한 골목에 두 가지 영업 방식이 나란히 겹쳐 있는 셈이다.

벽돌 상가 건물 안에 세를 낸 가게는 다르다. 다달이 임대료가 나가니 날마다 문을 열어야 수지가 맞는다. 반면 장날에만 좌판을 펴는 상인에게는 애초에 고정된 점포가 없다. 5일장이 서는 그 하루에 맞춰 트럭으로 물건을 싣고 와 자리를 펴고, 해가 지면 다시 거둬 간다.

SCENE 02 : 새로 지은 상가
mandoozip22이 찍은 모란시장 공영주차장 건물과 횡단보도입니다. 2018년 새로 지어진 상가와 주차장 쪽으로 사람들이 줄지어 건너가는 모습에서,mandoozip22이 찍은 모란시장 공영주차장 건물과 횡단보도입니다. 2018년 새로 지어진 상가와 주차장 쪽으로 사람들이 줄지어 건너가는 모습에서,
▲ 경기 성남시 중원구 둔촌대로 68 · 2026.04 / 사진 mandoozip22 · https://blog.naver.com/mandoozip22/224257993572 mandoozip22이 찍은 모란시장 공영주차장 건물과 횡단보도입니다. 2018년 새로 지어진 상가와 주차장 쪽으로 사람들이 줄지어 건너가는 모습에서, 날마다 문을 여는 상설 상가로 자리잡은 지금의 모습이 보입니다.

2018년, 오래 쓰던 장터가 바로 옆 새 자리로 옮겨가면서 이 흐름은 더 또렷해졌다. 새 장터에는 635명의 상인이 들어섰는데, 그중 상당수가 상설 점포를 택했다. 좌판 장사만 하던 자리에 매일 불이 켜지는 가게가 늘어난 것이다.

그래서 요즘의 모란시장은 두 겹의 장이 겹쳐 있는 자리에 가깝다. 날마다 켜지는 간판과, 닷새에 한 번만 펴지는 좌판. 평일 오후에 들르면 한산한 상가 통로 사이로 몇몇 가게만 분주하고, 장날 아침이 되면 그 사이사이 빈 공간마다 천막이 서고 좌판이 깔린다. 같은 자리인데 하루 사이로 전혀 다른 밀도가 된다.

같은 이유로, 전통적인 먹거리와는 거리가 먼 가게도 최근 이 골목에 자리를 잡았다. 장이 서는 날이면 주차장이 좌판으로 가득 차는 그 옆 골목에, 호텔과 프랑스 제과학교에서 경력을 쌓은 파티시에가 디저트 카페를 열었다. 이 가게 역시 장날과 상관없이 날마다 문을 연다. 국물 냄새와 기름 냄새가 골목을 메우는 장날에도, 그 바로 옆에서는 전혀 다른 손님들이 커피를 마시고 있는 셈이다.

장이 서지 않는 사흘도 이 골목은 완전히 잠들지 않는다. 다만 그 사흘 동안 깨어 있는 가게와, 닷새째 되는 날에만 눈을 뜨는 좌판 사이에는 분명한 선이 있다. 그 선이 어디서 그어지는지는, 결국 각자의 생업이 버틸 수 있는 방식이 정해주는 듯하다. 모란시장이라는 이름을 걸고 있지만, 이 골목을 하루 단위로 쪼개 보면 전혀 다른 두 개의 장이 번갈아 뛰고 있는 셈이다.

본문에 언급한 영업 방식(상설 점포와 장날 좌판의 구분)은 2026년 네이버 블로그 방문 기록을 바탕으로 확인했다. 새 장터 이전(2018년 2월)과 상인 635명 입점 관련 숫자는 아주경제 등 보도를 참고했다. 가게별 영업일은 바뀔 수 있으니 방문 전 다시 확인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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