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모란시장) 장이 서지 않는 사흘도 여기는 연다
모란시장은 이름대로라면 닷새에 한 번만 깨어나야 한다. 그런데 정작 발 디딜 틈 없는 몇몇 가게는 장이 없는 날에도 불을 켠다.
- 글
- alleymag.
- 발행
- 2026.10.13
- 골목
- 성남 모란시장



모란시장은 이름 그대로 해석하면 닷새에 한 번만 서는 장이다. 그런데 이 골목을 걸어보면, 장이 없는 날에도 불을 켜고 손님을 받는 가게가 적지 않다는 걸 금방 알게 된다.
실제로 시장 안의 가게들은 두 갈래로 나뉜다. 돼지부속구이를 무한리필로 내는 춘향골은 월요일을 뺀 나머지 요일에 날마다 문을 연다. 장날이 아니어도 철판에서 고기 굽는 냄새가 올라오고, 저녁이면 야장 테이블에 사람이 앉는다. 반대로 같은 부속구이를 파는 또 다른 가게는 오직 장날에만 좌판을 편다. 장이 없는 날 그 자리를 찾아간 손님은 셔터만 보고 돌아서야 한다.
칼국수도 사정이 비슷하다. 손칼국수를 직접 미는 영진네칼국수는 상설 점포로 자리를 지키며 날마다 줄을 세운다. 새벽 세 시부터 육수를 올리고 반죽을 밀어 하루 수백 그릇을 파는 삶이 여기서 서른 해 넘게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같은 통로를 따라 걷다 보면, 장날에만 천막을 펴고 좌판을 늘어놓는 집들도 함께 보인다. 한 골목에 두 가지 영업 방식이 나란히 겹쳐 있는 셈이다.
벽돌 상가 건물 안에 세를 낸 가게는 다르다. 다달이 임대료가 나가니 날마다 문을 열어야 수지가 맞는다. 반면 장날에만 좌판을 펴는 상인에게는 애초에 고정된 점포가 없다. 5일장이 서는 그 하루에 맞춰 트럭으로 물건을 싣고 와 자리를 펴고, 해가 지면 다시 거둬 간다.


2018년, 오래 쓰던 장터가 바로 옆 새 자리로 옮겨가면서 이 흐름은 더 또렷해졌다. 새 장터에는 635명의 상인이 들어섰는데, 그중 상당수가 상설 점포를 택했다. 좌판 장사만 하던 자리에 매일 불이 켜지는 가게가 늘어난 것이다.
그래서 요즘의 모란시장은 두 겹의 장이 겹쳐 있는 자리에 가깝다. 날마다 켜지는 간판과, 닷새에 한 번만 펴지는 좌판. 평일 오후에 들르면 한산한 상가 통로 사이로 몇몇 가게만 분주하고, 장날 아침이 되면 그 사이사이 빈 공간마다 천막이 서고 좌판이 깔린다. 같은 자리인데 하루 사이로 전혀 다른 밀도가 된다.
같은 이유로, 전통적인 먹거리와는 거리가 먼 가게도 최근 이 골목에 자리를 잡았다. 장이 서는 날이면 주차장이 좌판으로 가득 차는 그 옆 골목에, 호텔과 프랑스 제과학교에서 경력을 쌓은 파티시에가 디저트 카페를 열었다. 이 가게 역시 장날과 상관없이 날마다 문을 연다. 국물 냄새와 기름 냄새가 골목을 메우는 장날에도, 그 바로 옆에서는 전혀 다른 손님들이 커피를 마시고 있는 셈이다.
장이 서지 않는 사흘도 이 골목은 완전히 잠들지 않는다. 다만 그 사흘 동안 깨어 있는 가게와, 닷새째 되는 날에만 눈을 뜨는 좌판 사이에는 분명한 선이 있다. 그 선이 어디서 그어지는지는, 결국 각자의 생업이 버틸 수 있는 방식이 정해주는 듯하다. 모란시장이라는 이름을 걸고 있지만, 이 골목을 하루 단위로 쪼개 보면 전혀 다른 두 개의 장이 번갈아 뛰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