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찜닭골목) 냄새가 먼저 도착하는 골목
시장에 들어서기도 전에 양념 냄새가 코끝을 스친다. 이 골목은 발보다 코가 먼저 걷는다.
- 글
- alleymag.
- 발행
- 2026.10.05
- 골목
- 안동 찜닭골목

시장에 들어서지도 않았는데 멀리서부터 냄새가 먼저 마중을 나온다고, 이 골목을 다녀간 사람들은 입을 모은다. 간장 양념과 마늘이 섞인 그 냄새는 어느 가게 것인지 구분이 안 될 만큼 골목 전체에 퍼져 있다. 발보다 코가 먼저 이 골목을 걷는 셈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냄새는 더 진해진다. 안 그래도 출출하던 속이 그 냄새 하나로 단숨에 허기로 바뀐다는 사람이 많다. 주문을 하고 자리에 앉으면, 큼직한 냄비가 끓는 소리와 함께 당면이 자작한 양념 속에서 익어가는 냄새가 테이블 위로 올라온다.

계단을 오르고, 바닥에 앉는다
이 골목의 가게들은 유난히 계단이 많다. 1층 주방 옆으로 좁은 계단을 올라야 자리가 나오는 집도 있고, 신발을 벗고 들어가 좌식으로 앉아야 하는 집도 흔하다. 가파른 계단을 올라야 해서 불편했다는 말도 나오지만, 그 불편함이 오히려 정겨웠다는 말도 함께 나온다. 벽에는 다녀간 손님들이 남긴 낙서가 세월만큼 쌓여 있는 집도 있다.
천장을 올려다보면 또 다른 간판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전국 최고의 먹거리라는 글자 아래, 안동찜닭이라는 이름을 정식으로 쓸 수 있는 회원 업소임을 알리는 현판이다. 이 표장을 내건 가게는 그 공식성과 믿음을 보증한다는 문구가 함께 적혀 있다. 같은 메뉴를 팔아도 아무 간판이나 거는 게 아니라는 뜻이, 이 골목 상인들에게는 작지 않은 자부심으로 남아 있는 듯하다.

매운 찜닭을 앞에 두고, 어느 가게에서는 아이가 매워할까 봐 따뜻한 물을 그릇째 내어준다. 고기를 헹궈 건네주는 그 손길 하나에, 손님은 생각보다 오래 마음이 남는다고 적어둔다. 큰 접시를 다 비우고 나면 자연스럽게 철판이 나오고, 남은 양념에 밥을 볶아 누룽지처럼 눌어붙은 자리를 긁어 먹는 것으로 식사가 마무리된다. 그 마지막 한 숟갈까지가 이 골목에서는 하나의 정해진 순서처럼 통한다.
낮의 골목, 밤의 골목
낮에는 깔끔하게 정비된 시장 골목에 크고 작은 식당 간판이 가지런히 늘어서 있을 뿐이다. 줄도 길지 않고, 발걸음도 바쁘지 않다. 그러다 해가 기울고 저녁 시간이 다가오면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테이블마다 불이 켜지고, 솥마다 김이 오르고, 좁은 통로로 사람들이 밀려든다. 같은 골목인데 아침과 저녁의 공기가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다.

줄이 짧은 집에 들어가도 기본은 한다는 말이, 이 골목에서는 오래전부터 거의 정설처럼 통한다고 한다. 그 말을 믿고 아무 문이나 밀고 들어가 보는 사람도 있고, 미리 검색해 간판 하나를 정해두고 오는 사람도 있다. 어느 쪽이든 결국 당면과 감자가 자작하게 끓는 같은 냄새 앞에 앉게 된다는 점은 다르지 않다.
문을 나서면 그 냄새는 옷자락에 한동안 묻어 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옷에서 올라오는 그 양념 냄새를 맡으며 다시 이 골목을 떠올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한다. 어쩌면 이 골목이 오래 기억에 남는 것은 맛보다 먼저, 그 냄새 때문인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