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찜닭골목) 같은 메뉴를 걸고도, 집집마다 다르게 끓인다
서른 곳 가까운 간판이 전부 찜닭을 판다. 메뉴판까지 비슷하게 맞춰놓고도 이 골목이 싸우지 않는 이유는, 각자 솥 안에서 조금씩 다른 걸 끓이고 있기 때문이다.
- 글
- alleymag.
- 발행
- 2026.10.05
- 골목
- 안동 찜닭골목

안동 구시장 찜닭골목에서 메뉴판을 세 번만 넘겨 보면 금방 알게 되는 사실이 하나 있다. 간판은 전부 다른데 메뉴판은 거의 똑같다. 찜닭, 조림닭, 때로는 철판찜닭이나 치즈찜닭 한두 줄이 더해지는 정도다. 가격도 중짜와 대짜로 나뉘어 비슷한 선에서 맞춰져 있다. 옆집과 값으로 싸우지 않기로, 어느 시점부터 이 골목 전체가 암묵적으로 합의라도 한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손님들의 말을 모아보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찜닭골목에는 정말 많은 찜닭집이 있어서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이 된다고 쓰는 사람도 있고, 줄이 짧은 집에 들어가도 기본은 한다는 게 이 골목의 정설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같은 메뉴를 걸어놓고도 집집마다 다르다는 말이 자주 나온다는 뜻이다.

오십 년과 이 년 사이
이 골목에서 가장 자주 들리는 말은 가업이라는 단어다. 오십 년 동안 찜닭 전문점으로 이어져 왔고, 가업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소개를 달고 있는 집이 있는가 하면, 방송에 소개된 뒤로 손님이 늘어 매장을 새로 넓힌 집도 있다. 어떤 집은 예전에는 반 층짜리 좁은 이층에 계단을 올라 앉아 먹었는데, 새로 생긴 이 호점은 테이블이 훨씬 많아졌다고 손님들이 전한다.
오래 자리를 지킨 집과 몇 해 전에 간판을 새로 올린 집이, 폭 좁은 같은 골목 안에서 나란히 영업하고 있는 셈이다. 세대로 치면 할머니와 손주뻘인 가게들이 벽 하나, 혹은 몇 걸음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다. 그런데도 어느 한쪽이 다른 쪽을 밀어내는 분위기는 크지 않다. 오래된 집은 오래됐다는 이유로, 새 집은 깔끔하다는 이유로 각자의 단골을 쌓아간다.

조금씩 다르게 끓이는 솥
메뉴판의 차이는 글자 크기만큼 작아 보이지만, 그 작은 차이가 단골을 가른다. 어떤 집은 쪼림닭이라는 메뉴 하나로 소문이 났고, 손님들은 찜닭골목까지 가서 정작 찜닭을 안 시켰다는 농담 섞인 후기를 남기기도 한다. 어떤 집은 철판 위에 찜닭을 올려 밥을 볶아주는 방식으로 자리를 잡았고, 어떤 집은 깔끔하고 자극적이지 않은 간을 내세운다. 당면과 채소가 넉넉하게 들어가는 정도, 국물의 자작한 정도, 매운맛의 단계까지 집집마다 조금씩 손이 다르다.
가격이 통일된 골목에서 손님을 끄는 방법은 결국 그 작은 차이뿐이다. 간판을 내리지 않기로 했던 그 옛날의 결정이 하나의 레시피로 굳어지지 않고, 서른 가지에 가까운 손맛으로 갈라져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주차장에서부터 이미 안내는 시작된다. 공영주차장 담벼락에는 찜닭골목으로 가는 길을 알려주는 화살표가 붙어 있고, 상인회 이름이 그 아래 작게 적혀 있다. 어느 집으로 가야 할지는 안내판이 알려주지 않는다. 그건 골목에 들어선 다음, 각자 코끝으로 맡는 냄새와 눈으로 읽는 간판이 정해줄 몫이다.
그래서 이 골목에서 원조 논쟁은 오래가지 않는다. 다투기에는, 다투지 않고도 각자 먹고살 만큼 손님이 여러 갈래로 나뉘어 들어오기 때문이다. 메뉴는 같아도 손맛은 같지 않다는 그 사실 하나가, 서른 곳 가까운 간판을 한 골목 안에서 함께 버티게 해주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