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찜닭골목) 간판을 내리는 대신, 솥을 바꾸기로 했다
안동 구시장 한편, 통닭을 튀기던 좁은 골목은 전국 치킨 브랜드가 밀려들자 다른 길을 택했다. 지금 이 골목에는 같은 메뉴를 내건 간판 서른 곳 남짓이 나란히 걸려 있다.
- 글
- alleymag.
- 발행
- 2026.10.05
- 골목
- 안동 찜닭골목

이 골목은 원래 통닭골목이라고 불렸다. 안동 구시장 안쪽, 생닭과 튀김통닭을 파는 가게들이 줄지어 있던 자리였다. 1970년대, 이 골목 상인들은 튀김통닭에 다진 마늘을 듬뿍 버무려 팔기 시작했다. 맵고 칼칼한 마늘통닭은 이 골목만의 맛이 되었고, 통닭골목이라는 이름값을 어느 정도 지켜주었다.
문제는 그다음에 왔다. 1980년대 들어 전국 곳곳에 양념치킨이 퍼져나갔다. 튀긴 닭에 달고 매운 양념을 입힌 그 새로운 치킨은 빠르게 번졌고, 통닭 한 마리를 팔던 오래된 가게들은 하나둘 손님을 양념치킨집에 내주기 시작했다. 간판을 내리는 가게가 느는 것은 시간문제처럼 보였다.

그런데 이 골목의 상인들은 간판을 내리는 대신 다른 길을 택했다. 튀긴 닭 대신, 양념에 당면과 채소를 더해 조리는 쪽으로 조리법 자체를 바꾼 것이다. 매콤달콤한 간장 양념에 큼직한 감자와 당면을 함께 끓여내는 이 요리는 손님의 요청을 따라 재료가 하나씩 늘어가며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고도 하고, 밀려드는 치킨 프랜차이즈에 맞서기 위한 상인들의 자구책이었다고도 전해진다. 어느 쪽이 먼저였든, 이 골목이 살아남는 방법으로 새 요리를 택했다는 사실만은 같다.
통닭골목에서 찜닭골목으로
새 요리는 입소문을 타고 번졌다. 그 소문이 서울까지 닿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고, 사람들은 더 이상 이 골목을 통닭골목이라 부르지 않았다. 간판을 새로 단 것도 아닌데 골목의 이름이 저절로 바뀌어 불렸다. 찜닭골목.

지금 이 골목은 안동 구시장과 그 옆 중앙신시장이 맞닿는 통로에 자리한다. 두 시장은 담 하나를 사이에 둔 이웃이다. 중앙신시장은 1946년 7월 상설시장 허가를 받으며 시작됐고, 1950년대 후반부터는 주민들이 작은 가게를 하나둘 열며 지금의 틀을 갖춰갔다. 1964년에는 일부 상인들이 콘크리트 건물을 짓고 들어왔고, 1974년에는 그 상설시장을 한 번 허물어 1976년까지 다시 지었다. 2004년에는 돔 지붕을 올려, 비가 와도 장을 볼 수 있는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찜닭골목은 그 오랜 재건축의 역사 바깥에서, 조용히 메뉴 하나로 자기 자리를 지켜온 셈이다.

지금, 이 골목에 남은 것
시장에 들어서지 않아도 멀리서부터 찜닭 양념 냄새가 코끝을 스친다는 사람이 많다. 그 냄새를 따라 들어서면, 찜닭 전문점 서른 곳 남짓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간판 하나 걸 자리마다 전부 같은 메뉴를 걸어둔 셈인데, 그 서른 곳 각자가 매일 저녁 손님을 받고 솥을 올린다. 누군가에게는 할머니 때부터 이어온 가게고, 누군가에게는 몇 해 전 새로 문을 연 가게다. 메뉴판은 거의 같은데 간판은 다 다른, 이 골목만의 풍경이다.
손님들은 어느 집이 원조인지를 두고 오래 다투지 않는다. 줄이 짧은 집에 들어가도 기본은 한다는 말이 이 골목 안에서는 거의 정설처럼 통한다. 치킨이 밀려들던 그 시절, 이 골목이 찾은 답은 하나의 맛이 아니라 서른 가지 조금씩 다른 손맛이었던 셈이다.
간판을 걸 때마다 상인들은 저마다 조금씩 다른 이름을 지었다. 그 이름들이 지금도 이 골목 천장 아래 나란히 매달려 있다. 간판 하나하나가, 내리지 않기로 한 그날의 결정을 아직도 증언하고 있는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