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26 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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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시작2026.09

(안동 찜닭골목) 간판을 내리는 대신, 솥을 바꾸기로 했다

안동 구시장 한편, 통닭을 튀기던 좁은 골목은 전국 치킨 브랜드가 밀려들자 다른 길을 택했다. 지금 이 골목에는 같은 메뉴를 내건 간판 서른 곳 남짓이 나란히 걸려 있다.

글
alleymag.
발행
2026.10.05
골목
안동 찜닭골목
간판을 내리는 대신, 솥을 바꾸기로 했다
Artwork by alleymag.

이 골목은 원래 통닭골목이라고 불렸다. 안동 구시장 안쪽, 생닭과 튀김통닭을 파는 가게들이 줄지어 있던 자리였다. 1970년대, 이 골목 상인들은 튀김통닭에 다진 마늘을 듬뿍 버무려 팔기 시작했다. 맵고 칼칼한 마늘통닭은 이 골목만의 맛이 되었고, 통닭골목이라는 이름값을 어느 정도 지켜주었다.

문제는 그다음에 왔다. 1980년대 들어 전국 곳곳에 양념치킨이 퍼져나갔다. 튀긴 닭에 달고 매운 양념을 입힌 그 새로운 치킨은 빠르게 번졌고, 통닭 한 마리를 팔던 오래된 가게들은 하나둘 손님을 양념치킨집에 내주기 시작했다. 간판을 내리는 가게가 느는 것은 시간문제처럼 보였다.

Artwork by alleymag.

그런데 이 골목의 상인들은 간판을 내리는 대신 다른 길을 택했다. 튀긴 닭 대신, 양념에 당면과 채소를 더해 조리는 쪽으로 조리법 자체를 바꾼 것이다. 매콤달콤한 간장 양념에 큼직한 감자와 당면을 함께 끓여내는 이 요리는 손님의 요청을 따라 재료가 하나씩 늘어가며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고도 하고, 밀려드는 치킨 프랜차이즈에 맞서기 위한 상인들의 자구책이었다고도 전해진다. 어느 쪽이 먼저였든, 이 골목이 살아남는 방법으로 새 요리를 택했다는 사실만은 같다.

통닭골목에서 찜닭골목으로

새 요리는 입소문을 타고 번졌다. 그 소문이 서울까지 닿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고, 사람들은 더 이상 이 골목을 통닭골목이라 부르지 않았다. 간판을 새로 단 것도 아닌데 골목의 이름이 저절로 바뀌어 불렸다. 찜닭골목.

Artwork by alleymag.

지금 이 골목은 안동 구시장과 그 옆 중앙신시장이 맞닿는 통로에 자리한다. 두 시장은 담 하나를 사이에 둔 이웃이다. 중앙신시장은 1946년 7월 상설시장 허가를 받으며 시작됐고, 1950년대 후반부터는 주민들이 작은 가게를 하나둘 열며 지금의 틀을 갖춰갔다. 1964년에는 일부 상인들이 콘크리트 건물을 짓고 들어왔고, 1974년에는 그 상설시장을 한 번 허물어 1976년까지 다시 지었다. 2004년에는 돔 지붕을 올려, 비가 와도 장을 볼 수 있는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찜닭골목은 그 오랜 재건축의 역사 바깥에서, 조용히 메뉴 하나로 자기 자리를 지켜온 셈이다.

Artwork by alleymag.

지금, 이 골목에 남은 것

시장에 들어서지 않아도 멀리서부터 찜닭 양념 냄새가 코끝을 스친다는 사람이 많다. 그 냄새를 따라 들어서면, 찜닭 전문점 서른 곳 남짓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간판 하나 걸 자리마다 전부 같은 메뉴를 걸어둔 셈인데, 그 서른 곳 각자가 매일 저녁 손님을 받고 솥을 올린다. 누군가에게는 할머니 때부터 이어온 가게고, 누군가에게는 몇 해 전 새로 문을 연 가게다. 메뉴판은 거의 같은데 간판은 다 다른, 이 골목만의 풍경이다.

손님들은 어느 집이 원조인지를 두고 오래 다투지 않는다. 줄이 짧은 집에 들어가도 기본은 한다는 말이 이 골목 안에서는 거의 정설처럼 통한다. 치킨이 밀려들던 그 시절, 이 골목이 찾은 답은 하나의 맛이 아니라 서른 가지 조금씩 다른 손맛이었던 셈이다.

간판을 걸 때마다 상인들은 저마다 조금씩 다른 이름을 지었다. 그 이름들이 지금도 이 골목 천장 아래 나란히 매달려 있다. 간판 하나하나가, 내리지 않기로 한 그날의 결정을 아직도 증언하고 있는 셈이다.

FIELD PHOTOS : 현장에서 모은 사진
SCENE 01 : 남문, 특화거리
rsh6156이 찍은 안동 구시장 남문 사진과, 그 안쪽 천장에 매달린 안동찜닭 간판 사진입니다. 기와 모양 지붕 아래 찜닭특화거리라는 글자가 먼저 눈에 들어오고,rsh6156이 찍은 안동 구시장 남문 사진과, 그 안쪽 천장에 매달린 안동찜닭 간판 사진입니다. 기와 모양 지붕 아래 찜닭특화거리라는 글자가 먼저 눈에 들어오고,
▲ 경북 안동시 서부동 · 2026.09 / 사진 rsh6156 · https://blog.naver.com/rsh6156/224423042554 rsh6156이 찍은 안동 구시장 남문 사진과, 그 안쪽 천장에 매달린 안동찜닭 간판 사진입니다. 기와 모양 지붕 아래 찜닭특화거리라는 글자가 먼저 눈에 들어오고, 안으로 들어서면 탈을 쓴 인형이 찜닭 접시를 받쳐 든 간판이 손님을 맞습니다.
SCENE 02 : 서문, 간판의 행렬
twiggy19이 찍은 구시장 서문과, 그 안쪽 골목 풍경입니다. 글로벌 명품시장이라는 글자와 찜닭특화거리라는 글자가 나란히 걸린 입구를 지나면,twiggy19이 찍은 구시장 서문과, 그 안쪽 골목 풍경입니다. 글로벌 명품시장이라는 글자와 찜닭특화거리라는 글자가 나란히 걸린 입구를 지나면,
▲ 경북 안동시 서부동 · 2026.09 / 사진 twiggy19 · https://blog.naver.com/twiggy19/224422473919 twiggy19이 찍은 구시장 서문과, 그 안쪽 골목 풍경입니다. 글로벌 명품시장이라는 글자와 찜닭특화거리라는 글자가 나란히 걸린 입구를 지나면, 김대감찜닭·안동중앙찜닭 같은 간판들이 천장 양옆으로 줄지어 이어집니다.
SCENE 03 : 간판 아래, 저녁의 냄새
twiggy19과 3i_1204가 각각 다른 저녁에 찍은 골목 안쪽입니다. 커다란 솥에서 찜닭이 끓고 그 옆으로 사람들이 줄지어 지나가는 장면,twiggy19과 3i_1204가 각각 다른 저녁에 찍은 골목 안쪽입니다. 커다란 솥에서 찜닭이 끓고 그 옆으로 사람들이 줄지어 지나가는 장면,
▲ 경북 안동시 서부동 · 2026.09 / 사진 twiggy19 · 3i_1204 · https://blog.naver.com/twiggy19/224422473919 / https://blog.naver.com/3i_1204/224422590204 twiggy19과 3i_1204가 각각 다른 저녁에 찍은 골목 안쪽입니다. 커다란 솥에서 찜닭이 끓고 그 옆으로 사람들이 줄지어 지나가는 장면, 그리고 유진찜닭·중앙찜닭 간판이 나란히 걸린 천장 풍경이 겹쳐 보입니다.
안동 구시장 찜닭골목은 원래 생닭과 튀김통닭을 팔던 통닭골목이었다. 1970년대 중반 상인들이 튀김통닭에 마늘을 버무린 마늘통닭을 개발했고, 1980년대 들어 전국적으로 유행한 양념치킨에 대응해 간장 양념에 당면과 채소를 더한 찜닭을 새로 선보이면서 골목 이름도 찜닭골목으로 바뀌었다. 유래에 대해서는 손님의 요청으로 재료가 늘었다는 설과 상인들의 자구책이었다는 설이 함께 전해진다. 골목이 자리한 안동 구시장은 바로 옆 중앙신시장과 맞닿아 있으며, 중앙신시장은 1946년 7월 상설시장 허가를 받은 뒤 1950년대 후반부터 가게가 들어서기 시작해 1964년 콘크리트 건물 신축, 1974~76년 재건축, 2004년 환경개선사업을 거쳐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찜닭골목에는 현재 찜닭 전문점 30여 곳이 모여 있다. 역사 서술은 경향신문·위키백과·디지털안동문화대전·매일신문 보도를 바탕으로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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