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꿈틀로) 한 달에 한 번, 거리가 문을 연다
평소엔 닫힌 셔터가 많은 거리다. 그런데 마지막 주 토요일이 되면 파라솔이 펴지고, 풍선이 걸리고, 사람들이 거리 한복판에 앉는다.
- 글
- alleymag.
- 발행
- 2026.10.05
- 골목
- 포항 꿈틀로

평일의 중앙로298번길은 조용하다. 낮은 건물들이 늘어선 사이로 셔터가 내려간 자리도 드문드문 보이고, 걸음을 멈추게 하는 건 대개 작업실 유리창 너머로 비치는 불빛 정도다. 그런데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이 되면 이 거리의 공기가 완전히 바뀐다.
그날은 멀리서부터 색이 먼저 보인다. 연두와 분홍, 노랑이 섞인 풍선 아치가 거리 입구에 걸리고, 그 아래로 사람들이 줄지어 지나간다. 바닥에는 큼지막하게 놀장이라는 글자가 그려져 있어, 이 길이 오늘만큼은 걷는 길이 아니라 머무는 길이라는 걸 알려준다.

좀 더 들어가면 흰 파라솔이 줄지어 거리를 덮는다. 그 아래 접이식 테이블마다 다른 손이 만든 물건이 놓인다. 어떤 테이블엔 흙을 빚어 구운 그릇이, 어떤 테이블엔 가죽과 비즈로 엮은 장신구가, 또 어떤 테이블엔 아직 마르지 않은 그림이 올라와 있다. 파라솔 그림자가 보도블록 위에 또렷한 육각형을 그리고, 그 안팎으로 사람들이 느릿느릿 움직인다.
한 테이블 앞에서는 아이가 나무판에 손바닥을 얹고 점토를 누르고 있다. 작은 손이 흙을 누를 때마다 옆에 놓인 반쯤 빚어진 인형들의 얼굴이 조금씩 비뚤어진다. 옆 풍선에는 매직으로 눌러 쓴 글씨가 삐뚤빼뚤 매달려 있다. 잘 만들어야 한다는 긴장보다, 그냥 만지고 있다는 쪽이 더 크게 느껴지는 자리다.

좌판 사이를 걷다 보면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의 구분이 흐려지는 순간이 있다. 손님으로 왔다가 작가와 이야기를 나누며 재료를 고르는 법을 배우는 사람도 있고, 옆 테이블에서 자기가 쓸 그릇을 직접 골라 가는 작가도 있다. 거리 전체가 하나의 작업실처럼 섞여 돌아간다.
조금 더 걸으면 민트색 벽의 작은 상회가 나온다. 꿈틀로 입주 작가들의 물건을 평소에도 모아 파는 가게인데, 이날은 문이 활짝 열려 있다. 안쪽엔 종이로 접은 꽃과 손뜨개 소품이 나란히 진열돼 있고, 창가의 작은 입간판에는 이 가게가 상시 운영하는 아트숍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다.
사람들의 걸음은 느리다. 바삐 지나치는 사람이 거의 없다. 테이블 하나를 한참 들여다보다가 다음 테이블로 넘어가고, 또 한참을 들여다본다. 평소라면 그냥 지나쳤을 좁은 거리가, 이날만큼은 사람 수만큼 느려진다.

해가 기울기 전, 다시 거리 입구로 돌아오면 풍선 아치가 여전히 그 자리에 떠 있다. 몇 시간 전 지나올 때와 같은 자리인데, 이제는 그 아래로 지나는 발걸음의 숫자가 다르다. 내일이면 파라솔은 접히고, 테이블은 치워지고, 이 거리는 다시 평소의 조용한 골목으로 돌아갈 것이다.
한 달 중 단 하루, 닫혀 있던 작업실 문들이 한꺼번에 열리는 그 풍경을 보고 나면, 나머지 스물아홉 날의 조용함도 다르게 읽힌다. 저 닫힌 셔터들 안쪽에서 누군가는 오늘 거리에 내놓았던 그 손을 다시 흙으로, 실로, 물감으로 가져가고 있을 것이다. 다음 마지막 주 토요일까지, 그 손은 쉬지 않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