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꿈틀로) 같은 원도심, 두 개의 간판
큰길로 나가면 전국 어디서나 보던 브랜드가 줄을 섰다. 골목 안쪽으로 몇 걸음만 들어가면, 월세를 나눠 내며 자리를 지키는 손들이 있다.
- 글
- alleymag.
- 발행
- 2026.10.05
- 골목
- 포항 꿈틀로

꿈틀로가 있는 포항 중앙동 일대는 하나의 상권이 아니다. 중앙로298번길 안쪽에는 예술가들의 작업실이, 그 옆 대로변 중앙상가에는 전국 어디서나 보는 프랜차이즈 매장이 늘어서 있다. 걸어서 몇 분이면 두 풍경을 다 지나칠 수 있다. 같은 원도심이라는 이름 아래 묶여 있지만, 걸음을 옮길 때마다 거리의 표정이 바뀐다.
큰길 쪽부터 걸어보면 어디선가 본 듯한 간판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스포츠 브랜드와 신발 매장, 전국 체인의 분식집이 번듯한 통유리 매장을 내고 줄줄이 서 있다. 바닥에는 물길 모양으로 낸 수경 시설까지 깔려 있어, 얼핏 보면 대도시 번화가와 다르지 않다.

이런 간판이 늘어선 데에는 이유가 있다. 2017년 이후 이 원도심에는 1415억 원 규모의 도시재생 사업비가 투입됐다. 보도를 새로 깔고 조형물을 세우고 간판을 정비하는 동안, 자리를 잡은 것은 꼭 원주민 상인들만은 아니었다. 정비된 거리일수록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는 쪽이 먼저 들어온다.
그런데 정작 공실은 쉽게 줄지 않았다. 한 조사에서는 중앙상가 전체 점포 879곳 가운데 368곳, 그러니까 열 곳 중 네 곳 가까이가 이미 문을 닫은 상태였다. 사업비가 투입된 지 몇 해가 지난 뒤에도 원도심의 공실률은 50%에 육박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간판을 새로 단 자리가 있는 만큼, 셔터를 내린 채인 자리도 여전히 많다.

몇 걸음 안쪽, 다른 셈법
같은 원도심인데도 중앙로298번길 안쪽, 그러니까 꿈틀로는 다른 셈법으로 버틴다. 이 거리의 작업실들은 처음엔 월세 지원금과 작가 본인의 부담을 나눠 자리를 잡았고, 지금은 작가가 전액을 부담하는 식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꾸준히 그 자리를 지키는 공방이 적지 않다.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 꿈틀로 298놀장이 서는 날이면 이 차이가 눈으로도 보인다. 중앙상가 쪽이 깔끔하게 정돈된 매장들로 채워진다면, 꿈틀로 쪽은 작가들이 직접 좌판을 펴고 손님과 눈을 맞추며 물건을 판다. 한쪽은 자본이 들어와 만든 풍경이고, 한쪽은 사람이 나와서 만드는 풍경이다.

두 풍경을 가르는 것은 결국 지불할 수 있는 돈의 크기다. 중앙상가의 프랜차이즈들은 전국 단위 매출을 등에 업고 정비된 대로변의 임대료를 감당한다. 꿈틀로의 작업실들은 그만한 매출이 없는 대신, 정비 초기부터 임대료를 낮게 묶어주는 협동조합 체계 안에서 버틴다. 같은 원도심 안에 두 가지 생존 방식이 나란히 있는 셈이다.
어느 쪽이 이 거리의 미래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똑같이 도시재생이라는 말로 불렸던 돈이 두 갈래로 다른 풍경을 만들어냈다는 사실이다. 간판이 번듯한 큰길과 월세를 나눠 내며 버티는 뒷골목. 그 사이에서 어느 쪽 불이 더 오래 켜져 있을지, 지금으로서는 걸어 본 사람만 알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