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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스팟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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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시작2026.09

(포항 꿈틀로) 같은 원도심, 두 개의 간판

큰길로 나가면 전국 어디서나 보던 브랜드가 줄을 섰다. 골목 안쪽으로 몇 걸음만 들어가면, 월세를 나눠 내며 자리를 지키는 손들이 있다.

글
alleymag.
발행
2026.10.05
골목
포항 꿈틀로
같은 원도심, 두 개의 간판
Artwork by alleymag.

꿈틀로가 있는 포항 중앙동 일대는 하나의 상권이 아니다. 중앙로298번길 안쪽에는 예술가들의 작업실이, 그 옆 대로변 중앙상가에는 전국 어디서나 보는 프랜차이즈 매장이 늘어서 있다. 걸어서 몇 분이면 두 풍경을 다 지나칠 수 있다. 같은 원도심이라는 이름 아래 묶여 있지만, 걸음을 옮길 때마다 거리의 표정이 바뀐다.

큰길 쪽부터 걸어보면 어디선가 본 듯한 간판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스포츠 브랜드와 신발 매장, 전국 체인의 분식집이 번듯한 통유리 매장을 내고 줄줄이 서 있다. 바닥에는 물길 모양으로 낸 수경 시설까지 깔려 있어, 얼핏 보면 대도시 번화가와 다르지 않다.

Artwork by alleymag.

이런 간판이 늘어선 데에는 이유가 있다. 2017년 이후 이 원도심에는 1415억 원 규모의 도시재생 사업비가 투입됐다. 보도를 새로 깔고 조형물을 세우고 간판을 정비하는 동안, 자리를 잡은 것은 꼭 원주민 상인들만은 아니었다. 정비된 거리일수록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는 쪽이 먼저 들어온다.

그런데 정작 공실은 쉽게 줄지 않았다. 한 조사에서는 중앙상가 전체 점포 879곳 가운데 368곳, 그러니까 열 곳 중 네 곳 가까이가 이미 문을 닫은 상태였다. 사업비가 투입된 지 몇 해가 지난 뒤에도 원도심의 공실률은 50%에 육박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간판을 새로 단 자리가 있는 만큼, 셔터를 내린 채인 자리도 여전히 많다.

Artwork by alleymag.

몇 걸음 안쪽, 다른 셈법

같은 원도심인데도 중앙로298번길 안쪽, 그러니까 꿈틀로는 다른 셈법으로 버틴다. 이 거리의 작업실들은 처음엔 월세 지원금과 작가 본인의 부담을 나눠 자리를 잡았고, 지금은 작가가 전액을 부담하는 식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꾸준히 그 자리를 지키는 공방이 적지 않다.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 꿈틀로 298놀장이 서는 날이면 이 차이가 눈으로도 보인다. 중앙상가 쪽이 깔끔하게 정돈된 매장들로 채워진다면, 꿈틀로 쪽은 작가들이 직접 좌판을 펴고 손님과 눈을 맞추며 물건을 판다. 한쪽은 자본이 들어와 만든 풍경이고, 한쪽은 사람이 나와서 만드는 풍경이다.

Artwork by alleymag.

두 풍경을 가르는 것은 결국 지불할 수 있는 돈의 크기다. 중앙상가의 프랜차이즈들은 전국 단위 매출을 등에 업고 정비된 대로변의 임대료를 감당한다. 꿈틀로의 작업실들은 그만한 매출이 없는 대신, 정비 초기부터 임대료를 낮게 묶어주는 협동조합 체계 안에서 버틴다. 같은 원도심 안에 두 가지 생존 방식이 나란히 있는 셈이다.

어느 쪽이 이 거리의 미래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똑같이 도시재생이라는 말로 불렸던 돈이 두 갈래로 다른 풍경을 만들어냈다는 사실이다. 간판이 번듯한 큰길과 월세를 나눠 내며 버티는 뒷골목. 그 사이에서 어느 쪽 불이 더 오래 켜져 있을지, 지금으로서는 걸어 본 사람만 알 수 있다.

FIELD PHOTOS : 현장에서 모은 사진
SCENE 01 : 낯익은 간판들
boung0302가 중앙상가 대로변을 찍은 사진입니다. adidas, ABC-MART 같은 전국 프랜차이즈 매장이 통유리 매장을 내고 늘어서 있고,boung0302가 중앙상가 대로변을 찍은 사진입니다. adidas, ABC-MART 같은 전국 프랜차이즈 매장이 통유리 매장을 내고 늘어서 있고,
▲ 경북 포항시 북구 중앙동 중앙상가 · 2026.09 / 사진 boung0302 · https://blog.naver.com/boung0302/224424026831 boung0302가 중앙상가 대로변을 찍은 사진입니다. adidas, ABC-MART 같은 전국 프랜차이즈 매장이 통유리 매장을 내고 늘어서 있고, 보도에는 물길 모양으로 낸 수경 시설이 흐릅니다. 정비된 원도심의 번듯한 얼굴입니다.
SCENE 02 : 직접 나와 파는 사람들
sos6665가 꿈틀로 298놀장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흰 파라솔 아래 작가가 직접 테이블을 펴고 손님에게 장신구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중앙상가의 번듯한 매장들과 달리,
▲ 경북 포항시 북구 중앙로298번길 · 2026.04 / 사진 sos6665 · https://blog.naver.com/sos6665/224265083804 sos6665가 꿈틀로 298놀장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흰 파라솔 아래 작가가 직접 테이블을 펴고 손님에게 장신구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중앙상가의 번듯한 매장들과 달리, 이쪽은 사람이 직접 나와 물건을 파는 방식으로 자리를 지킵니다.
점포 879곳 중 368곳(41.86%)이 폐업했다는 내용은 경북일보 2023-05-10 보도, 1415억 원 사업비와 공실률 50% 관련 서술은 경북매일 2026-04-27 보도를 따랐습니다. 월세 지원 방식 변화는 꿈틀로 관련 방문 기록에서 확인했습니다. 발행 이후 새로 확인되는 사실이 있으면 내용을 갱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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