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꿈틀로) 비어 있던 자리에, 이름을 다시 지었다
시청이 떠난 뒤 한동안 이 거리는 불이 꺼진 채였다. 그 자리를 다시 채운 것은 관공서가 아니라 작업실 스물일곱 개였다.
- 글
- alleymag.
- 발행
- 2026.10.05
- 골목
- 포항 꿈틀로

중앙동이라는 이름은 포항에서 괜히 붙은 게 아니다. 한때 이 일대에는 포항시청과 포항역, 중앙초등학교가 함께 있었다. 영화관과 백화점이 줄을 섰고, 철강도시 포항에서 사람과 돈이 가장 먼저 모이던 자리였다.
그 중심이 통째로 빠져나간 것은 2006년이다. 포항시청이 남구로 옮겨가면서, 중앙동을 채우던 사람들도 함께 자리를 떴다. 상가 유리문 안쪽으로 먼지가 내려앉았고, 셔터는 오래도록 내려간 채였다.
꿈을 꿀 수 있는 틀
빈 점포가 늘어나는 동안 포항시가 눈을 돌린 쪽은 재건축이 아니라 예술이었다. 2016년, 문화특화지역조성사업이 이 거리를 낙점했다. 방식은 단순했다. 비어 있는 상가에 예술가들을 들이는 것.

거리에 이름을 붙이는 일도 시민들의 손에 맡겼다. 공모를 거쳐 정해진 이름이 꿈틀로다. 꿈을 꿀 수 있는 틀이라는 뜻과, 쇠퇴한 거리가 다시 꿈틀거리며 되살아난다는 뜻을 함께 담았다. 이름부터가 이 거리의 각오였던 셈이다.
이름을 짓는다고 사람이 곧장 돌아오지는 않는다. 그 빈자리를 메운 것 중 하나는 뜻밖에도 제철소였다. 포스코는 꿈틀로 곁테로라는 이름으로 이 거리의 재생에 손을 보탰고, 2026년 6월에는 포항문화재단, 꿈틀로사회적협동조합과 함께 포스코 봉사단이 문화공판장 경계를 정비하고 담장 위에 식재를 더했다. 철을 만들던 회사가, 이번엔 거리의 녹음을 만들었다.

스물일곱 개의 다른 아침
2021년 꿈틀로사회적협동조합이 들어서며 거리의 운영은 한층 체계를 갖췄다. 지금 이 거리에는 스물일곱 개의 작업실이 있다. 회화를 그리는 손이 있고, 흙을 매만지는 손이 있고, 현을 켜는 손이 있다. 같은 중앙로298번길 위에서, 매일 서로 다른 스물일곱 개의 아침이 시작된다.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이면 그 작업실들이 거리로 걸어 나온다. 꿈틀로 298놀장이라는 이름의 장이 서고, 공방마다 문을 활짝 열어 지나는 사람들의 손에 흙을, 꽃을, 물감을 쥐어준다. 한 달에 한 번, 닫혀 있던 문들이 한꺼번에 열리는 날이다.

포항은 오랫동안 철을 만드는 도시로 불려왔다. 그 도시의 한복판이었던 중앙동이 지금은 철이 아니라 그림과 도자기로 사람을 불러모으고 있다는 사실은, 이 도시를 한 단어로만 설명하려는 시도를 매번 무색하게 만든다. 포스코가 이 거리의 녹음을 가꾸는 일에 손을 보탠 것도, 어쩌면 같은 도시 안에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사람을 모으는 두 축이 맞닿은 장면일 것이다.
시청이 떠난 뒤 가장 먼저 들어선 것은 적막이었다. 그 적막을 다시 채운 게 관공서가 아니라 작업실 스물일곱 개였다는 사실이 새삼스럽다. 꿈을 꿀 수 있는 틀이라던 그 이름처럼, 중앙동은 지금도 꿈틀거리는 중이다. 다만 이 거리가 앞으로도 그렇게 불릴 수 있을지는, 간판 숫자가 아니라 저 작업실 창에 몇 시까지 불이 켜져 있는가가 말해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