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 중앙시장 닭강정골목) 짠내와 단내가 같은 통로에서 만난다
건어물 가게의 짠내와 튀김솥의 단내가 한 통로에서 섞이는 곳. 닭전골목을 걷는다는 건 냄새를 따라 걷는다는 것과 거의 같은 말이다.
- 글
- alleymag.
- 발행
- 2026.10.05
- 골목
- 속초 중앙시장 닭강정골목

속초관광수산시장의 돔 지붕은 둥글게 휘어 하늘을 가린다. 유리 같은 재질로 된 그 지붕 아래로 빛이 뿌옇게 번져 들어오고, 그 빛 아래 사람들이 걷는다. 비가 와도 눈이 와도 이 통로 안에서는 우산을 접어도 되는데, 그래서인지 시장 전체가 계절과 조금 어긋난 공기를 품고 있다.
닭전골목으로 들어서기 전, 먼저 지나는 자리가 있다. 마른 생선과 오징어를 파는 건어물 가게들이다. 좌판 위에 반건조 오징어가 부채처럼 펼쳐져 있고, 황태와 쥐포가 비닐봉지 안에서 햇빛을 받아 노랗게 빛난다. 짠내가 코끝에 먼저 닿는다. 이 냄새를 지나야 비로소 닭강정집들이 늘어선 구간이 나온다.

짠내가 가시기도 전에 기름 냄새가 끼어든다. 튀김솥에서 올라오는 열기가 통로의 공기를 데운다. 겨울이면 이 열기가 반갑고, 여름이면 조금 부담스럽겠지만, 어느 계절이든 사람들의 발걸음을 붙잡는 데는 성공한다. 냄새가 걸음보다 먼저 가게 앞에 닿는 셈이다.
이 구간에서는 시장이 꼭 음식만 파는 곳이 아니라는 사실도 눈에 들어온다. 붉은 대게를 파는 가게 안쪽에는 냉동고와 저울, 빈 그릇들이 분주하게 놓여 있고, 그 옆 튀김집은 메뉴판 전광판을 몇 개씩 매달아 두었다. 왕새우튀김부터 누룽지오징어순대까지, 이름을 다 읽는 데만도 시간이 걸린다.
닭강정집 앞에 이르면 냄새는 한 번 더 바뀐다. 매콤한 양념 냄새가 기름 냄새 위에 겹쳐진다. 어느 집은 마늘을, 어느 집은 더덕을 내세우는데, 멀리서는 그 차이가 구분되지 않는다. 가까이 다가가야만 양념 색과 냄새의 결이 미묘하게 다르다는 걸 알아챌 수 있다.

냄새만큼이나 소리도 겹겹이 쌓인다. 저울 접시에 닭강정 봉지를 올리는 쇳소리, 뜨거운 기름 속에서 반죽이 부풀어 오르는 소리, 그 사이로 손님을 부르는 상인의 목소리가 끼어든다. 어느 한 가게의 소리가 유독 크게 들리는 게 아니라, 모든 소리가 비슷한 높이로 겹쳐 통로 전체를 채운다. 그래서 이 골목에서는 누가 누구를 더 크게 부르는지보다, 그 모든 소리를 뚫고 들려오는 튀김 끓는 소리가 더 또렷하게 남는다.
포장을 받아 든 사람들은 대개 그 자리에서 봉투를 열어 한 조각을 집어 먹는다. 걸으면서 먹는 사람도 있고, 시장 통로 한편에 놓인 간이 의자에 앉아 먹는 사람도 있다. 손에 양념이 묻어도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면, 이 골목에서는 체면보다 그 순간의 뜨거움이 먼저인 듯하다.

해가 기울기 시작하면 지붕 아래의 빛도 따라 바뀐다. 낮 동안 뿌옇던 공간이 간판 불빛으로 점점이 밝아지고, 짠내와 단내는 여전히 섞인 채로 공기 중에 남는다. 어느 냄새가 먼저였는지는 이제 중요하지 않다. 이 골목을 한 번이라도 걸어본 사람은, 다음에도 같은 순서로 그 냄새들을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짐을 다 꾸린 손님들은 종이봉투를 양손 가득 든 채 왔던 길을 되짚어 나간다. 들어올 때는 건어물의 짠내를 먼저 지났지만, 나갈 때는 닭강정의 단내를 먼저 안고 돌아선다. 같은 통로인데 방향에 따라 처음 만나는 냄새가 다르다는 사실을, 이 골목을 두 번 이상 걸어 본 사람만 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