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 중앙시장 닭강정골목) 이 골목의 현판에는 아직도 '닭전'이라 적혀 있다
속초관광수산시장 안쪽, 닭을 팔던 좁은 통로 하나가 고속도로 하나와 방송 한 번을 지나며 전국이 줄을 서는 골목이 됐다. 그런데도 머리 위 현판은 여전히 오래된 이름을 내려놓지 않았다.
- 글
- alleymag.
- 발행
- 2026.10.05
- 골목
- 속초 중앙시장 닭강정골목

속초중앙시장은 1953년, 한국전쟁 정전 직후에 생겼다. 원래 사흘과 여드레마다 반짝 섰다 사라지는 장이었는데, 피난민들이 그 자리에 눌러앉아 매일 문을 여는 점포로 바꿔 놓았다. 장사를 하루라도 쉴 수 없는 사람들이 만든 시장이었던 셈이다.
처음에는 속초리 3구에 있다고 해서 '3구시장'이라 불렸다. 그러다 속초가 시로 승격된 1966년, 중앙동에 자리한다는 이유로 지금의 이름인 '중앙시장'이 붙었다. 이름이 동네 사정을 따라 바뀐 것이지, 시장 자체가 새로 생긴 것은 아니었다.
1960년대 후반부터는 중앙동 사거리와 주변 도로가 넓어지며 전국 단위의 수산물·건어물 시장으로 자리를 잡았고, 1988년에는 시장 안에 상가 건물이 새로 들어서며 규모가 한층 커졌다. 그렇게 쌓인 세월 위에 2006년, 시장 활성화 사업을 거치며 '속초관광수산시장'이라는 이름도 함께 걸렸다. 중앙시장과 관광수산시장은 서로 다른 곳이 아니라 한 시장이 갖고 있는 두 이름이다. 실제로 한 방문자는 "오랜 습관대로 부른 속초중앙시장이라는 이름이 워낙 흔하다 보니, 속초관광수산시장이라고 하면 잘 모르더라고요"라고 적어두기도 했다.

닭을 팔던 자리
닭전골목이라는 이름은 말 그대로 닭을 파는 가게들이 한곳에 모여 있던 데서 나왔다. 오래전부터 이 골목은 있었지만, 그 손님은 거의 다 속초 사람이었다. 소풍이나 동네 행사가 있는 날 들러 튀김닭 한 봉지를 사 가는 자리였지, 외지인이 일부러 찾아오는 곳은 아니었다. 2009년 이전의 기록에서 이 골목의 닭집이나 닭강정을 다룬 글을 찾기 어려운 것도 그래서다.
속초관광수산시장은 닭전골목 하나로 이루어진 곳이 아니다. 청과골목, 고추골목, 순대골목, 젓갈어시장골목, 그리고 닭전골목까지 다섯 골목이 저마다 다른 품목을 맡고 있고, 지하에는 활어와 해산물을 바로 살 수 있는 회 센터도 따로 있다. 시장 입구를 기준으로 왼쪽은 대체로 건어물과 해산물이 늘어서고, 오른쪽과 안쪽으로 들어가야 먹거리와 간식이 이어진다. 닭전골목은 그 다섯 골목 가운데 유일하게 튀김 냄새 하나로 자신을 증명하는 자리였다.

그러다 2009년 7월, 서울춘천고속도로가 열렸다. 서울에서 속초까지 버스로 두 시간 십 분대면 닿는 거리가 됐다. 비슷한 시기에 아이폰이 국내에 들어왔고(2009년 11월), 이듬해 3월에는 카카오톡 서비스가 시작됐다. 찍고 나누는 일이 쉬워진 바로 그 무렵이었다.
결정적인 한 방은 방송이었다. 2010년 2월 3일, SBS 모닝와이드가 이 골목의 만석닭강정을 연매출 5억원의 가게로 소개했다. 그날 이후 닭전골목은 더 이상 주민들만 아는 자리가 아니게 됐다. 고속도로가 사람을 실어 왔고, 방송이 그 사람들에게 어디로 가야 할지를 알려 준 셈이다.
영동지방에 닭강정이라는 음식 자체가 자리 잡은 데는 더 오래된 사연이 전한다고 한다. 6·25전쟁 때 함경도에서 피난 온 실향민들이 속초와 고성 일대에 정착하면서, 그들의 조리법이 이 지역에 뿌리내렸다는 설이다. 맞다면 이 골목의 닭강정은 시장 자체와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사람들의 손에서 시작된 음식인 셈이다.

지금 이 골목에 남은 것
지금 닭전골목에는 만석닭강정과 중앙닭강정이 나란히 간판을 걸고 있고, 서민갑부 시장닭집과 북청닭강정이 그 사이사이를 채운다. 어느 집을 먼저 들를지로 실랑이를 벌이는 일행도 드물지 않다. 간판은 여럿으로 늘었지만, 그 많은 간판이 여전히 같은 좁은 통로 안에 모여 있다는 사실만은 그대로다.
닭강정이 이 골목의 전부는 아니다. 막걸리 술빵과 오징어순대도 나란히 꼽히는 대표 먹거리이고, 정작 가장 긴 줄은 술빵집 앞에 설 때도 있다. 포장을 마친 사람들은 번호표를 손에 쥐고 시장을 한 바퀴 더 돌거나, 양손 가득 봉투를 든 채 다음 골목으로 넘어간다. 닭강정을 사러 왔다가 결국 다른 봉투까지 두세 개씩 들고 나가는 게 이 골목의 흔한 풍경이다.
시장은 두 번 이름을 바꿨다. 3구시장이 중앙시장이 됐고, 중앙시장 옆으로 관광수산시장이라는 이름이 하나 더 걸렸다. 그런데 그 안의 작은 골목 하나는, 손님이 동네 사람에서 전국 사람으로 바뀌는 그 큰 변화를 다 지나오면서도 이름을 한 번도 바꾸지 않았다. 닭을 팔던 자리는 여전히 닭전골목이라 불린다. 어쩌면 간판 아래서 뭘 사 가든, 이 골목이 사람들에게 쥐여 주는 건 결국 그 이름 하나인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