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 중앙시장 닭강정골목) 닭강정집 네 곳이 한 골목에서 서로를 이긴다
만석이냐 중앙이냐, 아니면 TV에 나왔다는 그 집이냐. 닭전골목에 들어서는 순간 누구나 같은 선택 앞에 선다. 좁은 통로 하나에 간판이 늘어나면서, 줄은 더 길어졌고 비교는 더 깐깐해졌다.
- 글
- alleymag.
- 발행
- 2026.10.05
- 골목
- 속초 중앙시장 닭강정골목

속초관광수산시장 제2문을 들어서면 천장 비닐 지붕 아래로 빨강 노랑 간판이 끝없이 이어진다. 그 아래, 포장 회를 파는 좌판 위로 알록달록한 파라솔이 줄지어 서 있다. 시장은 넓지만 닭전골목만큼은 걸음이 유독 더뎌진다. 멈춰 서서 간판을 읽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2010년 2월, SBS 모닝와이드가 이 골목의 만석닭강정을 연매출 5억원의 가게로 소개한 뒤로 닭전골목의 지형은 달라졌다. 방송 전까지는 동네 사람들이 익숙하게 드나들던 닭집 몇 곳이었는데, 방송 이후 그 몇 곳이 '꼭 가봐야 할 집'으로 바뀌었다. 지금 이 골목에서 가장 자주 입에 오르내리는 이름은 만석닭강정과 중앙닭강정이다.

둘 중 어디로 가야 하느냐는 질문은 이 골목을 다녀간 사람들 사이에서 거의 통과의례처럼 반복된다. 한쪽은 방송에 나온 원조라는 수식이 따라붙고, 다른 한쪽은 '본점'이라는 이름을 걸고 그 옆을 지킨다. 매운맛과 순한맛의 비율, 튀김옷의 두께, 그날그날의 대기 줄 길이까지 비교 대상이 된다.
줄은 셋으로 갈라진다
만석과 중앙 사이에서 고민하던 발걸음은 또 다른 간판 앞에서 한 번 더 멈춘다. 서민갑부 시장닭집이다. 방송 프로그램 '서민갑부'에 소개된 뒤로 이름 자체가 간판이 된 집이다. 더덕닭강정과 마늘닭강정을 내세우는데, 비슷한 간판이 골목 안에 여럿이라 서민갑부 방영 문구와 간판 색을 보고 찾아가야 한다는 말이 방문자들 사이에서 돈다.

북청닭강정도 빼놓을 수 없다. 만석과 중앙 사이의 유명세 경쟁과는 조금 다른 자리에서, 오래 다닌 사람들이 "여기도 알아둘 만하다"며 조용히 추천하는 집이다. 유명한 두 집에 사람이 몰리는 동안, 상대적으로 한산한 이 골목의 다른 간판으로 발길을 돌리는 사람들도 있다.
줄을 서는 풍경은 닭강정집 앞에서만 벌어지지 않는다. 막걸리 술빵을 파는 가게 앞에서도 김이 피어오르는 찜통 주위로 사람들이 둘러선다. 기다리는 줄의 길이가 그 집의 인기를 말해주는 가장 정직한 지표라는 사실을, 이 골목을 다녀간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다.

간판이 늘어난 자리에서는 대개 긴장이 따라온다. 그런데 이 골목에서는 그 긴장이 서로를 밀어내는 쪽보다 나란히 버티는 쪽으로 흘러온 듯하다. 만석과 중앙이 가장 큰 줄을 세우는 동안, 서민갑부와 북청은 저마다의 단골을 키웠다. 방송 한 번으로 시작된 유명세가 골목 전체로 흩어지며, 결국 어느 집을 가든 닭강정 하나는 손에 들고 나오게 되는 구조가 자리 잡았다.
줄이 길어서 돌아섰다는 사람도, 그 옆집에서 더 맛있는 걸 찾았다는 사람도 있다. 어느 쪽이든 닭전골목을 나서는 손엔 종이봉투 하나가 들려 있다. 간판 숫자는 늘었지만, 이 골목이 사람들에게 쥐여 주는 결론은 크게 다르지 않은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