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골목을 온전히 마음에 품을 수 있도록, 그 안의 모든 서사를 단 한 편의 에세이로 엮어내는 메인 콘텐츠입니다.
중앙시장에서 육림고개로 넘어가는 길은 평평하지 않다. 숨이 살짝 가빠질 때쯤, 간판들이 하나씩 말을 걸어온다.
시장에 들어서기도 전에 양념 냄새가 코끝을 스친다. 이 골목은 발보다 코가 먼저 걷는다.
공구와 부품을 팔던 자리마다 지금은 커튼이 걸려 있다. 같은 골목을 걷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남긴 말은 결국 '여유'였다.
지도를 들고 와도 한 번에 찾아지지 않는다. 이리 기웃 저리 기웃, 그렇게 헤매는 재미로 걷는 골목이 있다.
칼국수집과 중국집 사이, 사람 하나 지나갈 만한 틈이 있다. 그 틈으로 들어서는 순간부터 소리가 달라진다.
여름이면 담장 위로 장미가 넘어오고, 겨울이면 그 자리에 눈이 쌓인다. 같은 돌 위에서 계절은 매번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같은 골목인데 가게마다 창 안쪽의 공기가 다르다. 한낮에는 조용하던 자리가 저녁이 되면 따뜻한 빛으로 바뀌고, 걷는 사람의 걸음도 그
같은 골목이 아침과 밤에 전혀 다른 숨을 쉰다. 한쪽은 적막하고, 한쪽은 북적인다. 그 사이 어디쯤에서 이 시장은 매일 몇 번이고 표
좁은 골목 하나를 사이에 두고 소금기 밴 바람과 커피 냄새가 번갈아 지나간다. 이 비탈을 걷는 일은, 결국 그 둘 사이를 오가는 일이
객리단길을 걷는 일은 한 골목 안에서 몇 번씩 시간을 갈아 끼우는 일이다. 빵 냄새가 나는 아침과, 타코 소스 냄새가 나는 오후와,
평소엔 닫힌 셔터가 많은 거리다. 그런데 마지막 주 토요일이 되면 파라솔이 펴지고, 풍선이 걸리고, 사람들이 거리 한복판에 앉는다.
건어물 가게의 짠내와 튀김솥의 단내가 한 통로에서 섞이는 곳. 닭전골목을 걷는다는 건 냄새를 따라 걷는다는 것과 거의 같은 말이다.
조용한 골목을 걷다 한옥 창 안쪽에서 레몬차 한 잔을 마시고, 해가 기울 즈음 고소한 냄새를 따라 다른 골목으로 넘어간다. 이 거리는
같은 보폭으로 걷는데 냄새가 바뀌고 말소리가 바뀐다. 해가 떨어지면 간판마다 불이 들어오고, 이 거리는 지도 없이도 여행이 되는 몇
계단을 오르면 분홍 네온이 먼저 반긴다. 그다음엔 벽화 속 유니콘과 화가 옷을 입은 고양이 조형물, 그리고 또 한 번 꺾이는 길. 미
오기원길에서 펭귄언덕까지, 해가 완전히 지는 데 걸리는 시간은 딱 삼십 분이다. 그 삼십 분 안에 이 동네는 낮의 얼굴을 지우고 밤의
양림동에서 가게가 바뀌는 방식은 따로 있다. 옛 간판을 떼지 않고 그 안쪽만 새로 채우는 식이다. 집을 허물지 않고 다시 쓰는 버릇이
양림동이 선교사들의 동네가 된 것은 풍경이 아름다워서가 아니었다. 가장 싼 땅이었기 때문이다. 그 흔한 이유 하나가 백 년 넘게 이
청주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에게 성안길은 오랫동안 약속의 다른 이름이었다. 지금도 이 거리를 걷다 보면 누군가를 기다리는 얼굴이 눈에
차양 아래 원두 냄새로 시작한 오후가, 지붕 밖으로 나서면 곰장어 손질하는 도마 소리로 저문다.
소품 가게 통유리 너머로 낮의 골목이 내려다보이고, 몇 골목 건너에는 밤에만 문을 여는 나무 문이 있다. 같은 이름의 거리인데, 시간
돌길을 걷는 발소리, 담쟁이가 뒤덮은 돌집, 처마 밑에서 새어 나오는 마른 꽃 냄새. 제민천을 걷는 오후는 소리보다 그림자가 먼저 말
벽화 골목에서 가장 자주 사진에 담기는 색은 파랑이다. 그 파란 벽 사이를 걷다 보면, 색보다 먼저 몸으로 느껴지는 것들이 있다.
서른아홉 도를 견딘 얼음 위로 계피 물이 끼얹어진다. 다 먹고 우산을 접은 뒤에도 그 냄새만은 따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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