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마을 골목 한가운데, 기와지붕 대신 붉은 벽돌과 아치창이 반기는 공간이 있습니다. 1938년에 지어진 건물이 지금은 카페가 되어
전통 한복만 빌리는 곳이 아닙니다. 개화기 의상과 교복까지 늘어선 옷걸이 앞에서,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시절의 자신을 골라 입습니다.
쫄깃한 문어와 고소한 가쓰오부시, 녹진한 치즈가 한데 뭉친 꼬치 하나. 10년 전에도 여기서 먹었다는 사람이 다시 그 자리를 찾아옵니
유리창 너머로 토치 불꽃이 확 올라올 때마다 아이도 어른도 걸음을 멈춥니다. 꼬치 하나를 받기까지 기다리는 시간조차 구경거리가 되는
멸치 육수에 들깨와 계란을 풀어 걸쭉하게 끓인 국물. 처음 맛보는 사람도, 10년 만에 다시 온 사람도 같은 그릇 앞에서 숟가락을 멈
추석 선물을 고르러 온 사람도, 상견례를 앞두고 온 사람도, 그냥 지나가다 자두화채에 이끌린 사람도 있습니다. 이유는 저마다 달랐지만
누구는 시부모님의 환갑을 기념하러 왔고, 누구는 홍어삼합에 처음 도전하러 왔습니다. 신발을 벗고 마루에 오르는 순간은 모두에게 같았습
블루본즈였던 자리가 올올이 된 4월의 첫 손님과, 가을에도 소금빵을 찾아 다시 온 손님이 같은 문을 지나갔습니다.
청연루 쪽으로 걷다가 우연히 버스킹 소리를 따라간 사람도, 갈 때마다 한 번씩 들르는 단골도, 결국 같은 문 앞에 멈춰 섭니다.
한옥 카페를 떠올리며 찾아갔다가, 검은 외관 앞에서 한 번 걸음을 멈추게 되는 곳입니다. 안으로 들어서면 또 한 번, 창밖으로 보이는
한옥마을 중심 거리에서 조금 벗어난 골목. 노란 안내판을 따라 마흔 걸음쯤 걸으면 나오는 문 하나가, 들어간 사람마다 다른 시절을 열
한나절 걸어 다닌 발을 쉬게 할 곳을 찾다가, 계단 하나를 올랐을 뿐인데 창밖으로 한옥마을 전체가 걸리는 자리에 앉게 됩니다.
육회김밥 빚는 손과 철판 위 전이 한눈에 보이는 자리인데, 같은 곳을 두고 누군가는 완벽했다 적고 누군가는 실망했다 적었습니다.
한옥 처마 아래 통유리로 들어오는 볕과, 같은 강된장 케일 쌈밥을 두고도 갈리는 입맛이 한 상에 같이 놓입니다.
한 사람은 전주에 갈 때마다 다시 찾는다 했고, 한 사람은 여수에서 두 시간을 달려와 앉았습니다. 두 사람 다 자리에 앉기 전부터 한
누구는 걷다가 다리가 아파서 들어왔고, 누구는 밤 산책 끝에 문을 열었습니다. 두 사람 다 같은 순간에 걸음을 멈췄습니다. 마당이 생
우연히 만날 해, 빛날 율, 이야기 담. 이름처럼 이곳은 아빠가 우연히 알게 된 뒤 가족의 단골집이 된 곳이기도 합니다.
메인 거리를 살짝 벗어난 조용한 골목, 대문을 지나면 잘 가꿔진 한옥 정원이 나옵니다. 두 사람 모두 원래 갈 생각이 없던 곳이었습니
하나만 나눠 먹자던 부부는 결국 하나를 더 주문했고, 큰 기대 없이 다시 갔던 사람은 이번엔 제일 맛있었다고 고쳐 말했습니다.
1층은 잡동사니로 가득한 창고 같은데, 계단을 올라 2층 문을 열면 벽 하나를 다 채운 표창장이 이 집의 세월을 말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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