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주말, 조용히 책 한 권을 들고 발걸음을 옮길 수 있도록 에디터의 취향을 담아낸 지도입니다.
누구는 임신한 엄마 뱃속에서부터 이 냄새를 맡았고, 누구는 20년 전 직장 동료들과 퇴근길에 들렀습니다. 서로 다른 시간을 살아온 사
회도 물회도 아닌 저녁을 찾던 가족이 이 문을 엽니다. 홀 안쪽 훈연실에는 검은 스모커와 참나무 장작이 쌓여 있고, 부모님을 모시고
누구는 점심 오천구백 원짜리 세트를 먹으러 왔고, 누구는 2차로 피자를 먹으러 왔습니다. 문 앞엔 늘 미국 어딘가로 순간 이동한 듯한
일본식 가옥 다다미 위에 이부자리를 펴고 눕는 밤입니다. 누구는 정원이 예뻐 오래 머물고 싶었다 하고, 누구는 옆방 소리에 뒤척였다고
커피를 끊으려는 중년의 손님도, 소개팅 장소였던 추억을 안고 다시 온 손님도, 결국 같은 걸 봅니다. 진열장 가득한 티팟 중 오늘 내
의자 없이 서서 먹어야 하는 좁은 가게인데도 줄이 끊이지 않습니다. 10분 만에 들어간 사람도, 한 시간 넘게 기다린 사람도 있는 이
친구가 사진 한 장 보내주며 무조건 가보라고 했다는 사람, 생일 케이크를 픽업하러 들른 사람. 이유는 저마다 달랐지만, 나올 때는 다
성북동돼지갈비와 비교하러 온 사람, 넓은 주차장 하나에 마음을 놓은 사람, 파란 리본 스티커를 세어본 사람, 혼자 가도 되냐고 물었던
경리단길 언덕 꼭대기 건물 옥상, 해 질 무렵부터 자리가 채워지는 루프탑 바입니다.
커피와 디저트로 채워진 거리 한쪽에서, 진지한 음식을 내놓는 곳이 있다. 명찰하고 따뜻한 카레, 그것이 이 자리의 존재 이유다.
시장통닭 느낌을 그대로 살린 장기동 치킨집. 종이봉투에 담아 주는 방식 하나로도 설렘이 생깁니다.
돌하르방 옆 장독대, 화요일 정기 휴무, 입구의 대기 종이. 여덟 사람이 각자 다른 접시와 다른 시간대로 겹쳐 놓은, 부모님과 가기
호수공원 앞 상가 1층, 빨간 문을 밀고 들어가면 넓은 자리와 빵 진열장이 이어집니다. 더운 날의 테라스와 아기의자, 개모차 옆자리까
동편마을의 깊숙한 곳에 자리한 이탈리안 레스토랑. 화덕에서 구워진 피자, 수제 파스타, 그리고 여러 명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메뉴들이
행궁동 골목의 노포. 막걸리계보에서 누리는 정겨운 한끼.
성내로14길 한 켠, 테이크아웃만 되는 작은 매장인데 골목을 벗어나 잠실까지 이름이 퍼졌습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찜계란처럼 몽글한
덕수궁 돌담길을 벗어나 정동길 안쪽으로 들어가면 나타나는 작은 정원. 2005년부터 자리를 지켜온 정원레스토랑 어반가든은 도시 한가운
터키 사장님이 만든 카이막, 열린 창 너머로 테라스가 보이는 자리, 주차 한 자리를 놓고 고민한 사람까지. 아홉 사람이 서로 다른 시
우리콩손두부. 누군가는 방송에 나왔다는 이유로 처음 문을 열었고, 누군가는 산행 뒤에 가끔 찾는 단골이 됐다. 입구에서 두부를 만드는
평일 낮의 거의 만석인 홀, 금요일 저녁의 군데군데 빈자리, 토요일 저녁의 가족 테이블. 아홉 분이 서로 다른 시간에 앉았던 같은 자
삼각지 대구탕골목의 이름값을 하는 곳. 점심때마다 북적이는 이곳에서는, 방문한 사람들이 모두 같은 질문을 한다. 얼마나 기다려야 하나
같은 만두집을 두고 누구는 오픈 전에 줄을 섰고 누구는 평일 오후에 텅 빈 자리를 만났습니다. 열두 사람의 접시 위에서 가장 자주 이
뉴금호타워 3층, 몽골 방송이 흐르는 조용한 자리. 누군가에게는 다큐멘터리 속 풍경이고, 누군가에게는 이 년 만에 돌아온 단골집이다.
명동성당 뒤편 내리막을 몰라 헤매던 사람도, 청첩장 모임 자리를 백만 번 고민하던 사람도 결국 이 지하 1층에 닿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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