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학동 풍물시장) 7년 만에, 20년 만에, 그리고 어릴 적부터
누구는 임신한 엄마 뱃속에서부터 이 냄새를 맡았고, 누구는 20년 전 직장 동료들과 퇴근길에 들렀습니다. 서로 다른 시간을 살아온 사람들이 같은 철판 앞으로 돌아옵니다.
- 글
- alleymag.
- 발행
- 2026.09.15
- 골목
- 황학동 풍물시장

동묘 나들이의 첫 목적지로 이 집을 정한 손님이 있습니다. 20년 전, 신당동 근처에서 일하던 시절 동료들과 자주 오던 곱창집입니다. 퇴근 후 곱창에 맥주 한잔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던 그 시절 이후로도 가끔 생각나면 찾아왔는데, 아이를 키우면서부터는 발길이 뜸해졌습니다. 그러다 문득 헤아려 보니 못 온 지 7년이 지나 있었다고 합니다.


뱃속에서부터, 어릴 때부터
더 오래된 기억을 가진 손님도 있습니다. 이 손님의 어머니는 이 손님을 임신했을 때 다른 음식은 입덧으로 다 못 먹으면서도 이 집 곱창만은 계속 찾았다고 합니다. 그렇게 어릴 때부터 다니던 골목이라, 한창 어렸을 적에는 이곳이 황학동인 줄도 모르고 그저 왕십리 곱창골목이라 불렀다고 회상합니다. 결혼 전까지도 자주 드나들던 곳이었으니, 이 집의 철판 앞에는 이 손님의 한 시절이 통째로 앉아 있는 셈입니다.
반대로 예전 기억이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는 손님도 있습니다. 스무 살 무렵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곱창이 맛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 뒤로 오랜만에, 출산 후 처음으로 아이 없이 나온 자리에서 옛 추억을 되짚어 보려고 다시 이 집을 찾았습니다. 입맛이 그새 바뀐 덕분인지, 이번에는 야채순대곱창과 양념막창을 앞에 두고 소주까지 곁들이며 예전과는 다른 저녁을 보냈다고 적었습니다.


하루 스무 시간, 철판은 쉬지 않는다
이 집은 아침 열 시부터 다음 날 새벽 여섯 시까지 문을 엽니다. 아침부터 곱창을 먹으러 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새벽 드라이브를 마치고 마지막 순서로 들르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 골목에 곱창집은 여럿이지만, 어느 시간에 가도 유독 이 집만 자리가 꽉 차 있다고 여러 손님이 입을 모읍니다.
메뉴는 단출합니다. 야채곱창과 막창 양념구이, 막창 소금구이 정도가 전부인데, 그 몇 가지를 두고도 취향은 저마다 갈립니다. 양념 쪽에 손이 먼저 가는 사람이 있고, 담백한 소금구이만 고집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한 상에 다 올려 놓고 번갈아 먹어보는 것도, 이 집을 여러 번 온 사람들이 알려주는 방법입니다.


누군가는 어머니의 입덧 시절부터, 누군가는 스무 살의 서툰 첫 방문부터, 또 누군가는 사회초년생 시절 퇴근길부터. 저마다 다른 시작을 가진 사람들이 각자의 공백을 건너 결국 같은 철판 앞으로 돌아옵니다. 이 골목의 곱창집 하나가 그렇게 여러 사람의 한 시절을 붙잡아 두고 있습니다. 기록을 남긴 이 가운데 이 집의 카카오 리뷰가 그리 후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도 다시 찾아온 손님이 있다는 것도 눈에 띕니다. 별점 몇 개보다 저마다 쌓아 온 기억이 이 집을 다시 찾게 만드는 더 큰 이유인 셈입니다.
영미네곱창 본점
곱창구이황학동 곱창골목 한가운데 자리한 오래된 곱창구이집입니다. 아침 열 시부터 다음 날 새벽까지 문을 열어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찾을 수 있고, 야채곱창과 막창구이를 오래도록 이어 온 단골이 많습니다.
저한테는 그냥 곱창집이 아니라, 먹을 때마다 옛날 기억까지 같이 소환되는 추억의 맛집이에요
- 주소
- 서울 중구 마장로9길 38
- 영업
- 매일 10:00 - 다음날 06:00
- 가격
- 야채곱창 14,000원 / 막창 양념구이 15,000원 / 막창 소금구이 15,000원 / 소주 5,000원
- 비고
- 동묘앞역 3번 출구에서 약 457m / 황학동 이마트(롯데캐슬) 옆 곱창골목 / 1층 테이블석, 2층 연회석(30석) / 포장·배달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