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림동 순대타운) 전라도시네마, 3층에서 가장 먼저 자리가 차는 집
307호 천장에 매달린 빨간 간판 아래에서, 열세 사람이 저마다 다른 이유로 철판 앞에 앉았습니다. 이름도 전라도시네마와 시네마 전라도집, 두 가지로 불립니다.
- 글
- alleymag.
- 발행
- 2026.10.31
- 골목
- 서울 신림동 순대타운

원조민속순대타운 3층에 올라서면 천장 가득 간판이 매달려 있습니다. 그 사이에서 빨간 바탕에 노란 글씨로 307호 시네마 전라도집이라고 쓴 간판이 입구 쪽에서 바로 눈에 들어온다고 적은 사람이 많습니다. 이름은 전라도시네마라고도, 시네마 전라도집이라고도 불립니다. 한 사람은 두 이름이 같은 집이라는 것을 글 안에서 따로 짚어 두었습니다. 성시경의 먹을텐데에 나온 곳이라는 말이 거의 모든 기록 첫머리에 붙어 있습니다. 이 집을 처음 고른 이유가 방송이었다고 솔직하게 쓴 사람도 있고, 방송은 보지도 않았는데 사장님이 그 사람이 앉았던 자리가 비었다며 안내해 주셨다고 적은 사람도 있습니다.


신림 순대타운에서 가장 먼저 겪는 일은 호객입니다. 이모 삼촌들이 이쪽으로 오라고 부르는 통에 정신이 없다고 한 사람이 있고, 가려던 집이 따로 있었는데 거절을 못 해 이층에서 들어갔다가 조금 아쉬웠던 사람은 그날 이후로 엘리베이터만 탄다고 적었습니다. 건물 안에 여러 집이 나란히 장사하니 목적지 호수를 정해 두라는 당부가 여러 글에 있습니다. 평일 저녁 일곱 시쯤 갔더니 이미 만석이었다는 기록이 있고, 평일 점심에도 손님으로 꽉 차 있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자리가 모자라면 다른 가게로 안내해 주기도 한다고 합니다. 주말 오후에 간 사람은 젊은 손님도 나이 든 손님도 고루 앉아 있었다고 했습니다.


간에 참기름을 끼얹는 집
이 집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백순대보다 먼저 꼽는 건 간입니다. 다른 집들은 간을 볶음에 같이 넣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는 접시에 따로 올려 참기름과 통깨, 청양고추를 얹어 내준다고 합니다. 평소 순대 간은 퍽퍽해서 잘 안 먹는데 여기서는 부드럽고 맛있었다고 쓴 사람이 있고, 보드라워서 한 번 더 달라고 했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참기름 향이 압도적이라 술꾼에게 이만한 안주가 없겠다고 한 사람은 쟁반에 함께 오른 깻잎과 무절임, 매콤한 양념장까지 하나하나 적었습니다. 음료수 하나는 서비스로 나오고, 술을 시키면 복분자액을 내줘서 소주나 맥주에 타 마신다고 합니다.


다 볶아져서 나오는 백순대
백순대는 순대와 곱창, 양배추, 쫄면 사리를 철판에 올려 이모님이 볶아서 내줍니다. 손님이 직접 뒤집을 일 없이 다 볶아진 채로 나와서 바로 먹을 수 있는 점이 편했다는 사람이 있습니다. 작은 불 위에서 지글지글 눌어붙도록 두면 더 맛있다는 요령도 함께 적혀 있었습니다. 마지막에 부추와 들깨가루가 수북이 올라가는데, 여름에 왔을 때는 없던 부추가 가을에는 얹혀 있었다고 한 단골은 그 변화를 반가워했습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찍지 않고 한 점 먹어 보면 들깨의 고소함이 먼저 느껴지고, 두 번째 입부터 양념장을 조금씩 찍어 입맛을 찾아가라는 조언도 있었습니다. 그 소스를 마약소스라고 부른 사람도 있습니다.
백순대 맛은 순대타운 어느 집을 가도 크게 다르지 않고, 갈리는 건 결국 소스와 참기름이라고 적은 사람이 있습니다. 그는 원래 양지순대타운에 단골집이 있었는데 성시경을 좋아하는 친구가 그 집에 가 보자고 해서 따라왔다가 간을 한 번 더 시켰다고 했습니다. 철판에서 직접 볶아 먹으니 코로나 이후로 집에서 밀키트로 때우던 것과는 또 다르더라는 말도 남겼습니다.


기억에 남는 건 친절
비슷한 이야기가 비슷하게 끝납니다. 직원분들이 계속 신경을 써 주며 맛있게 볶아 주었고, 다음에 또 오라고 인사해 주었다는 것입니다. 임신 중에 가고 싶은 곳을 메모장에 적어 두었다가 낮에 찾았다는 사람은 테이블마다 소주 한 잔씩 곁들이는 풍경을 보고 신림동의 낮술 성지라고 불러도 되겠다고 적었습니다. 중학생 때부터 순대촌에 다녔다는 사람은 요즘은 십대나 이십대보다 학창 시절을 보낸 사람들이 다시 찾아오는 곳이 된 것 같다고 했습니다. 오래된 건물이라 위생에 예민한 사람은 신경이 쓰일 수 있고 화장실도 옛날 느낌이라고 솔직히 덧붙인 대목도 있었습니다.


집으로 들고 가는 사람들
매장이 만석이면 포장을 택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두 사람분을 시켰는데 들어 보니 묵직했다는 기록이 있고, 집에 와서 열어 보니 서너 명이 먹어도 되겠다고 적은 기록도 있습니다. 한 사람은 먹기 삼십 분 전에 전화로 주문해 두면 기다리지 않고 받는다는 요령을 알려 줍니다. 전국 택배도 된다고 합니다. 어릴 때 부모님이 신림동에서 데이트하셨다는 사람은 이제 곧 결혼할 사람과 이 집을 단골로 삼았다며 철판 앞에서 마시는 막걸리 한 잔의 설렘을 적었습니다. 그 사람의 조언은 한 줄이었습니다. 메뉴판은 볼 필요 없이 자리에 앉으며 백순대 둘을 외치면 된다는 것입니다.


전라도시네마(시네마 전라도집)
백순대원조민속순대타운 3층 입구 쪽 307호에 있는 백순대집입니다. 볶아서 내주는 백순대와 참기름을 끼얹어 따로 올리는 간이 이 집을 기억하는 이유로 가장 많이 꼽힙니다.
처음에 참기름을 뿌려서 내어주신다. 근데 이게 생각보다 진짜 별미였다
- 주소
- 서울 관악구 신림로59길 14 원빌딩 원조민속순대타운 3층 307호
- 영업
- 매일 10:00 - 24:00 (오전 9시 개점으로 적은 기록도 있음)
- 가격
- 원조백순대·양념순대 2인분 22,000원(7월 기록은 20,000원대) / 볶음밥 3,000원 / 소주·맥주 5,000원 / 곱창볶음 2인분 24,000원
- 비고
- 엘리베이터로 3층. 5인 이상 네이버 예약, 포장·택배 가능. 온누리페이·제로페이·서울페이 사용 가능. 음료수 서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