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림동 순대타운) 순대 간판 옆, 다른 접시가 놓이기 시작했다
이름이 하나여도 거리는 한 가지 메뉴로만 채워지지 않는다. 신림로59길을 한 바퀴 돌면 순대 철판 옆으로 커피 향과 카레 냄새가 차례로 끼어든다.
- 글
- alleymag.
- 발행
- 2026.10.31
- 골목
- 서울 신림동 순대타운

신림동 순대타운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대부분 한 가지 그림을 떠올린다. 건물 하나에 빽빽하게 들어찬 백순대 간판들. 신림로59길 14번지 원조민속순대타운 안으로 들어서면 그 그림은 대체로 맞는다. 하지만 그 건물을 나와 골목을 따라 몇 걸음만 옮기면, 그림은 금세 다른 색을 띠기 시작한다. 간판 하나로는 다 설명되지 않는 거리가 거기서부터 펼쳐진다.
같은 신림로59길 15-6번지, 순대타운 건물에서 멀지 않은 2층에는 '마티스커피'라는 간판이 걸려 있다. 우드톤 인테리어에 칸막이로 좌석을 나눈 이 카페는 공부나 대화를 하러 오는 손님들로 채워진다. 순대볶음 철판 대신 핸드드립 커피가 놓이는 자리다.

밖에서 보면 오래된 다방처럼 보이는 간판인데, 막상 들어가면 전혀 다른 공간이 나온다고 말하는 손님이 많다. 겉모습과 속이 이렇게 다른 가게가 순대타운 코앞에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고 지나치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신림로 309번지, 걸어서 몇 분 거리에는 인도 음식점 인디아 더르바르가 있다. 2층으로 오르는 계단에는 또 다른 음식점 간판도 나란히 붙어 있다. 한 계단 위에서도 이미 메뉴는 여러 갈래로 갈라진다.
신림로 358-7번지의 혜원정육식당은 또 다른 방향이다. 삼겹살과 특수부위를 저렴하게 내놓는 고깃집으로, 순대타운과는 걸어서 오 분 남짓 떨어져 있지만 같은 동네 상권을 공유한다.

2013년 관악구가 이 일대를 음식문화의 거리로 묶을 때, 그 약속에 이름을 올린 곳은 음식점 102곳이었다. 카페나 인도 음식점처럼 그 뒤에 들어선 가게들은 애초에 그 약속의 대상이 아니었다. 순대타운이라는 이름이 가리키는 범위와, 실제로 이 거리를 채우고 있는 가게들의 범위는 처음부터 조금씩 어긋나 있었던 셈이다.
임대료나 공실을 하나하나 확인하긴 어렵지만, 순대타운 바깥 골목에 카페와 식당이 하나둘 들어선 모습은 눈에 띈다. 순대 간판이 빼곡한 건물 하나를 보고 발길을 돌리면, 그 뒤에서 자라고 있는 다른 가게들은 쉽게 지나치게 된다.
건물 안으로 다시 들어가면
물론 원조민속순대타운 건물 안으로 다시 들어가면 풍경은 다시 익숙해진다. 한 층에 순대 간판만 몇 개씩 늘어서 있고, 손님들은 몇 호실인지만 확인하고 자리를 잡는다. 이 건물 하나만 보면 순대타운이라는 이름이 과장은 아니다.

다만 그 이름이 이 거리 전체를 대표하는 간판이 된 지 오래라, 바로 옆 골목에 카페와 인도 음식점과 고깃집이 자리 잡은 사실은 쉽게 가려진다. 순대타운이라는 간판 하나를 보고 발걸음을 돌리는 사람 중에, 몇 걸음만 더 걸었다면 다른 저녁을 만났을 사람은 또 몇이나 될까.
순대를 먹으러 왔다가 커리를 먹고 가는 사람도 있고, 커피를 마시러 왔다가 순대 냄새에 끌려 계단을 내려가는 사람도 있다. 이 거리를 하나의 이름으로만 부르는 한, 그런 걸음들은 어느 지도에도 잘 잡히지 않는다. 결국 이 골목을 가장 정확히 아는 사람은 지도가 아니라 두 발로 몇 번이고 걸어본 사람들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