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림동 순대타운) 호남집 영미네, 이모에게 전화부터 하고 가는 집
3층 308호입니다. 칠팔 년째 다니는 단골의 전화 한 통부터 처음 와 본 사람의 호객 이야기까지, 열 사람의 기록을 겹쳐 봤습니다.
- 글
- alleymag.
- 발행
- 2026.10.31
- 골목
- 서울 신림동 순대타운

3층 투명문으로 들어서 곧장 걷다가 가게 두 곳을 지나면 바로 오른쪽, 308호가 호남집 영미네입니다. 건물 1층에 분홍색 또순이순대가 있으니 그걸 먼저 눈여겨보고 올라오면 쉽다고 신림 토박이는 일러 줍니다. 입구에서부터 호객은 만만치 않습니다. 이모님들이 계속 불러서 내향인은 조금 무서울 수도 있다고 한 사람은 입구에서 그냥 쭉 걸어가며 다니는 곳 있어요, 하고 지나친다고 합니다. 호객은 입구 쪽만 심하고 안쪽은 따로 없었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이름만 보고 찾아갔다가 위치가 헷갈려 308호를 세 번 되뇌며 메모해 둔 사람도 있습니다. 가게 이름은 호남집 영미네라고도, 호남댁 영미네라고도 적혔습니다.


이 집을 가장 오래 다닌 사람은 칠팔 년째라고 적었습니다. 어릴 때는 부모님과 아무 데나 갔는데 같이 일하던 언니 오빠들과 다니다 어느 순간부터 여기만 가게 됐다는 것입니다. 그 사람은 가기 전에 이모에게 먼저 전화를 겁니다. 몇 명이 가고 몇 인분을 먹을 건데 몇 시쯤 도착한다고 알려 두면, 도착했을 때 딱 준비가 되어 있어서 자리에 앉자마자 볶고 있던 백순대가 커다란 철판째 나온다고 합니다. 맛집은 주관적이라 누구에게나 여기가 제일 맛있다고는 말하지 못하지만, 칠팔 년을 계속 찾아간다는 사실로 소개하고 싶었다고 적었습니다.


중학생 때부터 다녔다는 사람은 친구들이 먼저 가 있던 자리에 늦게 합류했는데 계산할 때 이모님이 언제 왔느냐고, 처음에 안 보여서 몰랐다며 안부를 물어 줬다고 적었습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다녔다는 사람은 같이 다녀온 친구들이 따로 찾아갈 정도라고 했고, 신림 토박이라는 사람은 혼자 가도 사장님이 방긋 웃으며 맞아 줘서 음식만 먹으러 가는 곳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연애하던 시절 가 본 순대타운에 남편과 다시 와서 양념만 먹던 입맛이 백순대로 돌아섰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 집은 시네마 전라도집 바로 옆이라, 방송을 탄 집들 사이에서 일부러 이쪽을 골랐다고 적은 사람도 있었습니다.


간 한 접시
첫 접시는 간입니다. 삶은 간에 참기름을 두르고 참깨를 뿌리고 청양고추를 올려 낸다고 합니다. 참기름과 소금이 적당해 고추 하나 올려 먹으면 바로 소주 생각이 난다며 한 번 더 리필한 사람이 있고, 신선해서 잡내가 나지 않아 계속 손이 갔다는 사람이 있습니다. 떡볶이 국물에나 찍어 먹어 봤지 이렇게 먹는 건 처음인데 나름 괜찮았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순대간은 원래 기본 제공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어느 순간부터 나온다고 적은 사람은 백순대 먹기 전 심심한 입을 달래 준다고 했습니다. 깻잎과 무절임, 때로는 치킨무가 곁들여지고 음료수는 이 인분에 한 캔, 세 사람이면 두 캔을 챙겨 준다고 합니다.


쫄면이 킥
백순대에는 당면순대와 곱창, 쫄면사리, 양배추, 부추, 파, 당근이 가득 담겨 익혀서 나옵니다. 들기름과 들깨가루를 듬뿍 넣어 볶아 고소함의 극치라는 말이 있고, 쫄면이 이 집의 킥이라는 사람은 가운데 고추가 듬뿍 올라간 양념장을 비비고 더 볶으면서 가스불 온기에 데워지는 양념맛까지 별미라고 적었습니다. 양념장이 쌈장과 초장을 섞은 맛이라는 사람이 있고, 소스를 휙휙 섞어 당면에 순대와 양배추를 올려 먹으면 감탄이 나온다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 인분에 이만 원이라 지인이 일 인분 가격인 줄 알았다는 사람이 있고, 이십 년 전보다 삼천 원쯤 올랐을 거라고 짐작한 사람도 있습니다. 사 인분을 시킨 사람은 양이 꽤 많았다고 했습니다.


좋은 말만 있는 건 아닙니다. 좌석이 많지 않고 곳곳에 먼지가 쌓여 있어 청결에 민감한 사람은 피하는 게 좋겠다고 적은 사람이 있고, 매장 안이 넓지 않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주차는 안 된다고 하고, 저녁 시간보다 조금 일찍 가서 바로 앉았지만 더 늦었으면 웨이팅이 있었을 것 같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여섯 시쯤 가서 사람이 많지 않을 때는 비어 있는 테이블에서 재료를 펼쳐 조리한 뒤 가져다주는 걸 봤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채소가 많이 들어가니 사람이 많아 회전이 빠른 집을 고르는 게 좋다고 적은 이 사람은 한참 고민하다 이 집으로 정했다고 합니다.


호남집 영미네(호남댁 영미네)
백순대원조민속순대타운 3층 308호에 있는 백순대집입니다. 참기름과 참깨, 청양고추를 얹은 간이 먼저 나오고, 오래 다닌 단골들이 이모에게 전화부터 하고 간다고 적습니다.
삶은 간에 참기름을 둘러주시고, 참깨도 톡톡 뿌려주세요.
- 주소
- 서울 관악구 신림로59길 14 원빌딩(원조민속순대타운) 3층 308호
- 영업
- 기록마다 다름. 매일 11:00 ~ 23:00로 적은 기록이 가장 많고, 가게 전단에는 09:00 ~ 새벽 01:00로 적혀 있음
- 가격
- 원조백순대곱창·양념순대곱창 2인분 20,000원 / 3인분 30,000원 / 원조백곱창·양념곱창볶음 2인분 22,000원 / 볶음밥 3,000원 / 소주·맥주 5,000원 (메뉴판 기준)
- 비고
- 3층 투명문 입구에서 직진해 두 집을 지난 오른쪽. 포장·택배 가능. 음료 서비스(2인분 1캔). 주차는 불가로 적은 기록이 많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