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제기동 경동시장·약령시장) 박원기 설렁탕, 간판과 눈이 마주친 오후
누구는 일부러 찾아왔고, 누구는 길을 잘못 들었다가 이 좁은 골목 가게 앞에 섰습니다. 벽에는 뼈 국물이 보약이라는 현수막과 여러 나라 말로 남긴 쪽지들이 붙어 있고, 점심이면 약령시장 상인과 장 보러 나온 어르신들이 줄을 섭니다.
- 글
- alleymag.
- 발행
- 2026.10.30
- 골목
- 서울 제기동 경동시장·약령시장

제기동역에서 약령시장 쪽으로 걸어 들어가면 한약재 가게들 사이로 갈색 나무 간판이 하나 보입니다. 붉은 글씨로 설렁탕이라 크게 쓰였고, 그 위에 박원기라는 이름이 작게 얹혀 있습니다. kig423은 약령시장 2번 게이트에서 바로 보인다고 적었고, leeyanglove는 시장 한가운데 좁은 골목 한 켠에서 진한 국물의 진가를 보여주는 집이라고 소개했습니다.
kimhae320은 다른 동네로 가던 길에 정신을 차려 보니 처음 보는 제기동 버스 정류장에 서 있었다고 적었습니다. 배가 고프다는 걸 깨달은 때가 오후 세 시 반쯤이었고, 둘러보다 설렁탕집 간판과 눈이 마주쳤다고 합니다. 맑은 국물 국밥은 그다지 즐기지 않는데도 간판이 보내는 신호에 끌려 들어갔다는 것입니다. dnwlsakej는 정반대였습니다. 쇼츠에서 맛있어 보이는 영상을 보고 일부러 찾아왔고, 경동시장 상인들의 아침을 책임진다는 집이라는 말로 후기를 열었습니다.


벽이 먼저 말을 거는 집
문을 열면 눈이 먼저 벽으로 갑니다. kimhae320은 자부심이 가득한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고, 테이블이 몇 개 되지 않는데도 홀이 한산해서 갸웃하다가, 점심시간을 한참 넘긴 때라는 걸 깨닫고 고개를 끄덕였다고 썼습니다. dnwlsakej는 가게 이야기가 벽면 곳곳에 붙어 있어 사장님이 이름을 걸고 운영하는 자부심이 느껴졌다고 적었습니다. 그가 찍어 둔 액자에는 소머리와 무릎도가니, 사골, 반골, 양지를 큰 가마솥에 넣어 고았다는 설명과 함께 첨가물을 넣었다면 배상하겠다는 약속이 큼지막하게 적혀 있습니다. kig423 또한 첨가물을 넣지 않았다는 주인장의 문구가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고 했습니다.


국물 앞에서는 말이 갈렸습니다. kimhae320은 한 입 먹자마자 사골국물이 아니네, 하는 소리가 먼저 나왔다고 합니다. 뼈를 우려낸 진한 맛 대신 기름기 적은 살코기를 우리고 또 우려 끝까지 짜낸 듯한 산뜻한 맛이었고, 곰탕과 갈비탕 중간쯤에 놓인 빛깔이라는 표현도 남겼습니다. kig423은 봄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저녁에 기력을 보충하러 들렀고, 함께한 사람들이 국물을 한 모금 마시자마자 육향이 깊고 고소하다고 입을 모았다고 전했습니다. leeyanglove는 가마솥에서 오래 고아 낸 국물이 맑고 진한데도 텁텁하지 않다는 평이 대부분이라고 적었습니다.
kimhae320의 식탁에는 국물보다 소주가 먼저 놓였습니다. 잔이 분홍빛이라 마음에 들었다고 적었습니다. 파는 조금 시든 기색이 있어도 막 썰어 낸 듯한 신선함이 남아 있었고, 김치는 직접 담근 듯 배추 결이 질기고 젓갈 냄새가 쿰쿰하게 올라왔다고 합니다. 깍두기는 동치미인지 깍두기인지 알쏭달쏭한 얼굴이었다지요. kig423은 양파절임과 깍두기를 별미로 꼽았습니다. 아삭하고 새콤달콤한 곁들이가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설렁탕의 맛을 잡아 준다는 것입니다. 소면과 고기를 건져 먹고 소주를 한 잔 비운 다음 밥과 파를 넣는 순서도 그는 빠짐없이 적어 두었습니다.


줄을 서는 사람들
jinjuc1은 이 집의 오랜 단골입니다. 지인들과 점심 약속으로 갔다가 마침 방송 촬영이 나온 모습을 보았다고 적었습니다. 식당 앞에는 찬바람 속에서도 멀리서 가까이서 찾아온 손님들이 줄을 서 있었고, 그 풍경을 보며 맛집은 숨지 않는다는 말이 떠올랐다고 합니다. 한약상가 상인들이 많이 찾고, 경동시장을 나온 어르신들이 보양식처럼 한 끼를 드시고 가는 곳이라는 설명도 보탰습니다. leeyanglove도 방송에 소개된 집이라 점심 피크에는 기다릴 수 있고 재료가 떨어지면 일찍 닫기도 해서, 조금 이른 시간을 권했습니다.


jinjuc1이 이 집을 거듭 찾는 까닭은 국물만이 아닙니다. 주인이 장 보러 나온 어르신들을 먼저 챙기고 반찬도 푸짐하게 내준다고, 그래서 사람 냄새 나는 식당이라는 느낌을 받는다고 적었습니다. 시골집에서 엄마가 해 주시던 진한 국물이 생각난다는 말도 함께였습니다. 도가니 수육은 부드럽고 쫄깃했고, 한 숟갈 뜨는 순간 얼어 있던 몸과 마음이 스르르 풀리는 듯했다고 합니다. kig423은 가게 안에서 포장 판매 안내도 읽었습니다. 국물과 고기를 따로 담은 팩이 있고, 일정 금액 이상이면 택배로 보내 줘서 부모님 선물로도 인기라는 설명이었습니다.
dnwlsakej가 찍은 벽 한쪽에는 일본에서, 베트남에서, 중국에서 온 손님들이 맛을 보고 남긴 글이 빼곡합니다. 몇 해 전 날짜가 적힌 쪽지도 아직 붙어 있어서, 이 집을 지나간 점심 한 끼가 종이 한 장씩으로 남아 있습니다.
박원기 설렁탕
설렁탕·도가니탕약령시장 안쪽 골목에서 큰 가마솥에 소머리, 무릎도가니, 사골, 반골, 양지를 넣어 고아 내는 설렁탕집입니다. 설렁탕과 도가니탕, 수육을 내고 국물과 고기를 따로 포장해 팔기도 합니다. 간판에는 제기본점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시골 집에 가면 엄마가 해주시던 진한 국물이 생각나는 속 깊은 그런 맛입니다.
- 주소
- 서울 동대문구 약령중앙로2길 14
- 영업
- 월~토 09:00 - 23:00, 일요일 정기휴무
- 가격
- 설렁탕 9,000원 / 도가니탕 14,000원 / (특)설렁탕 13,000원 / (특)도가니탕 17,000원 / 수육전골 29,000원 / 도가니전골 49,000원
- 비고
- 주차 불가(건물 맞은편 유료주차장 이용) / 제기동역 2번 출구에서 도보 3분 안팎 / 공깃밥·국수 무한리필(메뉴판 사진 기준) / 국물·고기 포장 판매 / 일정 금액 이상 전국 무료 택배 / 영업시간이 블로그 기록마다 다르게 적혀 있어 방문 전 확인 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