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인천 배다리 헌책방거리) 철교 아래 일요일마다, 도깨비시장
생활에 필요한 물건보다 추억의 물건이 더 많은 장터입니다. 전철이 머리 위로 지나가는 다리 밑에서 일요일 오후만 반짝 열립니다.
- 글
- alleymag.
- 발행
- 2026.04.27
- 골목
- 동인천 배다리 헌책방거리

배다리 사거리, 전철 1호선이 머리 위로 지나가는 철교 아래에는 일요일마다 장이 섭니다. 이름은 도깨비시장. 평소엔 빈 공간으로 남아 있다가 정해진 요일에만 좌판이 펼쳐지는 곳이라, 처음 마주친 사람은 이 자리가 원래 뭐 하던 곳인지 잠시 헷갈리게 됩니다. 헌책방과 근대 역사문화 유산이 많이 남은 금곡동, 창영동 일대에 자리한 이 장터는 배다리를 걷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마주치게 됩니다.
인천지하철공사 소속 부지를 이용해 열리는 이 장은, 마켓을 운영하는 이들이 매달 이용료를 내고 구청에 신고한 뒤 여는 정식 장터입니다. 현장에는 총무 역할을 맡은 사람이 있어 궁금한 점을 물어볼 수 있다는 안내도 있습니다. 지역 주민과 골동품 수집가, 문화활동가들이 모여 침체된 원도심 골목에 다시 활기를 불어넣어 보려는 취지로 조성됐다고 전해집니다.


좌판에 펼쳐진 물건은 아주 다양합니다. 놋그릇과 LP판, 카메라, 악기, 오래된 그릇과 옷가지, 시계까지,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이기보다는 추억이 담긴 물건들이 대부분입니다. 아기자기한 벼룩시장 성격이 강하다는 인상을 받았다는 후기가 많습니다.
한 좌판에는 자기 그릇과 인형, 오래된 만화책과 잡지가 나란히 놓여 있고, 다른 좌판에는 공구와 필름 카메라, 낡은 손편지 뭉치가 자리를 채웁니다. 그런가 하면 청자를 닮은 도자기 인형 옆에 옛 막걸리병이 놓인 좌판도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양구 막걸리라는 상표가 붙은 갈색 유리병이 예쁘다고 적은 방문객이 있었는데, 실제로 들여다보면 오래된 물건들 사이에서 그 빛깔이 유독 눈에 띕니다.
좀 더 안쪽으로 가면 붓글씨로 적힌 오래된 서화와 액자들이 담벼락처럼 늘어선 좌판도 있습니다. 그 앞으로는 가죽을 씌운 낡은 북과 놋쇠 꽹과리가 나란히 놓여 있어, 한때 누군가의 마당이나 창고를 채웠을 물건들이 이렇게 다리 밑까지 흘러왔다는 걸 실감하게 됩니다. 캠핑 의자를 펴고 앉아 손님을 기다리는 상인들 뒤로는 평일과 다름없이 차들이 오가는 사거리 풍경이 그대로 이어집니다.
물건보다 시간을 파는 자리


시장 주변으로는 헌책방들과 드라마 촬영지, 카페거리, 문화공간이 걸어서 닿는 거리에 모여 있습니다. 인천문화양조장과 공방, 독립서점, 작은 박물관, 율목도서관, 옛 인천시장 관사까지, 마음만 먹으면 반나절을 걸어도 다 둘러보지 못할 만큼 볼거리가 이어집니다. 도깨비시장은 그 동선 한가운데, 다리 밑이라는 조금 뜻밖의 자리에서 사람들을 붙잡아 세웁니다.
여느 벼룩시장처럼 흥정이 오가고, 고물처럼 보이는 물건 하나에도 저마다의 사연이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그냥 낡은 물건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어릴 적 집에 있던 것과 똑같은 물건일 수 있습니다. 도깨비시장이라는 이름처럼, 이 장은 일요일이 아니면 흔적도 없이 사라집니다. 그러니 배다리를 걷다가 우연히 다리 밑에서 좌판이 펼쳐진 걸 본다면, 그날이 바로 이 시장을 만날 수 있는 날입니다.
도깨비시장
골목 벼룩시장배다리 사거리 철교 아래에서 매주 일요일마다 열리는 벼룩시장입니다. 생활용품보다 오래된 물건과 골동품이 주를 이룹니다.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이기보다는 추억의 물건들이 대부분이다
- 주소
- 인천 제물포구 배다리 사거리, 전철 1호선 철교 아래
- 영업
- 매주 일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 가격
- 품목별로 다름(고정가 없음, 흥정 가능)
- 비고
- 인천지하철공사 부지 이용 · 놋그릇·LP·카메라·악기 등 추억의 물건 위주 · 현장에 총무 있어 문의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