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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스팟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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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시작2026.09

(동인천 배다리 헌책방거리) 카메라를 든 사람과 책을 든 사람

드라마 한 장면이 찍힌 뒤로 이 골목에는 사진을 찍는 사람이 늘었다. 그 옆에서 책을 고르는 사람은 여전히 조용하다.

글
alleymag.
발행
2026.01.31
골목
동인천 배다리 헌책방거리
카메라를 든 사람과 책을 든 사람
Artwork by alleymag.

한미서점 앞에 서서 휴대폰을 든 사람을 보는 일은 이제 낯설지 않다. 몇 해 전 드라마 도깨비의 한 장면이 이 노란 책방 안에서 찍혔고, 그 뒤로 이 골목은 헌책방거리인 동시에 촬영지라는 이름 하나를 더 얻었다. 사진 한 장을 남기고 돌아서는 발걸음과, 책장 사이로 걸어 들어가는 발걸음이 같은 문 앞에서 갈린다.

두 발걸음의 속도는 다르다. 사진을 찍는 사람은 노란 벽 앞에서 몇 걸음 만에 볼일을 마치고 다음 골목으로 넘어간다. 책을 찾는 사람은 문을 열고 들어가 책장 사이를 한참 서성인다. 같은 자리에서 시작한 두 사람이 전혀 다른 시간을 골목에 남기고 가는 셈이다.

사진과 책 사이

책방 주인 입장에서 이 변화가 반갑기만 한 것은 아닐 것이다. 사진을 찍고 돌아서는 발걸음이 책 한 권을 사 들고 나가는 발걸음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그런데도 그 발걸음이 아예 없는 것보다는 낫다. 사진을 찍으러 왔다가 우연히 책장 앞에 멈춰 서는 사람도 있고, 그 잠깐의 멈춤이 이 골목을 한 번 더 찾게 만드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Artwork by alleymag.

이 골목을 다녀간 이들의 기록을 보면 목적이 뚜렷하게 갈린다. 데이트 코스나 야경을 찾아온 이들은 노란 벽과 카페 앞에서 사진을 남기고, 책을 찾아온 이들은 책방 안쪽 서가부터 훑는다. 같은 골목을 소개하는 글이라도 어떤 글은 카페 지도에 가깝고, 어떤 글은 책방 안내에 가깝다.

골목을 걷다 보면 책방 사이사이로 낯선 간판이 늘어난 것도 눈에 띈다. LP판을 틀어 놓고 핸드드립 커피를 내리는 토니커피하우스, 오래된 목조 건물을 그대로 살린 동양가배관, 참기름을 직접 짜서 비빔밥에 두르는 파랑새 방앗간까지, 책과는 무관한 가게들이 헌책방 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책을 사러 온 사람도, 사진을 찍으러 온 사람도 결국 이 가게들 중 하나에서 걸음을 멈춘다.

여인숙이 있던 자리

골목 안쪽, 예전에 여인숙이 모여 있던 자리에는 지금 배다리 아트스테이 1930이라는 이름의 복합문화공간이 들어서 있다. 낡은 벽돌 아치를 그대로 두고 그 안에 빨래터카페와 전시 공간을 앉혔다. 이름조차 이 공간이 빨래터로 쓰이던 자리였다는 사실을 그대로 담고 있다.

Artwork by alleymag.

여인숙 골목이었다는 사실은 이제 안내판 몇 줄로만 남았지만, 좁은 통로와 낮은 처마는 그대로다. 통로를 넓히거나 벽을 허물어 새로 짓는 대신, 있던 것을 고쳐서 카페와 전시장으로 바꿔 쓰는 쪽을 택한 흔적이 곳곳에 있다.

골목 초입의 인천문화양조장 스페이스빔도 비슷한 길을 걸었다. 1920년부터 술을 빚던 건물을 허물지 않고, 전시와 공연이 열리는 공간으로 고쳐 썼다. 술을 빚던 자리, 여인숙이었던 자리, 헌책을 쌓아 두던 자리가 저마다 다른 쓰임으로 이 골목 안에 함께 남아 있는 셈이다.

밤에도 열리는 책방

2026년 8월에는 이 골목의 한 책방에서 밤에 책방을 여는 행사가 열렸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출신 시인이 자신의 시집을 들고 이 골목의 서가 앞에 앉았고, 낮과는 다른 얼굴을 한 책방에 사람들이 둘러앉았다. 헌책을 사고파는 자리였던 이 골목에, 시를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밤이 새로 생긴 셈이다.

나비날다책방처럼 사람 없이 운영되는 서점도 이 골목에 자리를 잡았다. 주인이 지키고 앉아 있던 헌책방의 방식과는 다르다. 책값을 스스로 계산하고 나가는 낯선 경험에, 처음 이 골목을 찾은 사람들은 잠시 머뭇거리다가도 이내 책장을 넘기기 시작한다.

Artwork by alleymag.

방문객이 늘면서 주차를 안내하는 후기도 함께 늘었다. 골목 안에 마땅한 주차 공간이 없다 보니, 인근 답동성당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라는 정보가 여행 후기마다 빠지지 않고 따라붙는다. 책방 골목 하나를 보러 오는 일에도 이제는 나름의 요령이 필요해졌다는 뜻이다.

같은 골목, 다른 걸음

결국 이 골목에는 두 가지 걸음이 겹쳐 있다. 사진 한 장을 위해 잠깐 들렀다 가는 걸음과, 책 한 권을 찾아 오래 머무는 걸음이다. 어느 쪽이 이 골목의 진짜 주인인지 가리는 일은 부질없다. 사진을 찍으러 온 사람 중 누군가는 결국 책방 문을 밀고 들어가고, 책을 사러 온 사람 중 누군가는 노란 벽 앞에서 사진을 한 장 남기고 돌아선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사진을 찍는 사람이 늘어난 뒤에도 이 골목의 책방들은 문을 닫지 않고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카메라가 먼저 이 골목을 찾아왔더라도, 책은 여전히 그 안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FIELD PHOTOS : 현장에서 모은 사진
SCENE 01 : 밤에 열리는 책방
2026년 8월, 남아프리카 공화국 출신 시인의 북토크가 열린 밤. 책장을 배경으로 낭독과 대화가 이어지고, 옆에는 시집의 한 페이지가 펼쳐져 있다.2026년 8월, 남아프리카 공화국 출신 시인의 북토크가 열린 밤. 책장을 배경으로 낭독과 대화가 이어지고, 옆에는 시집의 한 페이지가 펼쳐져 있다.
▲ 인천 동구 금곡동 · 2026.09 / 사진 mmgyu · https://blog.naver.com/mmgyu/224401880931 2026년 8월, 남아프리카 공화국 출신 시인의 북토크가 열린 밤. 책장을 배경으로 낭독과 대화가 이어지고, 옆에는 시집의 한 페이지가 펼쳐져 있다.
SCENE 02 : 좁은 통로, 새 이름
여인숙이 모여 있던 골목 어귀에 걸린 복합문화공간 배다리 아트스테이 1930 간판과, 그 안 빨래터카페의 불 켜진 사인.여인숙이 모여 있던 골목 어귀에 걸린 복합문화공간 배다리 아트스테이 1930 간판과, 그 안 빨래터카페의 불 켜진 사인.
▲ 인천 동구 금곡동 · 2026.05 / 사진 gem02_ · https://blog.naver.com/gem02_/224289349730 여인숙이 모여 있던 골목 어귀에 걸린 복합문화공간 배다리 아트스테이 1930 간판과, 그 안 빨래터카페의 불 켜진 사인.
SCENE 03 : 노란 책방과 골목의 표정
노란 외벽의 한미서점 앞 거리와, 인근 카페 창 너머로 보이는 기와지붕 옛 건물. 새 가게의 창이 오래된 골목의 지붕선을 그대로 담고 있다.노란 외벽의 한미서점 앞 거리와, 인근 카페 창 너머로 보이는 기와지붕 옛 건물. 새 가게의 창이 오래된 골목의 지붕선을 그대로 담고 있다.
▲ 인천 동구 금곡동 · 2025.10 / 사진 2jimoon · https://blog.naver.com/2jimoon/224043744126 노란 외벽의 한미서점 앞 거리와, 인근 카페 창 너머로 보이는 기와지붕 옛 건물. 새 가게의 창이 오래된 골목의 지붕선을 그대로 담고 있다.
이 글은 2026년 방문 기록과 웹 검색으로 확인한 사실을 종합했다. 배다리 아트스테이 1930, 야간책방 행사, 무인서점 관련 서술은 2026년 방문 기록을 바탕으로 했고, 드라마 촬영지 관련 사실은 verifiedHistory에 담긴 근거만 사용했다. 발행 이후 새로 확인되는 방문 기록이 있으면 사진과 내용을 갱신한다.
#배다리#동인천#헌책방거리#도깨비촬영지#여인숙골목앨리매거진alleym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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