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인천 배다리 헌책방거리) 성냥공장이 있던 자리, 배다리성냥마을박물관
붉은 벽돌 건물 벽에 알록달록한 성냥갑 그림이 그려져 있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성냥공장이 있던 자리, 지금은 무료로 열린 작은 박물관입니다.
- 글
- alleymag.
- 발행
- 2026.06.23
- 골목
- 동인천 배다리 헌책방거리

배다리 헌책방거리에서 몇 걸음 벗어나면 붉은 벽돌 건물 하나가 나옵니다. 입구 위에는 레트로체로 큼직하게 새긴 배다리성냥마을박물관 간판이 걸려 있고, 옆 벽면엔 알록달록한 성냥갑 그림이 그려져 있습니다. 이 자리는 1917년 문을 연 조선인촌주식회사, 우리나라 최초의 성냥공장이 있던 곳입니다. 인촌(燐寸)이라는 이름은 옛말로 성냥을 뜻하는데, 마찰 한 번에 불이 붙는 모습이 꼭 도깨비불 같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라고 합니다.
지금 이 자리에 들어선 박물관은 무료로 열려 있습니다. 관람만 하는 게 아니라 종이성냥갑을 직접 만들어보는 체험도 할 수 있어서, 아이와 함께 온 가족 손님이 유난히 많습니다. 어릴 때 아버지가 담배에 불을 붙이던 성냥을 본 적 있다는 방문객은, 이제는 라이터만 보게 됐다며 옛 기억을 떠올리기도 했습니다.
주차장은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건물 옆 공터에 몇 대 세울 수 있지만 넉넉하지 않아서, 근처 공영주차장을 미리 알아보고 오는 편이 마음 편합니다. 헌책방거리를 걷는 길목에 자리하고 있어서, 책방 몇 곳을 둘러보다가 잠시 들르기에도 부담이 없습니다.


나무를 자르고 두약을 바르고
전시실 한쪽 벽은 성냥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그대로 따라가게 되어 있습니다. 원목을 가져와 자르는 원목 집하부터, 성냥개비 크기로 다듬는 축목, 불이 붙는 물질을 바르는 두약 제작과 찍기, 마지막 포장 작업까지 단계마다 실물 성냥개비와 재료를 유리 진열장 안에 넣어 두었습니다. 나무 향과 유황 냄새는 사라졌지만, 그 자리에 쌓인 성냥개비 더미만으로도 한때 이 골목이 얼마나 많은 손을 필요로 했는지 짐작하게 됩니다.
이 자리가 그저 평화롭기만 했던 것은 아닙니다. 공장이 문을 연 지 몇 해 지나지 않은 1921년, 노동 착취에 반대하는 동맹파업이 이 자리에서 벌어졌습니다. 인천 지역 노동운동의 시작으로 꼽히는 사건입니다. 알록달록한 성냥갑 디자인을 구경하다 보면 쉽게 지나치기 쉬운 이야기지만, 이 작은 박물관은 그 역사도 함께 붙잡아 두고 있습니다.


전시장을 나서는 길, 어른들에게는 추억이 되고 아이들에게는 낯선 물건이 되는 게 바로 성냥입니다. 성냥갑을 그어 불을 붙이던 감각을 기억하는 세대와, 종이성냥갑 만들기 체험으로 처음 성냥을 만져보는 세대가 같은 전시실 안에서 마주칩니다. 헌책방거리를 걷다가 잠깐 들르기 좋은 자리이자, 세대를 가로질러 이야기가 오가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성냥이 흔하던 시절엔 집들이 선물로 성냥 한 갑을 들고 가는 게 자연스러운 풍습이었다고 합니다. 불같이 일어나라는 뜻을 담아 건넸다는 그 작은 물건이, 지금은 라이터와 가스레인지에 자리를 내주고 이 박물관 진열장 안에서만 남아 있습니다. 알록달록한 옛날 성냥갑 디자인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는 후기가 많습니다.
배다리성냥마을박물관
박물관우리나라 최초의 성냥공장이 있던 자리에 들어선 무료 박물관입니다. 성냥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따라가는 상설전시와 체험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인촌(燐寸)은 옛말로 성냥, 곧 도깨비불을 뜻한다
- 주소
- 인천 제물포구 금곡로 19
- 영업
- 09:00 - 18:00 (입장마감 17:30), 매주 월요일·1월 1일·설날추석 당일 휴관
- 가격
- 관람료 무료 · 종이성냥갑 만들기 체험 무료
- 비고
- 전용 주차장 없음(인근 배다리·동인천역 공영주차장 이용) · 1917년 문을 연 조선인촌주식회사 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