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 창평 삼지천마을) 남극루, 몽헌각이 잠겨 있던 날 찾아낸 들녘의 2층 누각
자물쇠로 잠긴 곳 대신 찾아간 사람과, 향교와 원림을 함께 묶어 찾아간 사람이 보름 시차를 두고 같은 계단을 오른 자리.
- 글
- alleymag.
- 발행
- 2026.10.11
- 골목
- 담양 창평 삼지천마을

삼지내마을 돌담길을 벗어나 창평면사무소 쪽으로 걸음을 옮기면, 논 한가운데 덩그러니 선 2층 누각을 만나게 됩니다. 남극루입니다. 한 블로거는 원래 가려던 몽헌각이 자물쇠로 잠겨 있어 들어가지 못하고 발길을 돌리다 이 자리에 닿았다고 적었고, 다른 블로거는 창평향교와 명옥헌원림을 함께 둘러보던 길에 잠시 들렀다고 적었습니다. 계획에 없던 걸음과 코스에 넣어둔 걸음이 보름 남짓한 시차를 두고 같은 계단 앞에서 만난 셈입니다.
현장 안내판과 두 기록을 겹쳐보면 이 정자의 내력이 드러납니다. 남극루는 1830년대에 고광일을 비롯한 장현 마을 주민 서른 명 남짓이 세운 건물로, 원래는 창평현 동헌 정문 자리에 있었습니다. 1919년에 지금 자리로 옮겨 세웠고, 마을 사람들은 오래도록 이곳을 양로정이라 불렀습니다. 창평 동헌과 가까워 통행 시간을 알리는 종루 구실도 했고, 농사를 지도 감독하는 자리이기도 했다고 전해집니다. 안내판에는 1층이 아이들이 뛰어놀던 놀이방, 2층이 노인들이 모이는 방이었다는 설명도 적혀 있었다고 합니다.


정면 3칸, 측면 2칸의 2층 누각에 팔작지붕을 얹은 모습은 담양 지역에서 흔히 보기 어렵다고 합니다. 산비탈이나 물가가 아니라 들녘 한가운데 기둥만으로 버티고 선 평지 누각이라는 점도 남다릅니다. 2층 난간에 서면 월봉산 주봉과 창평 들판이 한눈에 펼쳐집니다.
다른 날, 다른 걸음
leesy370106은 보름 뒤 이 자리를 지나며 다른 결의 기록을 남겼습니다. 창평IC에서 곡성 방향 60번 국도를 타고 가다 보면 길가에 바로 나타난다고 적었고, 죽림재·명옥헌원림·창평향교가 가깝고 조금 더 나가면 광주 환벽당·취가정·소쇄원·식영정까지 이어진다고 주변 동선을 함께 남겼습니다. 삼지내마을 안쪽 돌담길만 보고 돌아서기보다, 마을 밖 들판 쪽으로 한 걸음 더 걸어볼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두 기록 모두 공통으로 짚은 대목이 있습니다. 2층으로 오르는 나무 계단입니다. 닳고 고르지 않아 조심해야 한다는 당부가 두 글 모두에 나옵니다. 계단을 다 오르면 보상이 따릅니다. 지붕 아래 그늘에 서서 월봉산과 만덕산 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면 한여름 더위가 한풀 꺾인다고 했고, 2층 난간을 따라 돌면 동서남북 들판이 차례로 펼쳐진다고 적었습니다. 다만 건물 관리 상태에는 아쉬움도 남겼습니다. 조금만 더 손을 본다면 더 오래 두고 볼 수 있는 건물이라는 뜻이었습니다.


배롱나무 붉은 꽃이 들판 가장자리를 물들이던 늦여름, 두 사람은 보름 남짓 시차를 두고 같은 계단을 오르내렸습니다. 한 사람은 계획에 없던 발걸음으로, 한 사람은 주변 유적을 함께 묶은 코스로 이곳에 닿았지만 남긴 말은 비슷합니다. 담장 안 한옥만 보고 돌아서기엔 아쉬운 자리라는 것입니다. 삼지내마을 돌담길을 걷다 들녘 쪽으로 시야가 트이는 지점이 나오면, 그 끝에 이 누각이 있다는 걸 기억해두면 좋겠습니다.
남극루
역사 정자(누각)삼지내마을 돌담길에서 창평면사무소 방향으로 걸으면 닿는 2층 누각입니다. 산이나 물가가 아니라 들녘 한가운데 세워져, 2층에 오르면 월봉산 주봉과 창평 들판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두 기록 모두 별도의 안내나 제지 없이 계단을 올라 둘러본 걸음을 남겼습니다.
지붕 아래 그늘에서 주위 월봉산과 만덕산에서 불어 오는 바람을 맞으니 여름 한낮의 무더위를 어느정도 식혀 줍니다.
- 주소
- 전남 담양군 창평면 삼천리 일대
- 비고
- 1830년대 건립 추정 · 1919년 현재 자리로 이전 · 정면 3칸·측면 2칸 2층 누각 · 옛 이름 양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