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동피랑벽화마을) 안개가 걷히기를 기다리는 자리
골목 꼭대기, 이순신 장군이 두었던 포루 자리에 서면 강구안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입니다. 안개 낀 아침에 오른 사람도, 맑은 낮에 오른 사람도 결국 같은 자리에서 걸음을 멈췄습니다.
- 글
- alleymag.
- 발행
- 2026.05.11
- 골목
- 통영 동피랑벽화마을

동포루는 동피랑 골목을 다 오른 뒤에야 만나는 자리입니다. 이른 아침 안개가 산허리에 낮게 내려앉은 채로 골목에 들어섰다는 사람이 있습니다. 맑은 날도 예쁘겠지만 안개가 살짝 내려앉은 풍경도 운치가 있었다고 적었고, 산과 바다 사이에 구름이 걸려 있는 것 같아 한참 바라보게 되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처음부터 대단한 것을 찾아다니기보다 골목이 이끄는 대로 천천히 걸어보기로 했다는 이 사람은, 모퉁이를 돌 때마다 전혀 다른 벽화가 나타나는 걸 보며 꼭대기까지 걸음을 옮겼습니다.
골목을 오르는 동안 마주치는 것이 그림만은 아닙니다. 벽에 적힌 문장 하나가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는 사람이 있는데, 박경리 선생의 글이었다고 합니다. 제목만 보고도 그냥 지나치기 어려웠다고 적었고, 조금 더 오르자 이번엔 김춘수 시인의 글이 보였다고 했습니다. 예쁜 그림만 있는 벽화마을이라 생각했는데 걷다 보니 이야기도 있고 글도 있어서, 골목 하나하나를 구경하는 재미가 꽤 좋았다는 감상을 남겼습니다.


무너뜨리는 대신 지킨 자리
동피랑이라는 이름은 '동쪽'과 비탈·벼랑을 뜻하는 통영 사투리 '비랑'이 합쳐진 말입니다. 이 언덕은 조선시대 통제영의 동포루가 있던 자리이기도 합니다. 2000년대 중반 통영시는 낡은 산동네 주택을 철거하고 동포루를 복원해 공원으로 조성하는 계획을 추진했는데, 2007년 10월 시민단체 '푸른통영21'이 벽화 공모전을 열면서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전국의 미술대학 재학생과 개인 등 여러 팀이 참여해 낡은 담벼락에 그림을 그렸고, 그 벽화가 입소문을 타면서 마을을 보존하자는 여론이 형성됐습니다. 결국 통영시는 철거 방침을 철회하고 언덕 꼭대기의 집만 헐어 동포루를 복원하는 쪽으로 계획을 축소했습니다. 지금 이 언덕 꼭대기에 서 있는 정자가 그렇게 남은 동포루입니다.


꼭대기에서 보는 것
동포루에 오르면 강구안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입니다. 바다가 있고 골목이 있고, 높은 곳에 올라가면 항구와 작은 배들이 한눈에 보인다고 적은 사람이 있습니다. 통영 마스코트 벽화나 천사의 날개가 그려진 포토존에서 사진을 남기는 사람들도 골목 곳곳에서 마주치는데, 오르는 길에 경사와 계단이 많아 유모차보다는 아기띠가 낫다고 적은 사람도 있었습니다. 중턱에는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테라스를 갖춘 카페들이 있어, 꿀빵과 커피를 곁들이며 잠시 쉬어 가기 좋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추석 연휴처럼 여유가 있는 시기에는 유명한 곳만 빠르게 둘러보기보다 이렇게 천천히 걷고 오르는 코스를 일정에 넣어보는 것도 좋겠다고 적은 사람도 있었습니다.
동포루
전망대(복원 포루)동피랑 골목의 가장 높은 자리에 있는 정자로, 조선시대 통제영 동포루가 있던 자리에 복원되었습니다. 강구안 바다와 통영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자리입니다.
산과 바다 사이에 구름이 걸려 있는 것 같아서 한참 바라보게 되었어요
- 주소
- 경남 통영시 동피랑1길 일대(동피랑 언덕 꼭대기)
- 비고
- 입장료 무료 / 동피랑 골목을 따라 오르막·계단으로 접근 / 유모차 이동 어려움, 아기띠 권장 / 주변 통제영·중앙시장·태평 공영주차장 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