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동피랑벽화마을) 언덕 위엔 주차장이 없다
동피랑은 골목이지 주차장이 아니다. 마을 안으로 차 한 대 들어갈 틈이 없어서, 사람들은 아래 큰길에 차를 세우고 언덕을 걸어 오른다.
- 글
- alleymag.
- 발행
- 2026.01.31
- 골목
- 통영 동피랑벽화마을

동피랑에는 마을 안으로 들어가는 주차장이 없다. 골목이 원래 그런 걸 위해 지어진 동네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마을은 원래 관광객을 위해 설계된 동네가 아니라, 언덕에 기대어 살던 사람들의 집이 모인 자리였다. 골목은 사람 하나가 겨우 지나갈 만큼 좁고, 계단은 가파르다.
그래서 방문객들은 동피랑 아래 통제영 유료주차장에 차를 대고, 약 200미터를 걸어 올라온다. 몇 백 원 단위로 시간을 끊어 파는 주차 요금표 앞에서 잠깐 망설이다가, 결국 다들 그 이백 미터를 걷는 쪽을 택한다.
그마저도 넉넉하지는 않다. 주말이면 마을 초입의 공터와 갓길까지 차가 빼곡히 들어찬다. 비탈 아래로 내려다보면 지붕과 지붕 사이로 차 지붕들이 촘촘히 박혀 있는 게 보인다. 이 언덕이 원래 몇 가구가 살던 동네였는지는, 저 차들의 숫자만 봐도 짐작하기 어려워진다.

골목 안에서 사는 주민들의 사정은 또 다르다. 조업이나 이사처럼 꼭 차가 필요한 일이 있어도, 좁은 골목 끝까지 차를 몰고 들어가기는 쉽지 않다. 관광객은 걷는 것을 감수하고 오는 손님이지만, 주민에게는 매일 되풀이되는 불편이다.
계단 위로 쏟아지는 걸음
가파른 계단 구간에서는 사람이 사람 뒤에 붙어 걷는다. 아이 손을 잡은 가족들이 줄지어 오르고, 앞사람이 멈추면 뒷사람도 따라 멈춘다. 벽화 한 장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몇 초 동안, 계단 전체가 잠깐 정지한다.
계단 옆으로는 여전히 빨래가 널리고 화분이 놓인 집들이 있다. 관광객의 걸음과 주민의 생활이 같은 통로 위에서 겹친다.

계단 위쪽 가게 간판에는 '동피랑고기상회', '통영사랑' 같은 이름이 붙어 있다. 기념품점과 사진관 사이에서도, 원래 이 동네에 있었을 법한 정육점 이름이 섞여 있다. 관광지가 되기 전부터 있던 가게와, 관광지가 되고 나서 생긴 가게가 같은 골목에 나란히 섰다.
그래도 비켜서는 자리는 있다
그렇다고 모든 골목이 붐비는 것은 아니다. 정해진 포토존에서 몇 걸음만 벗어나면 사람이 뚝 끊기는 통로가 나온다. 바닥에 그려진 사방치기 칸을 혼자 밟고 오르는 사람도 있다.
언덕 위쪽으로는 옛 담벼락을 등지고 카페가 들어섰다. 그림이 그려진 낡은 벽과, 그 위에 새로 올린 테라스가 한 화면에 들어온다. 벽화가 마을을 지켜낸 자리에, 이제는 벽화를 보러 온 사람들을 위한 자리가 함께 들어서는 중이다.

그 테라스에 앉으면 골목을 오르내리는 사람들이 훤히 내려다보인다. 조금 전까지 계단을 오르며 숨을 몰아쉬던 쪽에서, 이제는 앉아서 그 풍경을 내려다보는 쪽으로 자리가 바뀐다. 이 언덕에서는 걷는 사람과 쉬는 사람이 같은 골목을 두고 마주 본다.
해가 지고 나면 계단을 오르던 줄이 사라진다. 낮 동안 빼곡했던 갓길 차들도 하나둘 빠져나가고, 그 자리에는 집으로 돌아가는 주민들의 발소리만 남는다. 낮의 골목과 저녁의 골목은 같은 계단인데도 전혀 다른 마을처럼 느껴진다.
골목 안으로 차 한 대 들이지 않기로 한 이 마을에, 매일 그만큼 많은 사람이 걸어서 오른다. 주차장 없는 언덕이 이렇게까지 붐비게 될 줄은, 벽에 처음 붓을 댄 사람들도 몰랐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