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26 MON
스팟 데이터베이스 555 ABOUT
alleymag. 골목을 걷고, 재고,
기록하는 로컬 아카이브
기록한 골목92
발행 아티클2192
등록 스팟555
실측 업소0
기록 시작2026.09

(서울 노량진 컵밥거리) 칸은 그대로인데 줄만 짧아졌다

노량진 학원가의 수험생이 줄어들면서, 컵밥거리의 노점 수는 그대로인데 손님의 줄만 눈에 띄게 짧아졌다.

글
alleymag.
발행
2026.10.13
골목
서울 노량진 컵밥거리
칸은 그대로인데 줄만 짧아졌다
Artwork by alleymag.

노량진 컵밥거리에서 몇 걸음 떨어진 건물에는 고시학원과 고시식당이라는 간판이 아직 붙어 있다. 간판은 그대로인데, 그 아래를 지나는 발걸음의 수는 예전 같지 않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러 이 동네로 오는 사람 자체가 줄었다. 9급 국가공무원 공개경쟁채용시험에 지원한 사람은 2017년 228,368명이었는데, 2023년에는 121,526명으로 줄었다. 6년 사이 46.8퍼센트가 줄어든 숫자다. 2024년에 치러진 9급 공무원 시험의 평균 경쟁률은 21.8대 1로, 서른두 해 만에 가장 낮은 값이었다.

숫자 하나하나는 멀게 느껴지지만, 그 숫자가 줄어든 자리에는 늘 사람이 있다. 노량진으로 올라오는 발걸음이 줄었다는 것은, 컵밥 한 그릇을 사 먹을 사람도 그만큼 줄었다는 뜻이다.

Artwork by alleymag.

줄은 짧아졌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한 매체가 2022년 여름 이 골목을 취재했을 때, 스물세 곳의 컵밥집 가운데 아홉 곳만 문을 열고 있었다고 적었다. 나머지는 손님이 줄어 일찍 닫거나, 그날그날 사정에 따라 문을 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이 골목이 조용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여전히 특정 노점 앞에는 점심시간이면 사람들이 줄을 서고, 방송에 소개된 적이 있는 가게 앞은 평일 낮에도 북적인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줄어든 것은 전체 유동 인구이지, 모든 노점이 균등하게 한산해진 것은 아니다.

Artwork by alleymag.

이듬해인 2023년 기사에는 다른 흐름도 담겼다. 반찬이 다양하고 리필이 되는 인근 뷔페식당으로 발길을 옮기는 수험생들의 이야기였다. 같은 돈이라면 컵 하나보다 접시 여러 개가 낫다는 셈법이었을 것이다. 물가가 오르면서 컵밥 가격도 따라 오른 탓에, 예전만큼 확실한 가성비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함께 실렸다.

2024년 한 르포에서 만난 상인들의 말은 더 구체적이다. 이십사 년째 분식집을 하는 이는 십 년 전보다 손님이 십분의 일로 줄었다고 했고, 이십오 년째 서점을 지키는 이는 칠급을 준비하는 사람은 거의 자취를 감췄고 구급 준비생도 어쩌다 한 번 보인다고 전했다. 삼십 년을 버틴 칼국수집이 문을 닫는 중이라는 말도 같은 기사에 담겼다. 컵밥거리 하나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노량진 학원가 전체가 함께 겪고 있는 흐름이라는 뜻이다.

Artwork by alleymag.

그럼에도 노량진 컵밥거리의 노점 수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 2015년에 들어선 스물여덟 칸의 거리가게 구조는 그대로이고, 안내판의 번호도 그대로 붙어 있다. 달라진 것은 그 칸 앞에 늘어서는 줄의 길이다. 한때 밥 한 끼를 위해 길게 늘어섰던 줄은, 이제 가게마다 다른 길이로 짧아지거나 때로는 아예 사라진다.

칸은 그대로인데 줄만 짧아진 거리에서, 다음에 그 칸을 채울 것이 무엇일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누군가는 여전히 그 칸 앞에서 익숙한 메뉴를 주문하고, 누군가는 처음으로 이 거리를 사진에 담으러 온다. 줄어든 숫자와 남아 있는 줄 사이, 이 골목은 지금 그 어디쯤을 지나고 있다.

FIELD PHOTOS : 현장에서 모은 사진
SCENE 01 : 간판은 남고 사람은 줄고
lovelifewithlogos가 담은 노량진 학원가 건물입니다. 고시학원·고시식당 간판이 그대로 걸려 있고, 노량진폭탄밥 노점의 번호판도 정비 당시 모습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lovelifewithlogos가 담은 노량진 학원가 건물입니다. 고시학원·고시식당 간판이 그대로 걸려 있고, 노량진폭탄밥 노점의 번호판도 정비 당시 모습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 서울 동작구 노량진로 170 · 2026.09 / 사진 lovelifewithlogos · https://blog.naver.com/lovelifewithlogos/224420123866 lovelifewithlogos가 담은 노량진 학원가 건물입니다. 고시학원·고시식당 간판이 그대로 걸려 있고, 노량진폭탄밥 노점의 번호판도 정비 당시 모습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SCENE 02 : 그래도 줄을 서는 사람들
kar7519가 대낮에 담은 장면입니다. 노점 앞에 손님들이 줄지어 서 있고, 왕왕이모네컵밥 가게 안에서는 상인이 쉴 틈 없이 손을 움직입니다.kar7519가 대낮에 담은 장면입니다. 노점 앞에 손님들이 줄지어 서 있고, 왕왕이모네컵밥 가게 안에서는 상인이 쉴 틈 없이 손을 움직입니다.
▲ 서울 동작구 노량진로 170 · 2026.10 / 사진 kar7519 · https://blog.naver.com/kar7519/224437315591 kar7519가 대낮에 담은 장면입니다. 노점 앞에 손님들이 줄지어 서 있고, 왕왕이모네컵밥 가게 안에서는 상인이 쉴 틈 없이 손을 움직입니다. 줄어든 손님 속에서도 여전히 붐비는 시간대가 있습니다.
SCENE 03 : 다른 시간, 다른 밀도
ceaser1022가 서로 다른 날 담은 두 장입니다. 노을이 질 무렵과 한낮의 거리는 사람 수도, 공기도 다르게 느껴집니다.ceaser1022가 서로 다른 날 담은 두 장입니다. 노을이 질 무렵과 한낮의 거리는 사람 수도, 공기도 다르게 느껴집니다.
▲ 서울 동작구 노량진로 170 · 2026.09 / 사진 ceaser1022 · https://blog.naver.com/ceaser1022/224423397606 / https://blog.naver.com/ceaser1022/224404181205 ceaser1022가 서로 다른 날 담은 두 장입니다. 노을이 질 무렵과 한낮의 거리는 사람 수도, 공기도 다르게 느껴집니다.
9급 국가공무원 시험 지원자 수와 경쟁률, 컵밥집 영업 현황, 상인 증언은 2022~2024년 보도(다음뉴스·머니투데이 등)를 바탕으로 확인했다. 발행 이후 새로 확인되는 방문 기록이 있으면 사진과 내용을 갱신한다.
노량진컵밥거리동작구고시촌공시생앨리매거진alleymag

바로가기 등록하시면, 더 쉽게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