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학동 풍물시장) 간판 뒤로 돌아가야 진짜가 나온다
길에서 보면 그냥 허름한 가게입니다. 그런데 뒤쪽으로 돌아가면 만들어진 야장이 아니라 오래된 노포의 진짜 야장이 펼쳐집니다.
- 글
- alleymag.
- 발행
- 2026.06.05
- 골목
- 황학동 풍물시장

풍물시장을 구경하고 인근 중앙시장까지 돌아본 손님이 있습니다. 힙할 줄 알았던 중앙시장에 볼거리도 먹거리도 생각보다 없어 실망하던 차에, 앞쪽으로 곱창거리가 펼쳐진 것을 발견했습니다. 길에서 봤을 땐 그저 허름한 간판 하나였는데, 뒤쪽으로 돌아가니 만들어진 야장이 아니라 노포가 오래도록 지켜온 진짜 야장이 나왔다고 적었습니다. 이름도, 허름함도, 그 느낌까지 다 좋았다는 것이 그 손님의 결론이었습니다. 젊은 사람들은 다른 번화한 골목으로 몰리는 편이라, 오히려 이 골목은 사람이 많지 않아 좋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이 골목을 자주 취재해 온 한 블로거는 이 가게를 영미상가 입구 바로 앞에 있는 노포 곱창집으로 소개합니다. 신당역에서도, 동묘앞역에서도 걸어서 십 분 안팎이면 닿는 자리입니다. 원래 이 이름은 인근에 있던 전봇대 앞 가게에서 비롯됐다고 전해지는데, 그 자리가 새 건물로 바뀌면서 지금의 자리로 옮겨왔다고 합니다. 간판은 옮겨왔어도 이름은 그대로 따라온 셈입니다.
이 블로거는 전봇대곱창 하나만 취재하고 끝내지 않습니다. 근처 안경할머니곱창과 기호네곱창, 오방통닭까지 같은 골목의 노포들을 차례로 소개해 온 기록을 갖고 있습니다. 그 기록들을 나란히 놓고 보면, 이 골목 하나에 노포로 불릴 만한 가게가 몇 곳이나 더 있는지 짐작이 갑니다. 전봇대곱창은 그 가운데서도 '1인분 양이 거의 2인분 같다'는 말로 따로 언급된 곳입니다.
다시 온 사람과 처음 온 사람
오랜만에 다시 들렀다는 손님은 심지어 그날 두 집을 거쳐 이 가게로 왔다고 적었습니다. 기본 찬도, 곁들이는 쌈 채소도 예전 그대로였다고 하니, 자주 다닌 사람의 눈에는 변하지 않은 것부터 먼저 들어오는 모양입니다. 이 손님은 막창과 야채곱창을 나란히 놓고 저울질하다가, 결국 막창 쪽이 더 부드럽고 고소하다는 쪽으로 마음을 정했습니다.


반대로 금요일 퇴근길에 처음 이 골목을 찾은 손님도 있습니다. 여섯 시를 조금 넘긴 시각에 이미 대기 한 팀이 있었지만, 사장님이 바깥에 테이블을 하나 더 만들어 준 덕분에 곧바로 앉을 수 있었습니다. 막창과 오징어볶음을 각각 일 인분씩 시킬 수 있다는 점을 반겼고, 그날의 만족은 자리를 옮겨 계란말이에 술 한 잔을 더 하는 것으로 이어졌습니다. 한 곳에서 끝내지 않고 자리를 옮겨 2차를 이어갔다는 대목에서, 이 골목이 하루 저녁을 통째로 채우기에도 충분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몇 번이고 되돌아오는 단골집이고, 누군가에게는 퇴근길에 우연히 걸음을 멈추게 만든 첫 골목입니다. 그 사이 어디쯤에서, 전봇대곱창은 여전히 저녁마다 야장에 의자를 내놓습니다. 낮 동안 닫혀 있던 뒷마당이 저녁이 되면 천막과 의자로 채워지고, 그 순간부터 이 골목은 낮과는 완전히 다른 얼굴을 하게 됩니다.
전봇대곱창 (전봇대집)
곱창구이·야장황학동 곱창골목, 영미상가 입구 앞에 자리한 노포 곱창구이집입니다. 길가 쪽 매장 뒤로 돌아가면 오래된 야장 좌석이 펼쳐지고, 저녁이면 막창과 야채곱창, 오징어볶음을 굽는 냄새가 골목을 채웁니다.
길에서 봤을 땐 이런 느낌이라 싶었는데, 뒷쪽으로 돌아가면 만들어진 야장이 아닌 노포의 진짜 야장이 나온다
- 주소
- 서울 중구 마장로9길 23
- 영업
- 일~목 11:30-23:55(라스트오더 23:25) / 금·토 11:30-익일 02:00(라스트오더 01:30) / 매달 2·4번째 화요일 정기휴무
- 가격
- 야채곱창 14,000원 / 막창구이 15,000원 / 오징어볶음 14,000원
- 비고
- 영미상가 입구 앞 / 신당역 1번 출구·동묘앞역 3번 출구에서 도보 이동 / 저녁이면 골목 안쪽에 야장 좌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