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1913송정역시장) 역에서 세 걸음, 골목 안쪽까지
KTX를 기다리는 애매한 시간,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면 광주송정역 맞은편입니다. 역에서 시장 안쪽까지 걸어본 기록입니다.
- 글
- alleymag.
- 발행
- 2026.10.05
- 골목
- 광주 1913송정역시장

KTX나 SRT를 타러 광주송정역에 왔는데 기차 시간이 애매하게 남았다면, 멀리 갈 필요가 없습니다. 역 바로 맞은편, 횡단보도 하나만 건너면 1913송정역시장입니다. 캐리어를 끌고 와도 부담 없는 거리입니다.
시장은 길지 않은 일자형 골목이라, 입구에서 끝까지 왕복해도 십오 분이면 충분합니다. 기차 출발 사십 분에서 오십 분 전에만 도착해도 먹고 구경하고 쇼핑까지 마칠 수 있다는 것이 여러 방문자의 공통된 경험입니다.
큰 골목 말고, 한 블록 안쪽
시장 중심 골목을 걷다가 옆으로 한 블록만 들어가 보면 전혀 다른 풍경이 나옵니다. 알록달록한 간판과 북적임 대신, 빛바랜 벽과 낮은 건물들이 이어지는 조용한 길입니다. 벽에는 색이 바랜 낙서와 흔적들이 남아 있어서, 이 동네가 지나온 시간이 느껴집니다.

번화한 중심 골목만 보고 돌아가면 이 시장의 반쪽만 보고 가는 셈입니다. 시간이 조금 더 남았다면 중심 골목에서 살짝 벗어나 옆길로 들어가 보시길 권합니다. 사람이 적어 오히려 걷기 편하고, 이 동네가 가진 또 다른 얼굴을 만날 수 있습니다.
짐이 많다면
시장 안쪽에도 무인 물품보관함이 있어서, 무거운 캐리어를 맡겨 두고 가볍게 둘러볼 수 있습니다. 보관함이 다 찼다면 역사 안 물품보관함을 먼저 이용한 뒤 도로를 건너오는 방법도 있습니다. 짐을 내려놓고 걸으면 똑같은 십오 분이라도 훨씬 여유롭게 느껴집니다.
기차 시간을 완전히 까먹을까 걱정된다면, 출발 십오 분 전쯤 역으로 돌아가는 일정을 머릿속에 그려 두는 것을 권합니다. 시장 입구에서 역 개찰구까지는 정말 몇 걸음이라, 마음만 먹으면 늦지 않게 돌아갈 수 있습니다. 기차를 기다리던 애매한 시간이, 이 골목 덕분에 여행의 한 장면으로 남습니다.
처음 와도 헤매지 않는 이유
이 시장은 길이 복잡하지 않아서 처음 오는 사람도 크게 헤매지 않습니다. 중심 골목 하나를 따라 걷다가, 궁금하면 양옆 샛길로 잠깐 들어갔다 나오면 그만입니다. 큰 지도를 펼쳐 볼 필요 없이, 눈앞에 보이는 간판을 따라 걷는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짧은 시간에 효율적으로 둘러보고 싶다면, 입구에서부터 끝까지 한 번 쭉 걸어보고 마음에 드는 가게를 눈여겨봐 둔 다음, 돌아오는 길에 들르는 방법을 권합니다. 처음부터 하나하나 들어가다 보면 시간이 금세 지나가 버리기 때문입니다.
좀 더 구체적인 동선을 참고하고 싶다면, 기차 출발 오십 분 전쯤 역에 도착해 큰 짐부터 보관함에 맡기는 방법을 권하는 기록이 있습니다. 짐을 내려놓은 뒤 시장 입구부터 천천히 걸으며 구경을 시작해, 중심부에서 먹거리나 선물을 고르고, 남은 십오에서 이십 분 정도는 벤치에 앉아 숨을 돌리거나 음료 한 잔을 마시며 여유를 즐기는 식입니다. 그렇게 보내고도 기차 출발 십오 분 전이면 다시 역으로 돌아가기에 충분한 시간이 남습니다.
기차를 놓칠까 조바심이 나는 짧은 산책이지만, 그 조바심마저도 이 시장을 기억에 남게 하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다음에 또 광주송정역을 지날 일이 있다면, 다시 이 길을 건너게 될 것 같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역과 시장이 이렇게 가까운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환승하듯 들렀다 가는 짧은 시간에도 한 도시의 한 자락을 만나고 갈 수 있다는 것이, 이 길이 가진 가장 큰 장점입니다. 애매한 기다림의 시간을, 여행의 한 토막으로 바꿔 주는 길입니다. 다음 기차를 탈 때도 이 세 걸음을 다시 건너게 될 것 같습니다.
백 년 넘는 역사를 지닌 시장이 청년 상인들의 아이디어와 오랜 노포의 푸근함을 함께 갖추게 되면서, 기차를 기다리는 짧은 시간 동안 둘러보기에 더없이 알맞은 동선이 됐다는 평도 있습니다. 바쁜 일정 속에서 짬을 낸 사람에게도, 느긋하게 여행하는 사람에게도 이 세 걸음은 손해 볼 것 없는 선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