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1913송정역시장) 열 해 전 청년들이 다녀간 자리
2016년, 비어 있던 점포마다 청년 상인이 들어서며 이 시장은 전통시장 재생의 모범 사례로 불렸다. 열 해가 지난 지금, 이 거리에는 두 가지 소문이 동시에 떠돈다.
- 글
- alleymag.
- 발행
- 2026.10.05
- 골목
- 광주 1913송정역시장

9월의 어느 금요일 저녁, 시장 한복판에 무대가 섰다. 알전구 조명 아래로 기타를 멘 버스커가 올라서고, 플라스틱 의자에 둘러앉은 사람들이 맥주잔을 든다. 간이 울타리에는 '1913송정역시장 맥주페스타, 전통시장에 즐거움을 더하다'라는 문구가 걸렸다. 그 앞을 지나는 사람들의 걸음은 느려진다.
이 장면만 보면 이 시장은 여전히 생기 있는 거리다. 실제로 이날 밤 이 골목을 찾은 사람들의 기록에는 북적이는 좌석과 노래하는 버스커, 풍선을 만드는 삐에로의 모습이 가득하다. 그러나 같은 시장을 두고, 전혀 다른 문장으로 요약하는 보도도 있다.
모범 사례라는 말
이 시장이 지금의 이름을 갖게 된 것은 2016년이다. 2015년 1월부터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과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 현대카드가 함께 전통시장 활성화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당시 55개 점포 가운데 35퍼센트에 이르던 빈 점포 중 열 곳을 먼저 손봤다. 그해 4월, 그렇게 고친 자리마다 청년 상인들이 입점하면서 이 거리는 빠르게 얼굴을 바꿨다.
우리밀 식빵을 내건 또아식빵, 전통 부각을 재해석한 느린먹거리by부각마을 같은 가게들이 그 무렵 문을 열었다. 2018년부터는 거리 전체를 레트로 감성으로 다시 디자인해 상업 활성화를 이어갔다. 한동안 이 시장은 전국의 전통시장이 참고할 모범 사례로 자주 이름이 오르내렸다.

그러나 2026년 들어 나온 몇몇 보도는 다른 쪽을 짚는다. 점포 주인이 여러 차례 바뀌면서 거리 분위기가 점차 산만해졌고, 한때 도시재생의 모범 사례로 불리던 초기의 활력은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다. 프로젝트가 진행되던 때의 활기와, 사업이 끝난 뒤의 거리는 다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걷다 보면 이 거리는 두 겹으로 보인다. 손글씨 메뉴판을 내건 오래된 국수집 벽에는 지역 방송 출연 사실을 알리는 안내판이 붙어 있고, 몇 걸음 옆에는 핸드메이드 소품을 파는 가게가 새로 들어서 있다. 10년 전 청년 상인이 처음 들어왔을 때도, 이 거리는 꼭 이런 모습이었을 것이다.
자리를 지킨 사람들
청년 상인들이 들고 나는 동안에도 한 번도 자리를 비우지 않은 가게들이 있다. 쌀을 빻고 참기름을 짜는 방앗간, 냄비와 파리채를 파는 생활잡화점 같은 곳들이다. 이들은 2016년의 북적임도, 2026년의 산만함도 같은 자리에서 지나 보냈다.

'주인장이 바뀌었다'는 말은 소문이 아니라 실제로 확인되는 변화다. 두 청년이 '맛과 영양까지 책임진다'는 슬로건을 걸고 시작했던 계란밥은, 몇 해 만에 다시 찾은 손님에게 다른 사람이 가게를 지키고 있는 모습으로 맞이했다. 간판도 메뉴도 그대로지만, 그 앞에 선 사람은 달라졌다. 같은 자리, 같은 이름인데 주인이 바뀌었다는 사실 하나가 이 거리의 10년을 압축해서 보여 준다.
그런가 하면 같은 기간 자리를 지킨 가게들도 있다. 72시간 동안 반죽을 저온에서 숙성시켜 당일 생산, 당일 판매를 원칙으로 삼아 온 고로케 가게나, 10년 넘게 밭을 직접 일구며 곡물을 공급해 온 개미네방앗간은 몇 년 만에 다시 들러도 '여전히 건재하다'는 말을 듣는다. 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버틴다. 그 둘을 가르는 기준이 무엇인지는, 이 거리를 스쳐 간 사람들도 아직 뚜렷하게 말하지 못한다.
광주공항에서 이 역으로 넘어오던 한 여행자는 택시 기사에게 점심 먹을 곳을 물었다가 '시장 입구에서 내려줄 테니 그 안으로 가보라'는 대답을 들었다고 적었다. 국밥도 유명하고 먹을 것도 여러 가지 있다는 말과 함께였다. 모범 사례라는 말도, 활력을 잃었다는 평가도 모르는 사람에게는, 이 시장은 그저 택시 기사가 선뜻 추천하는 동네 맛집 거리일 뿐이다.

방앗간 건물 2층 벽면에는 '국수 건조실'이라는 글자가 희미하게 남아 있다. 지금은 아래층에서 떡과 곡물을 팔지만, 한때 이 건물 위층에서 국수를 말리던 시절이 있었다는 뜻이다. 간판을 새로 달아도 지우지 않은 그 글자가, 이 거리가 시장이기 전부터 무언가를 만들어 온 자리였음을 말해 준다.
맥주페스타가 열리던 금요일 밤, 무대 조명이 비추지 않는 골목 안쪽에서는 방앗간 셔터가 이미 내려가 있었다. 낮에 곡물을 팔던 이들은 밤의 소란과 상관없이 하루를 마감했다. 같은 시장 안에서 두 개의 시간이 따로 흐르는 셈이다.
그 풍선을 받아 든 아이의 부모는 아마 이 거리가 한때 모범 사례였는지, 지금은 그 활력을 잃었는지 따지지 않을 것이다. 다만 금요일 밤 이 거리에 와서 풍선 하나를 받아 갔다는 사실만 기억에 남을 것이다. 기사와 보도가 이 시장을 어떻게 요약하든, 이 거리를 실제로 채우는 것은 그런 낱낱의 밤들이다.
열 해 전 이 거리로 왔던 청년들 중 몇은 지금도 남아 있고, 몇은 떠났다. 그 사이 새로 들어온 이들도 있다. 모범 사례라는 말도, 활력을 잃었다는 말도, 어느 한쪽만으로는 이 거리를 다 설명하지 못한다. 지금 이 거리를 가장 정확히 말해 주는 것은 어쩌면, 낮에는 방앗간 셔터가 내려가고 밤에는 무대 조명이 켜진다는 그 단순한 사실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