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26 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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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시작2026.09

(광주 1913송정역시장) 사투리가 적힌 화단, 시장 입구의 작은 웃음

시장에 들어서기도 전에 웃음이 터진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1913송정역시장 입구, 노란 화단 상자에 적힌 전라도 사투리 이야기입니다.

글
alleymag.
발행
2026.10.05
골목
광주 1913송정역시장
사투리가 적힌 화단, 시장 입구의 작은 웃음

1913송정역시장 입구 쪽을 걷다 보면 노란 나무 상자 몇 개가 눈에 들어옵니다. 화초를 심어 둔 화단인데, 옆면에 손글씨로 문장이 하나씩 적혀 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 읽어 보면 전라도 사투리로 쓰인 짧은 인사말들입니다.

'아야, 머시매 쪼까 반반허네'처럼 뜻을 바로 알기 어려운 문장도 있고, '아침이요! 이것 좀 보고가랑께'처럼 느낌으로 짐작이 가는 문장도 있습니다. 타지에서 온 방문자라면 한 번에 뜻을 못 알아들어도, 그 말투 자체가 정겹게 느껴진다고들 합니다.

'이짝으로 뽀짝 붙어 보랑께', '뭣이 중헌디', '또 오시요잉!' 같은 문장들도 상자마다 적혀 있습니다. 한 상자씩 떨어져 있어서, 마치 시장이 방문객에게 한 마디씩 말을 건네며 안쪽으로 안내하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몇 번을 다시 읽어도 질리지 않는다는 후기가 많은 것도, 이 글귀들이 광고 문구가 아니라 실제 누군가의 말투를 그대로 옮겨 놓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화단에 적힌 인사
misong0106님이 KTX를 기다리다 시장 입구에서 발견하고 빵빵 터졌다고 적은 사진입니다. 노란 화단 상자마다 전라도 특유의 감칠맛 나는 사투리가 손글씨로 적혀 있고,misong0106님이 KTX를 기다리다 시장 입구에서 발견하고 빵빵 터졌다고 적은 사진입니다. 노란 화단 상자마다 전라도 특유의 감칠맛 나는 사투리가 손글씨로 적혀 있고,
▲ 광주 광산구 송정동 1913송정역시장 입구 · 2026.05 / 사진 misong0106 · https://blog.naver.com/misong0106/224294544878 misong0106님이 KTX를 기다리다 시장 입구에서 발견하고 빵빵 터졌다고 적은 사진입니다. 노란 화단 상자마다 전라도 특유의 감칠맛 나는 사투리가 손글씨로 적혀 있고, 그 옆으로 작은 화초가 함께 놓여 있습니다. 뜨거운 햇살 아래에서 마주한 뜻밖의 웃음 포인트였다고 합니다.

몇 개나 찾으셨나요

이 화단은 시장 입구 한 자리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몇 걸음 간격으로 여러 개 놓여 있습니다. 그래서 천천히 걸으며 하나씩 읽는 재미가 있습니다. 급한 걸음으로 지나치면 놓치기 쉬우니, 처음 이 시장에 오신다면 입구에서부터 속도를 조금 늦춰 보시길 권합니다.

뜨거운 햇살 아래에서 이 글귀들을 발견하고 웃음이 터졌다는 방문 기록도 있습니다. 대화라도 하는 듯한 말투로 적힌 문장들이, 딱딱한 안내판보다 훨씬 다정하게 다가온다는 것이 공통된 소감입니다. 사진을 찍어 가는 분들도 많아서, 화단 앞에서 잠시 멈춰 서는 사람들을 종종 보게 됩니다.

화단 옆에는 작은 꽃과 화초도 함께 심겨 있어서, 글귀만이 아니라 화단 자체도 눈이 갑니다. 시장 안쪽 가게들을 구경하기 전, 입구에서부터 이미 이 시장의 말투와 분위기를 짐작하게 되는 지점입니다. 말 몇 마디로 사람을 웃게 만드는 재주는, 어쩌면 이 동네가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시장을 한 바퀴 둘러보고 나오는 길에 다시 이 화단 앞을 지나게 되면, 들어갈 때와는 또 다른 기분으로 문장을 읽게 됩니다. 짧은 산책 끝에 만나는 사투리 인사말이, 이 시장을 나서는 발걸음을 조금 가볍게 만들어 줍니다.

표준어로는 안 되는 말

같은 인사라도 표준어로 옮기면 느낌이 사라집니다. '많이 돌아다니느라 수고했어요'라고 쓰면 정보는 전달되지만 정情은 빠집니다. '싸돌아 댕기느라 욕봤소잉'이라고 적어야, 꼭 동네 어른이 말을 건네는 것 같은 다정함이 살아납니다. 이 화단을 만든 사람도 아마 그 차이를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타지 사람에게는 낯선 발음이 재미있는 포인트가 되고, 전라도 출신 방문자에게는 어린 시절 들었던 말투가 반갑게 다가옵니다. 누구에게나 조금씩 다른 이유로 걸음을 멈추게 만드는 것이, 이 작은 화단이 가진 힘입니다.

사진 찍기 좋은 자리를 찾는 분이라면, 화단 앞에 쪼그려 앉아 글귀와 눈높이를 맞춰 찍는 것을 권합니다. 화초의 색과 노란 상자, 손글씨가 한 프레임에 들어오면 그 자체로 이 시장을 소개하는 한 장이 됩니다.

일행과 함께 왔다면 서로 다른 문장 앞에서 사진을 찍어 돌려 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누가 더 재미있는 문구를 찾아내는지 작은 내기를 해 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별것 아닌 화단 하나가, 시장에 들어서기도 전에 일행 사이의 대화거리를 만들어 주는 셈입니다. 아이와 함께 온 가족이라면, 사투리 뜻을 서로 맞혀 보는 놀이로 삼아도 좋겠습니다.

KTX를 기다리는 애매한 시간에 이 시장에 들렀다가 이 화단부터 마주쳤다는 방문자도 있었습니다. 큰 기대 없이 걷다가 뜻밖의 웃음 포인트를 만난 셈이라, 시장 전체에 대한 첫인상이 이 화단 하나로 훨씬 다정해졌다고 적었습니다. 작은 화단 몇 개가 시장의 첫인사를 대신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 글은 2026년 상반기 이 시장을 찾은 방문 기록을 바탕으로 했습니다. 화단의 위치나 문구는 계절과 관리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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