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1913송정역시장) 맥주페스타, 금요일 밤에 가봤다면
시장이 문을 닫을 시간에 오히려 무대가 섭니다. 1913송정역시장이 여는 맥주페스타, 금요일 밤의 풍경을 담아봤습니다.
- 글
- alleymag.
- 발행
- 2026.10.05
- 골목
- 광주 1913송정역시장

평소 낮 시간에 걷던 1913송정역시장과, 금요일 저녁의 시장은 전혀 다른 곳처럼 보입니다. 상점들이 하나둘 문을 닫을 시간, 시장 한복판에는 대신 무대가 섭니다. 알전구 조명이 더 선명해 보이고, 사람들의 목소리가 골목을 채웁니다.
9월 초의 한 금요일에는 '1913송정역시장 맥주페스타, 전통시장에 즐거움을 더하다'라는 현수막이 무대 아래 걸렸습니다. 간이 울타리로 둘러싼 작은 무대에 조명이 켜지고, 기타를 멘 버스커가 올라서자 주변 테이블이 금세 찼습니다.
플라스틱 의자와 생맥주
축제장이라고 해서 거창하지 않습니다. 노란 플라스틱 의자와 동그란 테이블이 거리 한쪽에 깔리고, 그 위로 생맥주잔이 올라갑니다. 가까운 정육점에서 체험장 현수막을 내걸고 손님을 맞기도 하고, 아이들은 풍선을 만들어 주는 공연자 주위로 몰려듭니다.
안주 삼아 먹을거리를 찾는다면 오리날개튀김 같은 메뉴도 등장합니다. 박스 단위로 포장해 파는 가게 앞에 줄이 서고, 바삭하게 튀긴 오리 날개를 손에 들고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의 모습도 흔하게 보입니다. 평소라면 낮에만 장사하던 가게들이, 이런 밤에는 포장마차처럼 늦게까지 문을 엽니다.


해가 완전히 지기 전, 무대 뒤로 보이는 하늘은 아직 푸른 기운이 남아 있습니다. 그 시간에 공연이 시작되면, 낮 동안 조용하던 시장 거리가 순식간에 북적이는 야시장으로 바뀝니다. 평소 이 시장을 지나던 사람들도 걸음을 멈추고 자리를 잡습니다.
언제, 무엇을 기대하고 가면 좋을까요
시장 상인회가 여는 이런 행사는 매번 정해진 요일에 열리는 것은 아니고, 시기에 따라 달라집니다. 가려는 날짜가 정해졌다면 미리 1913송정역시장 소식을 한 번 확인하고 가시는 편이 좋습니다. 현장에 가면 생맥주와 간단한 안주, 버스킹 공연, 그리고 아이들을 위한 풍선 쇼 정도를 기대하시면 됩니다. 거창한 축제라기보다는, 동네 사람들이 모여 앉아 퇴근 후 맥주 한 잔을 나누는 자리에 가깝습니다.
자리는 따로 예약할 필요 없이 먼저 앉는 사람이 임자입니다. 다만 공연이 한창일 때는 자리가 금방 차니, 저녁 일찍 도착해 자리부터 잡아 두는 것을 추천합니다. 시장 안 가게에서 안주가 될 만한 먹거리를 미리 포장해 와서 맥주와 함께 즐기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아이들에게는 삐에로 복장을 한 공연자가 인기입니다. 풍선을 비틀어 모양을 만들어 건네주는 손길을 따라 아이들이 줄을 서고, 그 뒤로는 체험 부스 현수막이 걸려 있습니다. 어른들이 맥주를 마시는 동안 아이들은 따로 즐길 거리가 있는 셈이라, 가족 단위로 와도 서로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공연이 끝나면 무대는 금세 철거되고, 거리는 다시 평범한 밤 풍경으로 돌아갑니다. 그 짧은 몇 시간 동안만 이 시장은 광장이 됩니다. 평소 낮에만 이 시장을 알던 분이라면, 한 번쯤 저녁 시간에 들러 이 다른 얼굴을 만나 보시길 권합니다.
아이를 데려온 가족도, 친구들끼리 퇴근길에 들른 직장인도, 처음 보는 얼굴들이 한 테이블 건너 자연스럽게 섞여 앉습니다. 낮에는 서로 지나치기만 하던 사람들이 저녁 한때만큼은 같은 무대를 보며 박수를 치는 모습이, 이 축제의 가장 큰 매력일지도 모릅니다.
시장 상인들에게도 이런 밤은 다른 의미를 갖습니다. 평소 저녁이면 일찍 문을 닫던 가게들도 이날만큼은 조금 더 불을 밝혀 두고, 늦게까지 손님을 맞습니다. 시장이 낮의 생업 공간에서 저녁의 만남 장소로 바뀌는 순간을, 이 축제가 만들어 주는 셈입니다.
다음 행사가 언제 열릴지 궁금하다면, 이 시장을 지날 때 현수막이나 입간판을 눈여겨보시길 권합니다. 예고 없이 소소하게 열리는 날도 있어서, 우연히 지나가다 마주치는 즐거움도 이 축제가 가진 매력 중 하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