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신흥동·월명동 근대문화거리) 이 골목은 몇 번이나 카메라 앞에 섰다
사진관 하나가 유명해지자 골목 전체가 무대가 됐고, 그 열기는 골목 끝 술집의 이름까지 끌어당긴다.
- 글
- alleymag.
- 발행
- 2026.01.29
- 골목
- 군산 신흥동·월명동 근대문화거리

좁은 골목 안, 낡은 사진관 하나 앞에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다. 차례로 카메라 앞에 서고, 사진을 찍고, 다음 사람에게 자리를 넘긴다. 초원사진관이다. 간판은 예전 그대로인데, 그 앞을 지나는 걸음의 숫자는 예전과 다르다.
골목 안은 주차할 자리가 마땅치 않다. 안내 글마다 공용주차장이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라는 말이 따라붙는다.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좁은 골목에 사람과 카메라가 함께 몰리는 시간이 여름 끝에서 가을 초입까지 이어진다.
이 골목이 카메라 앞에 선 것이 처음은 아니다. 신흥동의 근대건축물들은 2018년에 개봉한 영화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의 배경이 됐다. 한 블록 옆 히로쓰 가옥은 '타짜'를 비롯한 여러 영화의 촬영지로 알려지며 이 동네를 대표하는 자리가 됐다. 이 골목은 카메라가 찾아올 때마다 조금씩 더 유명해지는 방식으로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무대는 미리 준비돼 있었다
카메라가 이 골목을 발견하기 전에, 이 골목은 이미 무대에 가까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2009년부터 2019년까지 월명동 일대에서는 근대문화도시를 만드는 사업이 두 단계로 나뉘어 진행됐다. 헐릴 뻔했던 건물들이 남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고, 낡은 벽과 간판은 정비된 채로 그대로 남았다. 영화와 드라마가 이 골목을 찾아낸 것은 그다음이었다.
그래서 이 골목에서는 준비된 배경과 실제로 사는 사람들의 자리가 자주 겹친다. 카메라는 오래된 벽과 간판만 골라 담지만, 그 벽 안쪽에는 여전히 문을 열고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예전에는 카메라가 한 대뿐이었다. 영화 제작진이 다녀가고 나면 골목은 다시 조용해졌다. 지금은 다르다. 골목을 찾는 사람 각자가 카메라를 하나씩 들고 있고, 그 카메라는 영화가 끝난 뒤에도 매일 이 골목을 찾아온다.
골목 축제를 안내하는 글에는 어김없이 다음 코스가 따라붙는다. 사진관을 보고 난 뒤에는 철길이 남은 마을로, 절로, 오래된 빵집으로 이어지는 식이다. 이 골목 하나만 따로 오는 사람은 드물고, 대개는 정해진 순서를 따라 걷는다. 골목은 그 순서 속에서 첫 번째 자리를 차지한다.

옆 골목 술집까지 함께 검색된다
늦여름이 되면 초원사진관 일원에서 골목길 축제가 열린다. 추억을 담는 셀프 사진관과 프리마켓 같은 자리가 골목 곳곳에 들어서고, 사진과 놀이, 오래전 영화가 한자리에 모인다. 축제가 끝나고 사람들이 흩어진 뒤에도 이 골목의 이름은 한동안 검색창에 남는다.
골목 끝에는 짬뽕집이 모인 거리도 있다. 사진관을 보고 나와 출출해지면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발길을 옮기라고 안내하는 글이 많다. 사진 한 장을 남기는 골목과 끼니를 해결하는 골목이 걸어서 몇 분 거리 안에 다 들어 있는 셈이다.
그 흐름을 타고 골목 안쪽의 다른 가게 이름까지 함께 떠오른다. 축제 코스에서 걸어서 닿는 자리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원래 이 동네 사람들이 저녁에 가볍게 술 한잔 걸치던 가게가 갑자기 낯선 검색어 사이에 끼어든다. 정작 그 가게는 사진관과 아무 관계가 없는데도 그렇다.
옛 군산 시가지라 이 일대는 골목이 좁고 오래된 건물이 많다. 좁은 골목 하나가 유명해지면, 그 옆에 붙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전혀 다른 업종의 가게까지 딸려 올라온다. 사진관을 보러 온 사람과 저녁 한잔을 하러 온 사람이 같은 골목 안에서 마주치는 일도 이제는 낯설지 않다.

그 술집은 원래 이 동네 사람들이 저녁을 보내는 자리지, 관광지로 세운 곳이 아니다. 그런데도 골목 축제가 열리는 동안에는 지도 앱에서 함께 오르내리는 이름 가운데 하나가 된다.
정작 그 술집을 오래 다닌 사람들은 이런 흐름과 상관없이 같은 자리에 앉는다. 저녁에 가볍게 한잔하며 안주를 시키는, 원래부터 있던 걸음이다. 검색창 위에서는 사진관 골목의 이름을 나눠 쓰고 있지만, 걸어 들어오는 이유는 서로 다르다.
다음 카메라를 기다리는 골목
이 골목을 잠깐 지나가는 사람들은 모른다. 몇 해 전에는 영화 스태프가 같은 자리에서 조명을 세웠고, 그보다 앞서 다른 카메라가 이미 이 골목을 다녀갔다는 것을. 골목은 그 방문들을 하나하나 기억하지 않고, 다만 다음 방문을 기다릴 뿐이다.
가을에 한 번 더 축제가 열릴 거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봄에도 여름에도 가을에도, 카메라는 이 골목을 잊지 않고 찾아온다. 무대가 된 골목과 그 안에서 여전히 문을 여닫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자리는, 카메라가 다시 찾아올 때마다 조금씩 더 겹쳐질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