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진골목) 노른자 뜬 쌍화차 한 잔, 미도다방
진골목길 14번지, 영화 세트장 같은 다방이 있습니다. 누구는 아버지를 따라다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고, 누구는 처음 보는 레트로 소품에 감탄합니다.
- 글
- alleymag.
- 발행
- 2026.10.05
- 골목
- 대구 진골목

동성로에서 진골목으로 들어와 걷다 보면 '美都茶室 美都茶房'이라고 쓰인 현판이 보입니다. 미도다방입니다. 간판은 1928년부터 있었던 것으로 전하고, 지금의 운영자는 1982년부터 이 다방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요즘은 보기 힘든 진짜 다방이라,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부터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기분이 듭니다.
한 방문자는 문을 열자마자 영화 세트장 속으로 타임슬립한 것 같은 레트로 인테리어에 감탄했다고 적었습니다. 황토색 소파와 색동 방석, 붉은 조명이 비추는 수족관까지, 옛날 영화에 나올 법한 장면들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사장님이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직접 서빙을 해주셔서 그 시절을 제대로 체험할 수 있었다는 후기도 있습니다.


요쿠르트 얻어먹던 그 다방
다른 방문자는 이 다방을 보며 어릴 적 아버지를 따라다니던 다방을 떠올렸습니다. 그 시절 다방은 동네 아저씨들이 모여 놀던 곳이었고, 따라간 아이는 요쿠르트를 얻어먹는 재미로 버텼다는 기억입니다. 지금 미도다방 안에도 그런 공기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큰 수족관 안에서 헤엄치는 물고기들은 소파 색과 거의 비슷한 분홍빛이라, 둘이 원래 한 세트였던 것처럼 잘 어울립니다.
자리에 앉으면 과자 한 접시가 먼저 나옵니다. 어릴 적 할머니 댁에 놀러 가면 꺼내주시던 추억의 옛날 과자라고 묘사한 방문자도 있었습니다. 종로쪽 큰길은 여전히 복작거리는데,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이 안은 세상과 조금 단절된 듯 조용합니다. 도심 속에서 조용한 자리를 찾는다면 미도다방을 추천한다는 말도 여러 번 나왔습니다.
미도다방
전통찻집진골목길 14번지, 현판부터 '美都茶室 美都茶房'을 내건 전통 다방입니다. 황토색 가죽 소파와 색동 방석, 커다란 수족관이 놓인 실내는 작은 박물관 같은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들어가자마자 엄청 반갑게 인사해주세요. 이런 게 다방 가는 맛인가 봅니다.
- 주소
- 대구 중구 진골목길 14
- 영업
- 매일 오전 9시 30분 ~ 오후 10시
- 가격
- 쌍화차 5,000원 · 유자차 5,000원 · 생강차 4,000원 · 커피 3,000원대 (현장 메뉴판 기준)
- 비고
- 문의 053-252-9999
미도다방이 지금껏 간판을 지켜올 수 있었던 데에는, 이 골목 자체가 큰 변화 없이 비슷한 속도로 나이를 먹어온 사정도 한몫했을 것입니다. 진골목이 한때 대구에서 손꼽히는 번화가였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이 다방은 자리를 옮기지 않고 같은 자리에서 손님을 맞아 왔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카페들과 나란히 놓고 보면 미도다방의 메뉴판은 소박하기 그지없습니다. 하지만 그 소박함이야말로 이 다방이 가장 오래 버텨온 힘일지도 모릅니다. 화려함 없이, 그저 매일 같은 자리에서 쌍화차를 끓여온 시간이 쌓여 지금의 분위기를 만들었습니다.
진골목을 대표하는 명소를 하나만 꼽으라면 많은 사람이 망설임 없이 이 다방을 떠올립니다. 근대골목투어 코스에서도 빠지지 않는 정류장 같은 존재입니다. 쌍화차 한 잔의 가격으로 수십 년의 시간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자리는 흔치 않습니다. 젊은 세대에게는 낯선 다방 문화를 체험하는 자리가 되고, 나이 지긋한 세대에게는 잊고 지내던 시절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자리가 됩니다. 세대를 가리지 않고 모두에게 말을 거는 공간인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