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진골목) 소설 속 여섯 가구가 살던 집, 김원일의 마당 깊은 집
진골목으로 이어지는 근대골목투어 코스 안, 소설의 배경이 된 한옥 한 채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 글
- alleymag.
- 발행
- 2026.10.05
- 골목
- 대구 진골목

대구 중구에는 도심 속에서 옛 대구의 모습과 근대의 흔적을 만날 수 있는 골목이 있습니다. 그 길목, 약령길 안쪽에 자리한 문학 체험 공간이 김원일의 마당 깊은 집입니다. 근대문화골목 2코스 라인에 있어, 진골목으로 걸음을 옮기기 전에 많은 방문객이 먼저 들르는 자리입니다.
큰길에서 약령골목으로 접어들면 검은 세로 표지판이 손짓하듯 서 있습니다. 골목 초입에는 시인의 시비도 놓여 있어, 잊지 말고 한 번 보고 가라는 안내도 함께 남아 있습니다. 전용 주차장은 없어 약령시 공영주차장이나 인근 유료주차장에 세워두고 걸어오는 편이 낫다고, 한 방문자는 적었습니다.


여섯 가구의 캐리커처
좁은 마당을 가운데 두고 여러 가구가 방을 나눠 쓰던 구조는, 한국전쟁 직후 대구로 몰려든 피난민들의 생활을 압축해서 보여줍니다. 지금 눈으로 보면 비좁아 보이는 그 구조가, 당시에는 적지 않은 사람들의 실제 삶이었습니다.
대문을 지나 골목 진입로 벽면에는 소설 '마당 깊은 집'에 등장하는 여섯 가구의 캐리커처가 나란히 붙어 있습니다. 위채 주인집부터 아래채 첫째 방, 둘째 방, 셋째 방, 넷째 방, 바깥채 가겟방까지, 한 마당 안에 모여 살던 사람들의 얼굴이 하나씩 소개됩니다. 한국전쟁 직후 대구의 모습을 담아낸 이 소설의 배경이 바로 이 집입니다.
마당과 전시관, 작가의 방까지 알차게 꾸며져 있어 아이와 함께 둘러보기에도 부담이 없고, 관람료가 전액 무료라는 점도 반가운 요소로 꼽힙니다. 골목과 관련된 인물과 장소의 이야기를 살펴볼 수 있는 안내 시설과, 이곳을 색다르게 만나볼 수 있는 체험 공간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골목 안쪽 조용히 숨어 있는 공간이라, 표지판이 없으면 그냥 지나칠 만하다는 말도 있었습니다.
소설 속 마당 깊은 집은 전쟁 직후 피난민들이 한 지붕 아래 여러 가구로 나뉘어 살던 공간이었습니다. 지금은 그 복잡했던 살림살이 대신 전시물과 안내판이 자리를 채우고 있지만, 좁은 마당을 둘러싼 방들의 구조만큼은 그대로 남아 있어 당시의 생활을 가늠하게 합니다.
진골목으로 향하는 길 위에서 이 집을 먼저 들르면, 뒤이어 걷게 될 골목의 풍경이 조금 다르게 보일지도 모릅니다. 한 지붕 아래 여섯 가구가 살았던 이야기를 알고 나서 보는 좁은 골목은, 그저 좁기만 한 길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생활이 포개졌던 자리로 다가옵니다.
관람료가 없다는 점은 이 공간이 상업 시설이 아니라 지역의 문학 유산을 알리기 위한 자리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줍니다. 근대골목투어의 다른 유료 체험과 비교하면, 부담 없이 들렀다가 다음 코스로 넘어갈 수 있는 쉼표 같은 공간이기도 합니다. 소설을 읽지 않고 와도 상관없습니다. 캐리커처 하나하나에 적힌 짧은 설명만으로도 그 시절 한 지붕 아래 모여 살던 사람들의 사정이 어렴풋이 그려지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