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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스팟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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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시작2026.09

(창원 마산 창동예술촌) 예술촌이라는 이름 아래, 여전히 비는 자리

빈 점포를 공방으로 채운 지 십 년이 넘었다. 그런데 이 골목을 어릴 때부터 다닌 사람들은 요즘도 같은 말을 한다. 사람이 줄고, 빈 점포가 늘어난다고.

글
alleymag.
발행
2026.10.05
골목
창원 마산 창동예술촌
예술촌이라는 이름 아래, 여전히 비는 자리
Artwork by alleymag.

창동예술촌은 도시재생 사업의 성공 사례로 자주 소개된다. 빈 점포를 예술가에게 빌려주어 쇠락한 원도심을 살려낸 전국적인 모범으로, 언론도 여러 차례 그렇게 다뤘다. 그런데 이 골목을 어릴 때부터 다닌 사람들의 기록을 들여다보면 조금 다른 결의 이야기가 섞여 있다.

애기 때부터 부모님과 함께 자주 왔다는 한 방문자는, 콩국집을 찾아가는 길에 이렇게 적었다. 갈수록 사람이 줄고 빈 점포가 늘어 안타까운 마음인데, 늘 한결같이 사랑받는 그 가게가 있어서 좋다고. 예술촌이라는 이름이 붙은 지 십 년이 넘은 지금도, 이 골목을 오래 걸어온 사람 눈에는 채워진 자리보다 비어 가는 자리가 먼저 들어온다는 뜻이다.

조용해서 의아한 골목

주말 오후에 처음 이 골목을 찾은 한 방문자는 다른 각도에서 비슷한 말을 남겼다. 토요일인데도 길에 사람이 별로 없어서, 가게들이 지금 운영 중인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조용했다고. 북적이는 관광지를 생각하고 왔다면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 사이로 작은 공방들이 늘어서 있고 도로의 설치 조형물이 예술촌의 분위기를 살려 주는데, 그 분위기를 지나가며 봐 줄 사람의 수는 생각보다 적었다.

Artwork by alleymag.

같은 골목 안에서도 손님이 끊이지 않는 가게와 문을 닫은 가게가 나란히 있다. 오동동에서 한정식을 팔던 가게가 최근 장사를 접었다는 이야기를, 근처에서 석쇠불고기를 먹던 방문자가 지나가듯 전했다. 반대로 콩국집이나 수십 년 된 빵집, 칠십 년 가까이 된 서점 앞에는 여전히 사람이 줄을 선다. 둘의 차이는 간판의 색이나 메뉴의 세련됨이 아니라, 그 자리를 오래 지켜 온 시간의 두께에 더 가까운 듯하다.

서점 학문당을 소개하는 한 글에는 더 분명한 증언이 담겨 있었다. 사장님 말로는, 원래 이 자리 근처에는 학문당보다 더 오래된 서점이 몇 군데 더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서점들이 하나둘 문을 닫으면서, 지금은 학문당 혼자 그 역사의 증인으로 남게 되었다는 것이다. 빈 점포가 늘어나는 것은 식당이나 옷가게만의 일이 아니라, 책을 팔던 자리에서도 똑같이 벌어진 일이었다.

Artwork by alleymag.

그래도 이 골목에 자리를 잡는 사람들

그렇다고 이 골목에 들어오는 사람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친구가 창동예술촌에서 일하게 되면서 근처에 작은 자취방을 구했다는 기록도 있다. 그 친구의 새로운 시작을 핑계 삼아 며칠 머물며 함께 시간을 보냈다는 이야기였다. 예술촌이 누군가에게는 구경거리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실제로 일자리가 되고 거처를 정하는 이유가 된다는 뜻이다. 빈 점포가 느는 속도와 이런 작은 정착이 느는 속도, 둘 중 어느 쪽이 더 빠른지는 아직 누구도 셈해 보지 않았다.

이 골목에서 나고 자라 지금도 창동 어딘가에서 장사를 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도 있다. 스스로를 창동아지매라고 부르는 한 주민은 동네 소식을 전하듯 새로 생긴 가게들을 하나씩 기록해 둔다. 개업 소식을 듣고 뒤늦게라도 찾아가 보고, 깔끔해진 가게 안을 둘러보고, 자주 먹을 생각이라고 적어 둔다. 바깥에서 온 여행객의 감탄과는 결이 다른, 이 골목에 계속 살아갈 사람의 기록이다.

채움과 비움이 같은 골목에서

빈 점포 50곳을 예술가에게 내주며 시작한 2012년의 결정은 분명 이 골목에 숨을 넣었다. 그러나 열 몇 해가 지난 지금, 그 숨이 골목 전체에 고르게 퍼졌다고 말하기는 아직 조심스럽다. 전시와 체험 프로그램이 꾸준히 열리고 주말이면 사진을 찍는 젊은 사람들이 늘었지만, 평일의 골목과 노포 몇 곳을 벗어난 상점가에는 여전히 셔터가 내려진 자리가 섞여 있다.

Artwork by alleymag.

예술촌이라는 이름이 이 골목의 간판을 바꿔 달긴 했지만, 그 이름이 모든 빈 점포를 다 채워 주지는 않았다. 그 사이에서도 꾸준히 손님을 받아 온 가게들이 있다는 사실이, 어쩌면 이 골목이 아직 완전히 가라앉지는 않았다는 증거에 더 가까울 것이다. 다음 세대가 이 골목에서 무엇을 보게 될지는, 새로 들어온 공방의 수가 아니라 저 노포들이 몇 해를 더 버티는가가 먼저 말해 줄 것이다. 관광버스가 서고 사진을 찍는 사람이 느는 것과, 그 옆 가게의 셔터가 계속 올라가 있는 것은 서로 다른 질문이다. 이 골목을 지켜보는 사람들이 매번 같은 가게의 안부를 묻는 이유도 거기에 있을 것이다.

성공한 도시재생 사례라는 말과, 갈수록 사람이 준다는 체감은 서로 모순되지 않는다. 둘 다 같은 골목에서 동시에 일어나는 일이다. 빈 점포를 공방으로 채운 숫자는 분명 늘었지만, 그 공방들이 문을 여는 평일 오후에 손님이 몇이나 들어오는지는 어디에도 따로 적혀 있지 않다. 이 골목을 오래 다닌 사람들의 체감이 그나마 가장 가까운 답에 가까울 것이다. 그 체감을 가볍게 흘려듣지 않는 것이, 이 골목을 들여다보는 사람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예의일지도 모른다.

FIELD PHOTOS : 현장에서 모은 사진
SCENE 01 : 조용한 평일 골목
jjiii_777이 찍은 창동 큰길과, youngii77이 찍은 한적한 안쪽 거리입니다. 같은 창동인데 큰길의 활기와 안쪽 골목의 적막이 뚜렷하게 갈립니다.jjiii_777이 찍은 창동 큰길과, youngii77이 찍은 한적한 안쪽 거리입니다. 같은 창동인데 큰길의 활기와 안쪽 골목의 적막이 뚜렷하게 갈립니다.
▲ 2026.09 / 사진 jjiii_777 · youngii77 · https://blog.naver.com/jjiii_777/224398611794 / https://blog.naver.com/youngii77/224316504825 jjiii_777이 찍은 창동 큰길과, youngii77이 찍은 한적한 안쪽 거리입니다. 같은 창동인데 큰길의 활기와 안쪽 골목의 적막이 뚜렷하게 갈립니다.
SCENE 02 : 공방과 빈 상점이 나란한 거리
yangsj36이 담은 식당 간판 골목과, jjiii_777이 담은 영업 중인 작은 가게입니다. 불이 켜진 가게들 사이로, 이 거리가 완전히 식지는 않았다는 걸 보여줍니다.yangsj36이 담은 식당 간판 골목과, jjiii_777이 담은 영업 중인 작은 가게입니다. 불이 켜진 가게들 사이로, 이 거리가 완전히 식지는 않았다는 걸 보여줍니다.
▲ 2026.06 / 사진 yangsj36 · jjiii_777 · https://blog.naver.com/yangsj36/224321545879 / https://blog.naver.com/jjiii_777/224398611794 yangsj36이 담은 식당 간판 골목과, jjiii_777이 담은 영업 중인 작은 가게입니다. 불이 켜진 가게들 사이로, 이 거리가 완전히 식지는 않았다는 걸 보여줍니다.
2012년 빈 점포 50곳을 임차해 창동예술촌을 조성한 경위는 디지털창원문화대전·경남신문 등의 보도를 확인해 반영했다. 빈 점포·방문객 체감과 관련한 서술은 2025년 12월부터 2026년 10월 사이 올라온 네이버 블로그 방문 기록에서 확인한 내용을 종합한 것으로, 공식 집계가 아니라 방문자 개개인이 그 자리에서 느낀 바를 옮긴 것임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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