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남포동 깡통시장·BIFF광장) 당면이 조금 불어야 맛이 난다고 했다
깡통시장 안 이가네떡볶이 맞은편, 노란 메뉴판 아래 붉은 의자가 놓인 분식집입니다. 같은 비빔당면 앞에서 방문자들의 기록은 반갑게도, 서운하게도 엇갈렸습니다.
- 글
- alleymag.
- 발행
- 2026.11.02
- 골목
- 부산 남포동 깡통시장·BIFF광장

깡통시장 안쪽에서 이가네떡볶이를 찾았다면 맞은편으로 눈을 돌리면 됩니다. 노란 메뉴판이 줄줄이 붙은 가게 위에 원조 소문난 완이네분식이라는 간판이 걸려 있습니다. 한 방문자는 지도 앱에 완이네분식이라고 치자마자 바로 옆이어서 헤맬 일이 없었다고 적었습니다. 카운터를 따라 붉은 플라스틱 의자가 일렬로 놓여 있고, 잔치국수와 비빔당면, 콩국수, 콩국이 이 집의 중심입니다. 떡볶이와 오뎅, 물떡, 김밥도 같은 카운터에서 나옵니다.
비빔당면에 마음을 열기까지
비빔당면에 좋은 기억이 없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남해에 살던 시절 어머니와 부산에 놀러 와서 먹은 비빔당면은 딱딱하고 차갑고 간장 맛만 났다고 합니다. 그런데 부산 토박이 지인이 빼곡히 적어 준 맛집 목록에 이 집이 들어 있었고, 더위에 지쳐 간식 시간이 된 김에 털썩 앉았다고 적었습니다. 앉은 자리 바로 앞이 조리대였습니다. 빨강, 주황, 노랑, 초록의 양념과 나물이 큼직한 그릇마다 담겨 언제든 내줄 채비를 하고 있었고, 이 방문자는 오픈키친의 원조 같다며 감탄했습니다.
주문한 비빔당면의 당면은 꽤 불어 있었습니다. 그대로 비벼 주는 걸 보고 갸웃했는데, 사장님이 당면이 좀 불어야 속이 편하고 소화도 잘되고 부드럽다고 일러 주셨다고 합니다. 먹어 보니 지난번 집의 꼬들꼬들하던 면과 달리 살짝 불어 부드러웠고, 매콤한 빨간 양념 사이로 시원한 단무지가 씹혀 개운했다고 합니다. 함께 나온 어묵도 적당히 불어 먹기 좋았다고 적었습니다. 계산을 마치고 돌아서며 남긴 문장은 길고 들떠 있었습니다. 가게 안에는 방송에 나온 흔적도 걸려 있었다고 합니다.


연휴 앞자락, 문 닫은 단골집 대신
지난해 추석 연휴가 막 시작될 무렵, 어머니와 시내에 나온 한 방문자는 늘 가던 분식집이 문을 닫아 다른 집을 찾아야 했습니다. 국수도 있고 분식도 있는 집을 찾았지만 한 곳은 사람이 많아 지나쳤고, 그러다 조금 한가한 완이네분식 앞에 앉았다고 합니다. 이모님은 쉬지 않고 무언가를 그릇에 담고 있었고, 막 자리를 잡은 듯한 옆 손님들 앞으로 음식이 계속 나갔다고 합니다. 시장통이라 비주얼이 좋다고 쓴 이 방문자의 눈에는 도토리묵과 순대, 콩물이 먼저 들어왔습니다. 오픈 주방에 없는 게 없다고 적었습니다. 비빔당면이 있는 걸 보고도 그날은 국물이 있는 잔치국수를 골랐고, 한솥 끓는 떡볶이의 색이 맛나 보여 작은 꼬마김밥 세 줄까지 얹었습니다.


주말에 장을 보러 온 또 한 사람은 시장에서는 군것질하는 재미가 더 크다고 적었습니다. 이 사람에게 완이네분식은 깡통시장에 올 때마다 또 들르는 곳입니다. 다른 집은 가 보지 않아 모르겠다고 먼저 밝히면서, 올 때마다 비빔당면이 생각나는 곳이라고 썼습니다. 시장을 한 바퀴 돈 다른 기록도 이가네떡볶이와 나란히 이 집의 당면국수를 후기에 올렸습니다. 불을 밝힌 가게 앞에서는 손님들이 카운터를 향해 같은 방향으로 앉아 그릇을 비우고 있었습니다.


같은 카운터, 다른 점심
모든 기록이 이렇게 따뜻한 것은 아닙니다. 완이네가 맛있고 서비스도 좋다는 후기를 보고 네 사람이 찾아간 한 방문자는 크게 실망했다고 적었습니다. 떡볶이, 도토리묵사발, 콩국수, 비빔당면을 시켰는데 떡볶이에는 꼬치가 세 개뿐이었고, 네 명이라 하나 더 달라고 하자 옆의 젓가락을 쓰라는 답이 돌아왔다고 합니다. 떡볶이는 간장 종지만 한 그릇에 담겨 나왔습니다. 도토리묵사발과 콩국수가 나온 뒤에도 비빔당면이 오지 않아 물어보니 그제야 조리를 시작했는데, 주문을 못 들으신 듯했다고 적었습니다. 계산할 때는 카드가 되느냐고 묻자 계좌이체를 해 달라는 답이 돌아왔고, 거듭 묻고 나서야 카드로 계산했다고 합니다. 이 방문자가 기록한 하루의 감정은 기분이 나빴다는 한 줄이었습니다.


이 집에서 가장 자주 이름이 불린 메뉴는 비빔당면이었습니다. 불은 당면이 속에 편하다는 사장님의 말이 있었고, 오래 장사를 해 오신 분이라는 인상이 있었고, 방송에 나온 흔적이 벽에 걸려 있었습니다. 한 사람은 깡통시장에서 만난 최고의 맛집이라 적었고, 한 사람은 다시 앉고 싶지 않은 자리처럼 적었습니다. 시장 한복판의 분식집은 같은 그릇을 비우고 채우기를 하루 종일 되풀이하는 곳이어서, 어느 날의 손님이 되느냐에 따라 기억이 달라지는지도 모릅니다. 가신다면 주문한 메뉴가 다 나왔는지, 계산은 어떻게 할지 한 번씩 여쭤 보면 마음이 편합니다. 붉은 의자는 하루에도 몇 번씩 비워지고 채워지고, 그때마다 그릇 하나가 한 사람의 점심이 됩니다.
완이네분식
분식 · 당면국수깡통시장 안, 이가네떡볶이 맞은편에서 오래 자리를 지켜 온 분식집입니다. 비빔당면과 잔치국수, 콩국수를 중심으로 떡볶이, 오뎅, 묵과 순대를 한 카운터에서 냅니다.
전에 먹고 실망했던 비빔당면의 위상은 완이네분식이 다시 세워줬다
- 주소
- 부산광역시 중구 부평1길 43
- 영업
- 가게 자체 시간은 기록에 없음. 시장 안내는 매일 08:00 - 20:00, 야시장 19:30 - 23:30으로 적은 기록이 있어 방문 전 확인을 권합니다. 연휴 무렵 시장 안 다른 분식집이 문을 닫았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 가격
- 떡볶이 한 그릇 6,000원(방문 기록). 메뉴판 사진에는 잔치국수 6,000원, 비빔당면 6,000원, 냉콩국수 7,000원, 콩국 4,000원으로 적혀 있음. 시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 비고
- 시장 안 이가네떡볶이 맞은편, 간판과 메뉴판에 '40년 원조 맛집' 문구. 한 기록은 카드 결제를 묻자 처음에 계좌이체를 안내받았다고 적음(카드 가능 여부 확인 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