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남포동 깡통시장·BIFF광장) 낮과 밤이 같은 통로를 쓴다
다른 도시의 야시장은 대개 따로 구역을 낸다. 부평깡통시장은 그러지 않았다. 낮에 장을 보던 그 통로에, 밤이 되면 포장마차가 그대로 들어선다.
- 글
- alleymag.
- 발행
- 2026.10.13
- 골목
- 부산 남포동 깡통시장·BIFF광장

2013년 10월, 부평깡통시장은 대만을 비롯한 중화권의 야시장을 눈여겨보다가 국내 최초의 상설 야시장을 열었다. 다른 도시들이 뒤이어 야시장을 만들 때 흔히 택한 방식은 따로 구역을 내는 것이었다. 공원 한쪽이나 비어 있는 부지에 포장마차 구역을 새로 짓고, 낮의 상권과는 분리된 공간으로 운영하는 식이다.
부평깡통시장은 그 길을 따르지 않았다. 새 공간을 짓는 대신, 낮에 쓰던 바로 그 통로에 밤이 되면 포장마차를 그대로 들였다. 별도의 야시장 부지가 있는 게 아니라, 기존 시장 통로에 밤마다 먹거리 매대가 더해지는 형태다. 결과적으로 이 골목은 하루에 두 번, 전혀 다른 폭을 가진 길이 된다.

낮 동안 이 통로의 주인은 그릇가게와 생활잡화점, 소품샵, 그리고 포장 손님이다. 족발골목 가게들은 상호가 큼직하게 박힌 종이백을 따로 준비해 두고, 저녁 장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포장해 가는 손님을 맞는다. 좌판이 펼쳐지고 수레가 지나다닐 만큼의 폭이 딱 맞게 쓰이는 시간이다. 좁다면 좁지만, 낮 동안은 이 폭으로 충분하다.
해가 지면 사정이 달라진다. 떡볶이와 어묵, 튀김을 파는 포장마차가 같은 통로에 하나둘 자리를 잡기 시작한다. 낮에 좌판이 있던 그 폭에 밤에는 매대와 테이블까지 더해지니, 통로는 금세 좁아진다. 사람들은 그 좁아진 틈을 비집고 걷는다. 낮에는 느긋하게 장을 보던 길이, 밤에는 어깨를 부딪히며 걷는 길이 된다.
이 겹침이 만드는 결과 하나는 분명하다. 밤에 이 골목을 처음 찾은 사람은 대개 포장마차만 기억하고 돌아간다. 사진도 영상도 거의 다 야시장 먹거리 중심이다. 그 틈에서 낮 동안 이 통로를 채우던 그릇가게나 소품샵은 조명 밖으로 밀려난다. 같은 자리인데, 밤의 기록에는 낮의 가게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낮의 상권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산리오 캐릭터 상품을 파는 소품샵 모모타로를 찾은 한 방문자는 금학타올에서 시작해 모모타로, 은삔, 상현이네, 유행통신까지 다섯 곳을 두 시간 반 동안 돌았다고 적었다. 커피를 마시며 천천히 돌아볼 만큼, 낮의 이 골목에는 밤과는 다른 나름의 동선이 있다.
다만 그 동선은 밤의 야시장만큼 눈에 띄지 않는다. 소품샵은 간판이 크지 않고, 주방용품점 안쪽 깊숙한 자리에 숨어 있는 경우도 있다. 야시장을 찾아온 사람은 저녁에 와서 저녁에 떠나니, 낮의 그 동선과 마주칠 일이 애초에 없다. 두 상권은 같은 좌표 위에 있지만, 서로 다른 시간대에 서서 서로를 거의 보지 못한다.

좁아진 통로에서 자리를 지키는 법
이 겹침 속에서도 자리를 지키는 가게들이 있다. 부평족발골목과 양곱창거리처럼 아예 업종별로 간판이 모인 구간은, 야시장의 포장마차와는 또 다른 리듬으로 움직인다. 저녁이면 이쪽은 포장마차보다 테이블 손님으로, 웨이팅 줄로 채워진다. 같은 저녁 시간대에도 통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지는 셈이다.
낮의 좌판과 밤의 포장마차, 그 사이에 끼어 있는 식당가와 소품샵까지. 이 골목은 하나의 정체성으로 묶이지 않는다. 묶이지 않는 채로 같은 폭의 통로를 나눠 쓴다는 것, 그것이 다른 도시의 구획된 야시장과 이 골목이 가장 다른 지점이다.
별도의 구역을 내지 않았다는 선택은 10년도 더 전에 내려진 일이다. 그 선택 때문에 지금 이 통로는 하루에 두 번 좁아졌다 넓어졌다 한다. 낮의 상인과 밤의 상인은 서로 얼굴을 마주칠 일이 거의 없지만, 같은 바닥을 딛고 장사한다는 사실만은 매일 반복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