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남포동 깡통시장·BIFF광장) 엄마와 먹던 완당, 아직 그 지하에 있다
비프광장 길거리 골목 한쪽, 한 층 아래에서 얇은 완당을 빚는 집입니다. 어릴 적 엄마와 오던 사람도, 처음 내려온 사람도 같은 계단을 밟습니다.
- 글
- alleymag.
- 발행
- 2026.11.02
- 골목
- 부산 남포동 깡통시장·BIFF광장

비프광장 쪽 길거리 음식 골목 한쪽, 조그만 건물의 지하에 식당이 있습니다. 이 집을 다녀간 블로거들의 글을 차례로 읽다 보니 이상하게 어린 시절 이야기가 자꾸 겹쳐 나왔습니다. 어렸을 적 엄마, 아빠와 부산극장에서 조조영화를 보고 바로 앞에 있는 이 집에 왔던 기록이 새록새록 떠올랐다는 사람이 있고, 초등학생 때 생활의 달인에 나온 걸 보고 엄마와 같이 먹으러 갔던 기억을 꺼낸 사람도 있습니다. 또 한 사람은 원래 엄마의 맛집이었는데 어느새 자기가 이십 년 넘게 다니는 단골이 됐다고 적었습니다. 초딩 때부터 다닌 맛집이 아직도 그 자리에 있다고, 물음표까지 붙여 신기해했습니다.
계단을 내려가면 나무 판벽으로 둘러싼 홀이 나옵니다. 한 블로거는 벽면에 이 집의 역사와 메뉴 안내가 붙어 있었다고 적었고, 다른 블로거는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에 남포동의 역사를 적은 판이 걸려 있었다고 기록했습니다. 같은 벽을 보고도 시선은 달랐습니다. 앞사람은 해마다 이어서 붙은 블루리본 스티커와 식신 인증 스티커에 눈이 갔고, 뒷사람은 이 집이 문을 연 해를 읽고는 완전 까마득하다고 적었습니다.


찾아가는 길은 어렵지 않다고들 합니다. 한 블로거는 자갈치역 7번 출구에서, 다른 블로거는 2번 출구에서 금방 걸어갈 수 있다고 적었고, 또 다른 블로거는 광장을 지나오면 왼쪽에 있고 입간판이 있어서 찾기 쉽다고 했습니다. 입구 위에는 오래된 전통을 내세운 간판이 걸려 있고, 그 아래로 얇고 부드러운 만두피와 시원한 국물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문패 옆에는 블루리본 판이 여섯 해 연달아 붙어 있고 택슐랭 마크도 보입니다. 이름의 18번은 노래방에서 가장 자신 있는 노래를 십팔번이라 부르듯 대표 음식을 내세운다는 뜻으로 풀이된다고, 이 집의 내력을 따로 정리한 블로거가 적었습니다. 부산 사람인데 아직 한 번도 안 가봤다는 블로거는 딱 봐도 옛날부터 이 자리를 지켜온 노포 느낌이라 기대가 됐다고 합니다.


줄은 시간대에 따라 달랐습니다. 주말 점심에 간 블로거는 사람들이 밖에까지 줄을 서 있었다고 했고, 여행 마지막 날 들른 블로거도 홀이 이미 가득해 계속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적었습니다. 이십 년 넘게 다닌 단골은 대기가 여전히 있었지만 회전율이 빨라서 금방 앉았다고 했고, 저녁 시간에 간 친구 무리는 웨이팅 없이 바로 들어갔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눈길이 가는 곳이 한 군데 더 있습니다. 홀 한쪽 작은 창 안에서 완당을 빚는 모습입니다. 어린 시절 기억을 꺼낸 블로거는 안쪽에서 할머님께서 직접 손으로 완당을 빚고 계셨다고 적으며 맛이 없을 수가 없다고 했고, 화장실에 다녀오던 길에 사람들이 모여 있어 들여다보니 직원분들이 완당을 직접 만드는 중이었다는 블로거도 있습니다. 자주 찾는다는 또 다른 블로거 역시 안에서 완당을 만들고 계시다고 적었습니다. 서로 다른 날 다녀간 세 사람의 글이 같은 창 앞에서 만났습니다.

한 그릇의 인상은 대체로 부드럽다는 쪽으로 모입니다. 이십 년 넘게 다닌 블로거는 완당 피가 얇아서 만두 같으면서도 훨씬 부드럽다고 했고, 무엇보다 국물이 끝내줘요라며 파가 넉넉하게 들어간 것에 만족했습니다. 양도 진짜 많다고 적었습니다. 물만두를 유독 좋아한다는 블로거는 만두처럼 속이 많이 들어 있지는 않았다고 하면서도 진짜 좋아하는 완당이라고 했습니다. 자주 가는 블로거는 새우 완당이 처음 보는 메뉴였다고 하고, 모밀이 맛있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고르는 방법도 글마다 조금씩 달랐습니다. 셋이 간 블로거는 완당 둘, 완당면 하나에 유부초밥과 김치김밥을 더했고, 둘이 간 단골은 완당면과 완당우동에 김 유부초밥을 곁들였습니다. 친구들과 간 블로거는 새우완당에 세트 두 가지를 시켰는데, 하나는 김초밥과 유부초밥이 함께 나오는 쪽이고 다른 하나는 덮밥이 함께 나오는 쪽입니다. 예전에는 진짜 저렴했는데 물가가 많이 오른 걸 실감한다는 한마디는, 오래 다닌 집에만 달 수 있는 말처럼 읽혔습니다. 가격은 아래 정보 칸에 기록에 적힌 대로 옮겨 두었습니다.


부산극장 앞에서 조조영화를 보던 시절을 떠올리는 사람, 엄마 손을 잡고 오던 아이로 돌아가 단골이 된 사람, 이사 온 지 얼마 안 됐을 때 여행 유튜버가 가는 걸 보고 먹어 봤지만 기억이 가물가물해 다시 기록해 본 사람, 오래 지나다니다 이번에야 처음 내려온 사람. 저마다 다른 이유로 같은 계단을 내려갑니다. 줄이 부담스러우면 점심 시간대를 한 번 비켜 가 보세요. 그래도 길다면 골목 입구에서 씨앗호떡 하나를 들고 기다리는 것도 방법입니다.
18번완당집
완당비프광장로 지하에 있는 완당 전문 노포입니다. 얇은 피로 빚은 완당과 면, 김초밥과 유부초밥 세트를 내고, 입구에는 블루리본 판이 여러 해 연달아 붙어 있습니다.
오래된 맛집 특유의 편안함이 있어서 괜히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느낌
- 주소
- 부산광역시 중구 비프광장로 31 지하
- 영업
- 10:30 - 20:00 (라스트오더 19:30). 브레이크타임은 15:00 - 16:45 사이로 요일과 글마다 다르게 적혀 있어 방문 전 확인을 권합니다
- 가격
- 완당 + 면 10,000원, 완당우동 10,000원, 김 유부초밥 7,000원 (2026.10 후기 기준)
- 비고
- 지하 1층, 포장 가능, 주차장 없음, 연중무휴로 적은 기록 있음, 문의 051-245-0018. 부산 곳곳에 같은 이름의 완당집이 있어 이 글은 비프광장로 지점만 다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