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왕십리 곱창골목) 정은이네곱창, 같은 불판 위의 세 가지 저녁
같은 볶음밥을 두고 어떤 사람은 예술이라 했고 어떤 사람은 푸석하다고 적었습니다. 반년 남짓 사이에 이 불판 앞에 앉았던 세 사람의 저녁을 겹쳐 봅니다.
- 글
- alleymag.
- 발행
- 2026.11.02
- 골목
- 서울 왕십리 곱창골목

왕십리역 2번 출구를 나와 성동구청 맞은편, 도선사거리 쪽으로 걸으면 곱창집 간판이 줄지어 나타납니다. 고산자로 289의 정은이네곱창은 그 줄 안에서 2층짜리 큰 건물로 눈에 들어옵니다. someday3616은 이쪽에서 밥을 먹어 본 적이 별로 없어 곱창집이 이렇게 늘어선 줄 몰랐다고 적었고, 넓지도 않은 땅에 곱창과 막창 가게가 빽빽하게 모인 것이 신기했다고 했습니다. travel_me와 someday3616은 이 집이 KBS 생생정보에 나온 적이 있다고도 적었습니다.
travel_me는 돼지곱창 가운데서도 야채곱창을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친구와 곱창집을 차례로 돌아보는 곱창로드를 짜는 중이었고, 그 길에서 들른 한 곳이 이 집이었다고 합니다. 양파절임과 부추무침, 큰 접시에 담긴 상추와 마늘만으로도 상이 푸짐해 보였다고 했습니다. 야채곱창 2인분은 양이 꽤 많았고 다른 집에 비해 곱의 크기는 작은 편이었습니다. 상추에 마늘을 얹고 소스를 푹 찍어 싸 먹다가 모자란 듯해서 소금구이를 하나 더 시켰고, 바삭하게 익어 가는 모습을 사진으로 남겼습니다. 동치미와 부추를 계속 집어 먹었더니 직원이 알아서 계속 채워 주었고, 어느 순간 동치미를 좋아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는 대목이 이 기록에서 가장 오래 남습니다.


someday3616은 남편과 아이들까지 함께 앉은 저녁이었습니다. 딸이 천엽을 먹을 줄 안다는 사실을 이날 처음 알았다고 적었는데, 기본 찬으로 간천엽이 한 접시 먼저 나왔기 때문입니다. 소곱창은 초벌을 마친 채 꽃처럼 모양을 잡아 올라와 오래 굽지 않고 바로 먹을 수 있었고, 사장님이 직접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주셨다고 합니다. 곱창을 더 익히는 사이 염통부터 집었더니 쫄깃하고 쫀득했습니다. 곱창은 손질이 어렵다던데 어설픈 집은 곱이 다 빠져 있기 마련이어서, 곱이 가득 들어찬 이 집이 더 반가웠다고 했습니다.
다만 가격은 조금 센 편이라고 느꼈습니다. 곱창집이 오랜만이라 잘은 모르겠지만 평균보다는 비싼 듯하다는 조심스러운 말투였습니다. 그래도 마지막 볶음밥은 꼭 시켜야 한다고 했습니다. 아래쪽이 바삭하게 눌어붙을 듯 볶아진 볶음밥을 두고 이게 예술이라고 적었고, 하나 더 시킬까 망설이다 배가 터질 것 같아 접고 나왔는데 아직도 생각난다고 했습니다.


rosallee의 저녁은 결이 달랐습니다. 한 주 내내 곱창이 당기던 금요일, 후기가 꽤 보이던 이 집을 골라 곱창골목으로 갔다고 합니다. 저녁 일곱 시쯤 도착했을 때 1층은 한 자리가 남아 있었고 2층은 거의 비어 있었습니다. 다른 가게 앞에는 웨이팅이 있었는데 여기는 줄이 없었고, 2층에 자리를 잡자 곧 단체 손님이 들어와 금세 채워졌다고 적었습니다. 차는 골목이라 가게 앞보다 가까운 홍익동 공영주차장에 세웠고, 요금이 저렴해 강추라고 했습니다.
밑반찬은 보통 정도였고 생간과 천엽이 나왔습니다. 앞접시에 고춧가루가 붙어 있어 바꿔 달라고 했을 때 돌아온 응대가 마음에 걸렸다는 이야기도 숨기지 않았습니다. 시킨 것은 모듬곱창이었고 곱창과 대창, 양깃머리, 염통이 함께 나와 식감이 다양했으며, 감자와 부추를 같이 구우니 느끼함이 한 풀 꺾였다고 했습니다. 이 글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파김치입니다. 잘 익은 파김치를 곱창 기름에 살짝 볶아 먹으면 훨씬 맛있으니 꼭 구워 먹어 보라고 권했습니다.


세 사람의 마지막 접시는 같지 않았습니다. travel_me는 곱창집을 수없이 다녀도 맛있는 볶음밥은 찾기 어려웠는데 이 집은 볶음밥 맛집이라며 느낌표를 줄줄이 달았고, 곱창 양념에 볶는 방식이 아니라 새로 볶아 따로 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rosallee의 볶음밥은 처음엔 푸석하고 맛이 애매했고 김에서 생김 냄새가 조금 났는데, 곱창을 찍어 먹고 남은 기름장을 넣어 비비자 그나마 살아났다고 합니다. 같은 이름의 메뉴가 어느 날은 예술이 되고 어느 날은 기름장 한 숟갈에 기대는 접시가 되었습니다.
rosallee는 응대가 아쉬워 다시 오지는 않을 것 같다고 적으면서도, 곱창골목에는 가게가 많으니 다음엔 다른 곳도 가 보고 싶다고 썼습니다. travel_me는 회사에서 소곱창을 사 준다고 하면 여기로 가라고 권했습니다. 예약 앱은 쓰지 않고 전화 예약만 된다고 하니, 그날 저녁이 어느 쪽으로 기울지는 문을 열고 들어가 봐야 아는 모양입니다.
정은이네곱창
소·돼지곱창구이고산자로 곱창집 줄 한가운데, 1층과 2층에 홀이 나뉜 곱창집입니다. 소곱창과 돼지곱창을 함께 내고, 같은 볶음밥을 두고도 방문한 날마다 평이 갈립니다.
그런데 여긴 정말 곱 가득 차있었네요
- 주소
- 서울 성동구 고산자로 289(홍익동 128)
- 영업
- 월~토 17:00 - 02:00 (2026.07 기록) / 일요일 휴무. 2025.12 기록에는 15:00 - 01:00으로 적혀 있어 시간이 다름
- 가격
- 소모듬곱창 57,000원 / 소곱창·소대창·양깃머리 각 28,000원 / 소야채곱창 25,000원 / 야채곱창 14,000원 / 연탄불곱창·소금구이 각 15,000원 / 간·천엽 10,000원 / 볶음밥 5,000원
- 비고
- 예약은 전화만 가능(02-2295-1233), 네이버예약·캐치테이블 불가 / 1층·2층 운영 / 왕십리역 2번 출구에서 성동구청 맞은편 도선사거리 쪽 / 주차는 가게 앞 한 대 정도, 홍익동 공영주차장(성동구 무학로10길 28) 1시간 1,200원 / 원산지 국내산, 소곱창은 한우(2025.12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