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26 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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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스팟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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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시작2026.09

(서울 왕십리 곱창골목) 열넷 남은 화덕

한때 스무 곳이 넘던 포장마차들이 한자리에 모여 이 골목이 됐다. 지금 남은 것은 열넷, 그리고 그사이 소리 없이 자리를 잡은 몇 개의 다른 불빛이다.

글
alleymag.
발행
2026.10.13
골목
서울 왕십리 곱창골목
열넷 남은 화덕
Artwork by alleymag.

왕십리역 2번 출구를 나와 골목 쪽으로 걸음을 옮기면 붉고 노란 간판들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제일, 왕초, 정부. 저마다 다른 글씨체로 걸린 이름들이 좁은 거리 양편에 줄지어 있다.

이 거리가 곱창집들로 채워지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초반이다. 가까운 마장동 축산물시장과 거래가 닿는 자리라, 소고기보다 값싼 부속 고기를 다루는 가게들이 하나둘 자리를 잡았다.

마장동 도축장은 1998년에 문을 닫았다. 그런데도 산지와 맺어 둔 거래는 끊어지지 않아서, 가게들은 이름만 왕십리에 남긴 채 지금도 고기를 받아 온다.

Artwork by alleymag.

모여서 다시 켜진 불

처음부터 이 모습은 아니었다. 포장마차들은 한동안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는데, 한꺼번에 정비되는 과정을 거치며 성동구청 건너편 이 자리로 옮겨 모였다. 흩어져 있던 불빛들이 한곳으로 옮겨붙은 셈이다.

2004년 한 신문이 이 거리를 취재했을 때는 이름이 조금 달랐다. 당시 행정동이던 왕십리1동의 곱창거리로 소개됐고, 좁은 구릉길 양쪽으로 200미터쯤 가게들이 늘어서 있었다. 영업은 오후 5시쯤 시작해 다음 날 아침 5시에서 6시까지 이어졌다고 적혀 있다. 소고기를 사 먹기 어려웠던 이들이 그보다 값싼 곱창으로 허기를 채우던, 밤이 깊을수록 오히려 북적이던 거리였다.

Artwork by alleymag.

숫자가 줄어드는 동안

성동구는 2014년부터 서울시의 K푸드 특화거리 지원계획에 따라 이 일대를 다시 손봤다. 낡은 안내 표지판을 바꾸고 외국어 메뉴판을 만들어 붙였다. 포장마차의 흔적을 지우듯, 가게들은 하나둘 깔끔한 인테리어의 현대식 매장으로 모습을 바꿨다.

2015년 한 신문이 다시 이 거리를 찾았을 때 남은 가게는 열네 곳이었다. 스무 곳이 넘던 가게 중 여섯 곳의 불이 꺼지는 동안에도, 남은 열넷은 밤마다 같은 자리에서 화덕을 지폈다. 그리고 지금도 이 골목의 점포 수는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열네 곳 안팎이다.

Artwork by alleymag.

그 열넷 가운데는 중소벤처기업부가 백년가게로 인정한 집도 있다. 입구 유리벽에는 다녀간 유명인들의 사인이 빼곡하고, 벽 한쪽에는 방송에 나왔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오래 버틴 가게일수록 벽에 걸어 둘 것이 많아진다.

화덕만 있는 게 아니다

저녁이 되면 골목은 고기 연기로 가득 찬다. 그런데 그 사이, 낮 여덟 시부터 문을 여는 카페 한 곳은 저녁이 오기 전까지 원두 가는 소리만 나직이 흘려보낸다. 조금 더 걸으면 치킨과 숯불 바베큐를 함께 파는 가게도 있어서, 이 거리의 간판이 전부 곱창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 준다.

곱창골목이라는 이름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그 이름이 가리키는 가게의 전부를 설명하지는 못한다. 다만 열넷 남은 화덕이, 이름값을 하는 자리를 아직은 지키고 있을 뿐이다.

FIELD PHOTOS : 현장에서 모은 사진
SCENE 01 : 거리의 얼굴
ppoyayj는 왕십리역 2번 출구 쪽 여행자거리 표지판과 제일곱창의 간판을 나란히 담았다. 이 거리에 들어서는 순간 가장 먼저 보이는 두 장면이다.ppoyayj는 왕십리역 2번 출구 쪽 여행자거리 표지판과 제일곱창의 간판을 나란히 담았다. 이 거리에 들어서는 순간 가장 먼저 보이는 두 장면이다.
▲ 서울 성동구 홍익동 · 2026.10 / 사진 ppoyayj · https://blog.naver.com/ppoyayj/224427850395 ppoyayj는 왕십리역 2번 출구 쪽 여행자거리 표지판과 제일곱창의 간판을 나란히 담았다. 이 거리에 들어서는 순간 가장 먼저 보이는 두 장면이다.
SCENE 02 : 모여 선 가게들
goldtop3321은 제일곱창의 전면 간판과 둥근 테이블이 늘어선 내부를 함께 찍었다. 건물 기둥에는 지번을 적은 파란 문패가 그대로 남아 있다.goldtop3321은 제일곱창의 전면 간판과 둥근 테이블이 늘어선 내부를 함께 찍었다. 건물 기둥에는 지번을 적은 파란 문패가 그대로 남아 있다.
▲ 서울 성동구 고산자로 281 · 2026.10 / 사진 goldtop3321 · https://blog.naver.com/goldtop3321/224433760292 goldtop3321은 제일곱창의 전면 간판과 둥근 테이블이 늘어선 내부를 함께 찍었다. 건물 기둥에는 지번을 적은 파란 문패가 그대로 남아 있다.
SCENE 03 : 오래 버틴 집
younging_320은 정부네 곱창 내부의 백년가게 선정 현수막과 소·돼지 메뉴판을 담았다. 오래 버틴 가게일수록 벽에 걸어 둘 인증이 늘어난다.younging_320은 정부네 곱창 내부의 백년가게 선정 현수막과 소·돼지 메뉴판을 담았다. 오래 버틴 가게일수록 벽에 걸어 둘 인증이 늘어난다.
▲ 서울 성동구 고산자로 287 · 2026.04 / 사진 younging_320 · https://blog.naver.com/younging_320/224257157255 younging_320은 정부네 곱창 내부의 백년가게 선정 현수막과 소·돼지 메뉴판을 담았다. 오래 버틴 가게일수록 벽에 걸어 둘 인증이 늘어난다.
왕십리 곱창골목은 1980년대 초반부터 형성돼 지금은 서울 성동구 홍익동 일대에 자리한 거리다. 1980년대 초반의 형성 과정과 마장동 도축장(1998년 폐쇄)과의 거래 관계, 흩어진 포장마차가 한곳으로 모인 과정, 2014년 이후 성동구의 재정비, 2004년과 2015년 각 시점의 점포 수는 서울신문 2004년 2월 13일 자와 2015년 11월 27일 자 보도를 바탕으로 확인했다. 2026년 현재의 점포 구성과 분위기는 2025년 말부터 2026년 가을 사이에 올라온 방문 기록을 참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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