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26 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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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시작2026.09

(원주 미로시장) 73개에서 17개로, 줄어든 간판 사이에서 영업은 계속된다

2017년 73개의 불이 한꺼번에 켜졌던 미로시장 2층. 2025년 지금 그 불은 17개만 남았다. 그런데 매출이 꾸준히 줄기만 한 것도 아니다. 늘었다가, 다시 줄었다. 이 골목의 숫자는 한 방향으로만 가지 않는다.

글
alleymag.
발행
2026.10.05
골목
원주 미로시장
73개에서 17개로, 줄어든 간판 사이에서 영업은 계속된다
Artwork by alleymag.

2017년, 2층 복도를 따라 73개의 간판이 한꺼번에 켜졌다. 임대료와 인테리어 비용을 2년간 15억 원 지원받으며 들어온 청년 상인들이었다. 그해 한 상인의 월평균 수익은 285만 원 정도였다고 알려졌다. 많지 않은 금액이었지만, 적어도 시작은 할 수 있는 돈이었다.

그 뒤로 숫자는 생각만큼 단순하게 움직이지 않았다. 2024년에는 월평균 매출이 1,550만 원까지 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미로시장이라는 이름이 입소문을 타고, 방송에 소개된 가게들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늘었던 시기였을 것이다. 그런데 2025년 같은 조사에서는 매출이 다시 778만 원으로 줄어 있었다. 늘었다 줄기를 반복하는 이 숫자가, 지금 이 골목이 서 있는 자리를 가장 솔직하게 보여준다.

Artwork by alleymag.

화재와 소비절벽, 그리고 떠난 사람들

점포 수의 변화는 더 가파르다. 73개로 시작한 2층 점포는 2025년 기준 17개까지 줄었다는 보도가 있다. 정부의 청년몰 지원사업은 2022년에 끝났다. 공교롭게도 그 뒤로 중앙시장 나동에서 화재가 났고, 코로나19가 길게 이어졌고, 최근에는 계엄 사태로 인한 소비 위축까지 겹쳤다고 전해진다. 원주시가 2층을 매입하는 사업도 수년째 교착 상태라는 이야기가 있다. 한 가지 원인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비슷한 시기에 몰렸다.

그래서 지금 이 복도를 걸으면 두 가지 풍경이 번갈아 나온다. 셔터가 내려간 채 먼지만 쌓인 칸이 있고, 그 바로 옆에는 조명을 환하게 켜고 손님을 받는 칸이 있다. 어느 한쪽만 보고 이 시장을 설명하면 틀린 그림이 된다. 비어 있는 자리의 숫자도 사실이고, 여전히 줄을 서는 가게가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Artwork by alleymag.

그런데도 남은 사람들

9년 전 함께 입점했던 73개 점포 중 상당수가 떠났지만, 남은 이들에게는 저마다의 이유가 있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소개됐던 칼국숫집처럼 오래 쌓아 온 단골이 있는 곳도 있고, 소품과 공방으로 꾸준히 입소문을 타는 곳도 있다. 공실이 늘었다고 해서 이 골목 전체가 멈춘 것은 아니다. 다만 예전처럼 복도 전체가 북적이던 시절과는 분명히 다른 밀도로, 이 시장은 지금의 하루를 채우고 있다.

원주시가 2층을 매입해 정비하겠다는 이야기는 몇 해째 나오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마무리됐다는 소식은 없다. 건물 전체의 소유 구조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보니, 간판 하나를 새로 달거나 통로 하나를 고치는 일도 상인 개인의 판단만으로는 쉽지 않다고 전해진다. 그 사이 누군가는 임대 기간이 끝나기를 기다리며 짐을 정리하고, 누군가는 오히려 이 시기를 비집고 새로 가게를 연다. 같은 공실률을 두고도 이 골목을 떠날 이유로 읽는 사람과, 들어올 틈으로 읽는 사람이 함께 있는 셈이다.

Artwork by alleymag.

실제로 최근 몇 해 사이 자리를 잡은 몇몇 공방과 체험형 가게들은 주말마다 아이를 데려온 가족 손님으로 채워진다고 한다. 키캡을 직접 꾸미거나 소품을 만들어 보는 체험이 입소문을 타면서, 오히려 공실이 늘어난 지금이 신규 상인에게는 눈에 띄기 쉬운 시기가 됐다는 말도 나온다. 간판이 줄어든 자리에서 다음 간판이 또 켜지는 중이라면, 이 숫자를 단순한 쇠퇴로만 읽기는 이르다.

73에서 17로 줄어든 숫자만 보면 이 골목의 다음을 어둡게 그리기 쉽다. 그런데 778만 원이라는 숫자 역시, 1년 전에는 1,550만 원이었다가 다시 떨어진 숫자라는 걸 떠올리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오르내림이 있는 곳이라면, 아직 완전히 끝난 곳은 아니다. 이 골목이 다음에 어느 쪽으로 기울지는, 지금 불을 밝히고 있는 저 열일곱 개의 칸이 결정할 것이다.

FIELD PHOTOS : 현장에서 모은 사진
여전히 걸려 있는 간판들
dasibom1624이 같은 날 담은 두 간판이다. 건물 외벽에 걸린 큼직한 '원주중앙시장' 입체 글자와,dasibom1624이 같은 날 담은 두 간판이다. 건물 외벽에 걸린 큼직한 '원주중앙시장' 입체 글자와,
▲ 강원특별자치도 원주시 중앙시장길 2 · 2026.09 / 사진 dasibom1624 · https://blog.naver.com/dasibom1624/224398903014 dasibom1624이 같은 날 담은 두 간판이다. 건물 외벽에 걸린 큼직한 '원주중앙시장' 입체 글자와, 2층 복도 입구의 노란 '미로예술중앙시장' 간판 아래 여전히 영업 중인 금은공예 가게 간판이 나란히 남아 있다. 시장이라는 큰 이름 안에, 지금도 문을 여는 작은 가게들이 있다는 걸 보여준다.
불 꺼진 칸과 불 켜진 칸
dasibom1624은 1층 포목·의류 상가의 환하게 불 켜진 복도도 함께 찍었고, 2층 바닥에 칠해진 빛바랜 방향 안내 그림도 남겼다. 하나는 지금도 돌아가는 상가의 불빛이고,dasibom1624은 1층 포목·의류 상가의 환하게 불 켜진 복도도 함께 찍었고, 2층 바닥에 칠해진 빛바랜 방향 안내 그림도 남겼다. 하나는 지금도 돌아가는 상가의 불빛이고,
▲ 강원특별자치도 원주시 중앙시장길 2 · 2026.09 / 사진 dasibom1624 · https://blog.naver.com/dasibom1624/224398903014 dasibom1624은 1층 포목·의류 상가의 환하게 불 켜진 복도도 함께 찍었고, 2층 바닥에 칠해진 빛바랜 방향 안내 그림도 남겼다. 하나는 지금도 돌아가는 상가의 불빛이고, 다른 하나는 오래 밟혀 색이 흐려진 화살표다. 같은 건물 안에서도 층마다 다른 속도로 시간이 흐르고 있다.
점포 수와 매출 변화는 2026년 보도된 원주투데이 기사를 인용했다. 보도 시점과 실제 현황 사이에는 시차가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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