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객리단길) 카페거리였던 곳에, 해가 지면 다른 간판이 켜진다
2016년, 재개발구역이 풀린 이 골목에 처음 들어선 것은 카페와 빵집이었다. 그런데 요즘 이 골목의 기록을 찾아보면 안주와 야장, 하이볼이 먼저 걸린다. 낮과 밤의 얼굴이 다른 골목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 글
- alleymag.
- 발행
- 2026.10.05
- 골목
- 전주 객리단길

2016년, 10여 년간 묶여 있던 재개발구역 지정이 풀리면서 이 골목에 소자본 청년 창업가들이 모여들었다.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40여 개가 넘는 가게가 들어섰고, 그 대부분은 커피와 빵을 파는 곳이었다. 전주객사 뒷골목이 카페거리로 불리기 시작한 것이 그 무렵이다.
지금도 이 거리에는 카페가 많다. 그런데 최근 이 골목을 다녀간 이들의 기록을 모아보면, 더 자주 등장하는 단어는 따로 있다. 안주, 야장, 이자카야, 하이볼, 웨이팅. 낮의 거리를 설명하던 단어와는 결이 다른 말들이다.

한 방문자는 이 골목의 어느 술집을 두고 '객리단길의 터줏대감이자 웨이팅 필수 핫플'이라고 적었다. 또 다른 방문자는 야장 분위기가 좋아 보여 미리 찜해 두었다가 친구들을 만난 김에 찾아갔다고 썼다. 이자카야, 혼술바, 포차식 술집이 이 골목 곳곳에 자리를 잡았고, 그중 여러 곳이 밤이면 자리가 꽉 찬다는 기록을 남긴다.
골목 안내판에는 이런 문장이 적혀 있다. 밤이 되면 각지의 여행자들이 이 거리로 모여들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재미있는 일화들이 생겨나는 이 거리를 여행자들이 순례길처럼 부르기 시작했다는 내용이다. 이 거리 스스로도 밤의 정체성을 숨기지 않는 셈이다.

그렇다고 카페가 밀려난 것은 아니다. 빵집 앞에는 여전히 이른 아침부터 줄이 선다. 조용히 책을 읽거나 노트북을 펼치는 사람들도 여전히 이 골목의 카페를 찾는다. 다만 해가 지면 그 손님들이 자리를 비우고, 다른 손님들이 그 자리를 채운다. 하나의 골목이 낮과 밤, 두 개의 다른 장사를 번갈아 하는 셈이다.
이 변화는 누가 기획한 것이 아니다. 2016년 이 골목에 처음 문을 연 이들은 카페와 빵집을 염두에 두었을 뿐, 몇 년 뒤 이 자리가 밤의 술집거리로 더 자주 불리게 될 줄은 몰랐을 것이다. 임대료가 비교적 낮은 골목에 가게가 빠르게 들어서고 빠르게 손님을 모으는 사이, 저녁 장사가 더 유리한 업종이 자연스럽게 늘어난 결과에 가깝다.

이 골목과 바로 붙은 다른 거리를 찾는 발걸음들도 있다. 방문자들의 기록을 보면 두 거리의 이름을 나란히 쓰거나, 도보로 몇 분이면 오갈 수 있다고 적은 경우가 적지 않다. 가까운 두 골목 사이에서 경계가 또렷하지 않게 느껴진다는 인상도 여러 기록에서 반복된다. 밤의 거리가 넓어지고 있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빠르게 채워진 골목은 그만큼 빠르게 바뀌기도 한다. 어느 가게가 새로 생기고, 또 어느 가게가 조용히 간판을 내리는지는 이 골목을 자주 찾는 사람만 안다. 2016년의 카페거리가 지금의 술집거리로 읽히듯, 몇 해가 더 지나면 이 골목은 또 다른 단어로 설명될지도 모른다. 이 거리에서 변하지 않는 것은 아마, 계속 변한다는 사실 하나뿐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