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개항로(신포동)) 최승렬 시인의 얼굴이 지키는 신포시장 뒷골목 대폿집
소의 힘줄을 뭉근히 끓여낸 스지탕 한 그릇. 가게 입구에 걸린 청동 얼굴 하나가, 이 자리에 쌓인 시간을 말없이 증언합니다.
- 글
- alleymag.
- 발행
- 2026.10.01
- 골목
- 인천 개항로(신포동)

신포국제시장 골목 안쪽으로 들어서면, 세월에 색이 바랜 간판 하나가 눈에 들어옵니다. '주류일절'이라는 글자 아래 걸린 '다복집' 간판은 알록달록한 요즘 가게들 사이에서 유독 낡아 보입니다. 그런데 문 옆, 벽에 붙은 얼굴 하나가 자꾸 눈길을 붙잡습니다. 청동으로 뜬 한 남자의 얼굴입니다. 처음 보면 이 집을 처음 열었던 주인의 얼굴인가 싶지만, 알고 보면 인천을 대표하던 원로 시인 가운데 한 사람이었던 고 최승렬 시인의 얼굴을 본뜬 작품이라고 합니다.
문인들과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문학과 삶을 이야기하던 인연이 이어지다, 한 사진전에 출품됐던 이 얼굴 조각을 다복집이 기증받아 가게 입구에 자리 잡게 됐다는 사연이 기록에 남아 있습니다. 부두에서 일하던 노동자들과 지역 예술가들이 주머니를 털어 막걸리 한 잔 나누던 대폿집이었다는 이야기도 여러 방문 기록에 공통으로 등장합니다. 정확한 개업 연도를 이 글이 다시 확인해 줄 수는 없지만, 수십 년을 이 골목에서 버텨 온 가게라는 것만은 여러 사람의 기록이 한목소리로 말해 줍니다.


끓일수록 깊어지는 맛
이 집의 대표 메뉴는 스지탕입니다. 스지는 소의 다리나 관절 주변에 붙은 질긴 결합조직을 가리키는데, 살코기처럼 부드러운 부위는 아니지만 오래 삶아내면 특유의 쫀득하고 탱글한 식감으로 바뀐다고 적은 사람이 있습니다. 처음 상에 오를 때는 국물이 맑고 밍밍하게 느껴지지만, 테이블 위 가스레인지에 올려 계속 끓이다 보면 감자가 서서히 풀어지면서 점점 진하고 걸쭉해진다는 감상이 여러 기록에 겹쳐 나옵니다. 수저를 내려놓고 싶어지는 순간을 참고 좀 더 끓여야 진짜 맛을 만날 수 있다는 귀띔도 있습니다.
스지탕과 함께 자주 오르는 메뉴는 모듬전과 함박스텍입니다. 두툼하고 투박한 옛날식 함박스테이크에 케첩을 곁들여 먹는 방식이 오히려 이 집의 오래된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고 적은 사람이 있고, 스지 위에 매콤한 고추장아찌를 얹어 느끼함을 잡아 먹는 조합을 알려 준 기록도 있습니다. 인천 지역 양조장에서 만든 개항로 라거를 곁들이는 사람도 많은데, 다복집의 오래된 테이블과 묘하게 잘 어울리는 맥주라는 감상이 눈에 띕니다.


노포의 시간을 그대로
가게 안으로 들어서면 테이블과 벽, 가스 화구까지 세월이 그대로 묻어 있다고 적은 사람이 많습니다. 그러면서도 위생만큼은 꽤 신경을 쓴 듯 쿰쿰한 냄새 없이 깔끔했다는 기록도 있어서, 겉모습만 보고 망설일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테이블은 열 개 안팎으로 넉넉하지 않은 편이라, 저녁 시간에는 마지막 자리 하나만 겨우 잡았다는 사람도 있고 오후 네 시 오픈 시간에 맞춰 미리 근처 카페에서 기다렸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 작은 가게를 찾아오는 발걸음은 제각각입니다. 인천에 살던 시절부터 생각날 때마다 찾아왔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지인에게 들은 소문 하나만 믿고 천안에서부터 차를 몰아 왔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동인천에 하룻밤 숙소를 잡고 일부러 저녁 시간에 맞춰 걸어왔다는 기록도 있어서, 이 골목 바깥에서도 이 집의 스지탕을 기억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 듯합니다.
다복집
노포 주점(스지탕)신포국제시장 골목 안쪽의 노포 대폿집입니다. 입구에 걸린 얼굴 조각이 이 집이 품어 온 세월을 짐작하게 하고, 테이블 위 가스불에 계속 끓여 먹는 스지탕이 대표 메뉴입니다.
아, 여기는 술이다. 설명이 필요 없음
- 주소
- 인천 제물포구 우현로39번길 8-2
- 영업
- 월~금요일 16:00 - 22:00, 토요일 15:00 - 21:00, 매주 일요일 정기휴무
- 가격
- 스지탕 33,000원, 모듬전 20,000원을 중심으로 족발, 함박스텍, 홍어찜 등을 갖추고 있습니다. 정확한 가격은 방문 시 확인해 주세요.
- 비고
- 전용 주차장 없음, 인근 공영주차장 이용 / 테이블마다 가스 화구 설치 / 좌석 10개 안팎
입구의 얼굴 조각은 오늘도 말없이 가게를 지키고 있습니다. 그 앞을 지나 들어가 앉은 사람들이 또 얼마만큼의 시간을 이 테이블에 보탤지는, 아무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