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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스팟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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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시작2026.09

(강릉 명주동 커피거리) 재생의 다음 세입자는 카페였다

문화재단이 들어오고 갤러리가 늘었다는 말 뒤에는, 이 골목을 찾아온 이들이 남긴 기록 대부분이 결국 카페 후기라는 사실이 있다. 이름은 이미 커피거리 쪽으로 기울었다.

글
alleymag.
발행
2026.01.29
골목
강릉 명주동 커피거리
재생의 다음 세입자는 카페였다
Artwork by alleymag.

명주동을 걷다 보면 낡은 것들이 결국 같은 쪽으로 수렴한다는 인상을 받는다. 방앗간이었던 자리도, 세탁소였던 자리도, 카바레였던 건물도 지금은 커피를 판다. 저마다 다른 오너가 저마다의 감성으로 고쳐 썼다는 이 골목의 재생 이야기에서, 결과물만 놓고 보면 카페라는 하나의 답으로 자꾸 모이는 셈이다. 어느 골목이든 낡은 건물 하나가 카페로 바뀌는 일은 드물지 않지만, 이 골목에서는 그 쏠림이 유독 도드라진다. 갤러리로, 공방으로, 작은 서점으로 갈 수도 있었을 자리들이 결국 커피 한 잔을 파는 쪽으로 수렴한 흔적이 골목 곳곳에 남아 있다.

그런데 이 골목이 처음 살아난 이유를 따라가면 커피가 전부는 아니었다. 명주동의 재생은 낡은 건물들을 개별 오너의 감성에 맞춰 카페와 갤러리로 되살리는 일로 시작됐고, 2016년에는 강릉문화재단이 이 골목에 자리를 잡으면서 골목골목에 문화예술이 스며들기 시작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카페와 갤러리는 원래 나란히 놓인 두 가지 답이었다.

Artwork by alleymag.

이름은 이미 카페거리다

지금 이 골목을 가리키는 이름부터가 카페거리다. 검색해서 찾아오는 이들이 남기는 기록을 보면 거의 전부가 어느 카페에 다녀왔다는 후기이고, 갤러리나 문화재단을 언급하는 글은 그 사이에서 드물게 섞여 있을 뿐이다. 골목 하나를 두고 사람들이 실제로 소비하고 기록하는 것과, 이 골목이 애초에 내세웠던 재생의 취지 사이에 조금씩 틈이 벌어지는 셈이다.

갤러리나 문화공간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다만 걷는 사람의 걸음이 대개 카페 앞에서 멈춘다. 정원이 예쁘다는 한옥카페, 적산가옥을 고쳐 소나무 향이 난다는 카페, 가구 창고였다가 완전히 다른 얼굴이 되었다는 카페처럼,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이름은 대부분 커피를 파는 쪽이다. 옆 건물의 갤러리는 같은 골목에 있어도 같은 몫의 관심을 받지 못한다. 골목을 걷는 사람 대부분은 카페 이름을 미리 정해 놓고 온다. 그 이름을 따라가다 보면 정작 갤러리 문 앞은 무심코 지나치기 쉽다. 문패를 읽을 새도 없이 다음 카페로 발걸음이 옮겨 가기 때문이다.

Artwork by alleymag.

바다가 없는 커피거리

강릉에는 이미 바다를 낀 유명한 커피거리가 따로 있다. 안목해변과 강문해변 쪽이다. 그쪽은 해변 관광과 함께 자라난 커피거리이고, 명주동은 시청이 떠난 구도심을 낡은 건물째 고쳐 쓰며 자라난 쪽이다. 같은 도시 안에 커피거리라는 이름을 단 자리가 둘인 셈인데, 시작한 경로는 서로 완전히 다르다. 안목과 강문 쪽은 애초에 관광의 언어로 이야기된다. 오션뷰, 데이트 코스, 포토존 같은 말이 그 골목을 설명한다. 명주동은 원래 재생, 문화재단, 개별 오너 같은 다른 언어로 이야기되던 자리였다.

문제는 두 골목이 출발점은 달랐어도 지금 사람들 눈에 비치는 결과는 점점 비슷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바다 없는 골목이라는 것을 빼면, 카페 순례를 하러 오는 걸음과 카페 이름을 검색해서 찾아오는 방식 자체는 두 거리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명주동이 애써 지켜온 재생의 서사, 그러니까 문화재단과 갤러리와 개별 오너들의 손길이라는 이야기는 커피거리라는 간판 뒤에서 점점 작은 글씨가 되어 가는 것처럼 보인다.

Artwork by alleymag.

물론 이름이 카페거리로 굳어진다고 해서 이 골목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사람을 불러 모으는 힘이 있어야 낡은 건물도 계속 고쳐 쓸 여력이 생긴다. 갤러리 하나를 유지하는 것보다 카페 하나를 유지하는 편이 당장의 셈으로는 더 쉬울 것이다. 다만 이 골목이 스스로를 설명할 때 쓰던 말들, 그러니까 문화재단이나 구도심 재생 같은 표현은 이제 안내판에나 남아 있고, 정작 걸음을 이끄는 것은 카페 이름이라는 점은 남는다.

이런 쏠림이 명주동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낡은 동네를 되살리는 이야기는 어디서나 비슷한 방식으로 소비된다. 처음에는 여러 갈래의 재생 이야기로 시작해도, 사람을 가장 빨리 불러 모으는 한 가지 업종으로 결국 정리되는 흐름이다. 다만 그 흐름이 유독 또렷하게 보이는 골목이 있고, 명주동은 그중 하나다.

다만 궁금해지는 것은 이 골목을 처음 살려낸 갤러리와 문화재단이, 이름이 완전히 커피거리로 굳어진 뒤에도 여전히 이 골목의 일부로 기억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아니면 카페 뒤편 작은 문 너머, 다녀간 사람이 드물게만 남기는 몇 줄의 기록 속에서만 조용히 남게 될까.

FIELD PHOTOS : 현장에서 모은 사진
레코드판과 라디오, 골동품 가구로 채운 카페 내부. 이름은 카페지만 벽면은 전시에 가깝게 꾸며 놓았다. 카페와 갤러리 사이 어딘가에 있는 이 골목 재생의 원래 얼굴이다.레코드판과 라디오, 골동품 가구로 채운 카페 내부. 이름은 카페지만 벽면은 전시에 가깝게 꾸며 놓았다. 카페와 갤러리 사이 어딘가에 있는 이 골목 재생의 원래 얼굴이다.
▲ 강원 강릉시 명주동 · 2026.04 / 사진 round_k_ · https://blog.naver.com/round_k_/224241615035 레코드판과 라디오, 골동품 가구로 채운 카페 내부. 이름은 카페지만 벽면은 전시에 가깝게 꾸며 놓았다. 카페와 갤러리 사이 어딘가에 있는 이 골목 재생의 원래 얼굴이다.
카페 벽에 액자 그림을 걸어 갤러리처럼 꾸민 내부. 사람들은 이 공간에서도 결국 커피를 마시러 왔다는 사실만 후기에 남긴다. 갤러리로서의 얼굴은 사진 속에만 조용히 남아 있다.카페 벽에 액자 그림을 걸어 갤러리처럼 꾸민 내부. 사람들은 이 공간에서도 결국 커피를 마시러 왔다는 사실만 후기에 남긴다. 갤러리로서의 얼굴은 사진 속에만 조용히 남아 있다.
▲ 강원 강릉시 명주동 · 2026.09 / 사진 hgj1094 · https://blog.naver.com/hgj1094/224413697323 카페 벽에 액자 그림을 걸어 갤러리처럼 꾸민 내부. 사람들은 이 공간에서도 결국 커피를 마시러 왔다는 사실만 후기에 남긴다. 갤러리로서의 얼굴은 사진 속에만 조용히 남아 있다.
2층 카페 창밖으로 내다보이는 것은 바다가 아니라 낮은 지붕과 흰 울타리가 늘어선 골목이다. 안목이나 강문과 달리, 이 골목의 풍경은 오션뷰 대신 오래된 동네의 지붕선을 보여준다.2층 카페 창밖으로 내다보이는 것은 바다가 아니라 낮은 지붕과 흰 울타리가 늘어선 골목이다. 안목이나 강문과 달리, 이 골목의 풍경은 오션뷰 대신 오래된 동네의 지붕선을 보여준다.
▲ 강원 강릉시 명주동 · 2026.08 / 사진 b5566 · https://blog.naver.com/b5566/224382694400 2층 카페 창밖으로 내다보이는 것은 바다가 아니라 낮은 지붕과 흰 울타리가 늘어선 골목이다. 안목이나 강문과 달리, 이 골목의 풍경은 오션뷰 대신 오래된 동네의 지붕선을 보여준다.
명주동의 재생 과정과 강릉문화재단 이전 시기, 개별 건물의 재생 방식에 관한 서술은 지역 백과사전과 언론 보도를 종합해 확인했다. 이 골목을 다녀간 이들의 방문 기록에서 카페 관련 글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서술은 2026년 9월에 확인한 인상이며, 새로 문을 여는 갤러리나 문화공간이 있으면 내용을 갱신한다. 발행 이후 새로 확인되는 방문 기록이 있으면 사진과 내용을 갱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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