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묵호 논골담길) 계단을 오르는 사람들, 계단 위에 사는 사람들
2025년 묵호역 이용객이 11만 명 넘게 늘었다. 그 늘어난 걸음 전부가 이 비탈 꼭대기의 좁은 집들 옆을 지나간다.
- 글
- alleymag.
- 발행
- 2026.10.13
- 골목
- 동해 묵호 논골담길

주말 오전의 논골담길 블로그 후기에는 이상한 공통점이 있다. 거의 전부가 글의 앞머리에 '주차 정보'라는 소제목을 따로 박아 둔다. 묵호등대 공영주차장, 수변공원 공영주차장, 발한동 행정복지센터 주차장. 어디에 차를 세워야 하는지부터 알려주지 않으면 이 골목 이야기를 시작할 수 없다는 뜻이다.
차를 세운 뒤에도 문제는 끝나지 않는다. 논골담길은 처음부터 자동차를 염두에 두고 난 길이 아니다. 산비탈에 들어선 집들을 잇기 위해 계단이 놓였을 뿐이다. 경사가 심하고 계단이 많아 유모차나 휠체어로는 다니기 어렵다는 안내가 방문기마다 반복된다. 그래서 적잖은 사람들이 걸어 오르는 대신 도째비골 스카이밸리의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까지 오른 뒤, 거꾸로 골목을 걸어 내려오는 길을 택한다.

그 꼭대기 근처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멈춰 서는 곳은 소품샵 두 곳이다. 무코야 선물가게와 등대그집. 방문객들의 후기에는 하나같이 바다 전망이 좋다는 감탄과 함께, 매장이 생각보다 아담하고 협소하다는 말이 따라붙는다. 좁은 가게에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몰리는 풍경은, 이 골목이 원래 몇 가구가 오가던 주택가 골목이었다는 사실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같은 골목 안에서도 가게들의 나이는 다르다. 등대쉼터는 1층에서 부추전과 김치전, 잔막걸리를 팔고 2층에서는 민박을 함께 운영해 온, 투박한 노포의 얼굴을 한 곳이다. 그 바로 옆 바람의 언덕 꼭대기에는 타파스와 와인을 파는 동해타파스가 자리를 잡았고, 몇 걸음 아래로는 핑크와 민트 컬러로 꾸민 말똥도나스와 파란 기와지붕의 파라디소가 들어서 있다. 같은 바다를 내려다보면서도 가게들의 세대는 저마다 다르다.

해가 지면 이 골목은 완전히 다른 얼굴을 낸다. 낮 동안 사진을 찍으러 오르내리던 걸음이 잦아들고, 대신 바다가 보이는 테라스마다 불빛이 켜진다. 바람의 언덕 꼭대기에서 동해타파스의 와인잔이 부딪히고, 산비탈 집들의 창문마다 하나둘 불이 들어온다. 외항선이 묵호항에 들어오던 밤이면 산비탈 판잣집들의 불빛이 고층 빌딩처럼 보였다던 시절의 풍경이, 이제는 카페와 바의 조명으로 되풀이되는 셈이다.
이 골목이 지역 행사로 공식 초대된 지도 여러 해다. 2026년에는 10월 9일부터 11일까지 사흘간 묵호항 수변공원 일원에서 제8회 묵호 등대 논골담길 축제가 열렸다. 음악과 공연이 함께하는 가을 축제라는 이름 아래, 이제는 동해시가 나서서 이 골목의 인기를 끌어안고 있다.

그래도 여전히 이곳은 관광지이기 전에 누군가의 집이다. 산비탈을 따라 올라붙은 지붕 아래에는 오늘도 빨래가 널리고, 좁은 골목 한편에는 자전거가 세워져 있다. 사진을 찍으러 온 사람들의 눈에는 배경이 될 뿐인 창문 너머로, 누군가는 여전히 저녁밥을 짓는다. 늘어난 걸음 전부가 그 창문 옆을 지나간다는 사실을, 이 골목을 스쳐 가는 사람 중 몇이나 알고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