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원도심 성안길) 청주의 명동이라 불리던 자리
한때 연매출 1조 2천억 원을 올리던 성안길은 신도시에 손님을 내주며 가라앉았다. 그 자리에서 다시 일어서 보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보인다.
- 글
- alleymag.
- 발행
- 2026.02.01
- 골목
- 청주 원도심 성안길

성안길은 한때 청주의 명동이라 불렸다. 백화점과 영화관, 은행 지점이 한 길에 모여 있었고, 주말이면 인파에 떠밀려 걷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전성기 매출은 연 1조 2천억 원대에 이르렀다고 전해진다.
그 시절은 지나갔다. 외곽에 새 아파트 단지와 상업시설이 들어서면서 사람들의 발걸음이 그쪽으로 옮겨갔고, 원도심은 서서히 비어갔다. 성안길도 예외가 아니었다. 한때 발 디딜 틈 없던 거리에 오후에도 한산한 구간이 눈에 띈다. 상업지구와 주거지가 함께 바깥으로 빠져나가는 흐름을 이 거리 혼자 막아내지는 못했다.
그 빈자리를 가장 먼저 보여주는 것은 가게 유리창에 붙은 안내문이다. 서문동의 한 자리는 요리주점 겸 이자카야로 쓰이던 공간이 통째로 양도양수 매물로 나와 있다. 자리를 옮기는 것이 아니라 업을 접는 쪽에 가까운 표현이다.

거리에 붙은 축제 안내 지도를 보면 이 거리의 밀도가 그대로 드러난다. 로데오거리라는 이름의 구간이 따로 있고, 그 옆으로 의류 프랜차이즈와 액세서리 매장, 영화관 자리가 한 블록 안에 뒤섞여 있다. 지도 한쪽에는 옛 롯데시네마라는 표기가 눈에 띈다. 영화관은 CGV와 메가박스로 남았고, 롯데시네마라는 이름은 이제 옛이라는 수식어를 달고서야 지도에 등장한다. 국민연금공단과 청주시청 임시청사, 갤러리원 같은 자리들도 같은 지도 안에서 서로 가깝게 붙어 있다.
성안길 지하에는 오래전부터 지하상가가 있었다. 지상의 빈 점포보다 먼저 활기를 잃은 곳이 이 지하 공간이었다. 오가는 사람은 줄었고, 셔터를 내린 점포가 늘어갔다.

그 지하상가가 얼마 전 청년창업지원센터로 옷을 갈아입었다. 계단을 내려가면 미로처럼 이어지던 예전 점포 대신, 사진을 걸어둔 전시 공간과 상담 부스가 이어진다. 지나가기만 하던 지하도가 머무는 자리로 바뀐 셈이다.
청주시도 이 거리에 다시 힘을 쏟고 있다. 육거리종합시장과 성안길, 소나무길 상권을 하나의 벨트로 묶는 사업에 국비 등 168억 원이 투입되는데, 그중 40억 원이 성안길상점가 몫이다. 원도심활성화를 전담할 특별보좌관 자리까지 새로 만들었다.

다시 채워지는 속도
속도는 아직 더디다. 지하상가가 청년창업지원센터로 바뀌었다고 해서 지상의 빈 점포까지 한꺼번에 채워지는 것은 아니다. 임대 안내문은 여전히 붙어 있고, 새로 들어온 가게 옆으로 문 닫은 간판도 나란히 서 있다. 같은 거리 안에서 활기와 공백이 동시에 눈에 들어오는 셈인데, 이런 뒤섞임이야말로 지금 성안길의 가장 정확한 얼굴일 것이다.
성안길이라는 이름은 성벽이 사라진 뒤에도 백 년 넘게 이 거리를 지켰다. 명동이라는 별명은 상권이 가장 뜨거웠던 시절에나 붙었던 말이다. 지금 이 거리를 오가는 발걸음이 그 별명을 다시 불러올 수 있을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알 일이다. 지하상가가 청년창업지원센터로 바뀌는 데 걸린 시간을 생각하면, 지상의 빈 점포들이 다시 채워지기까지도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할지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