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보수동 책방골목) 77개의 계단을 오르면 나오는 노란 대문
표지판 하나만 보고 무작정 계단을 올랐다는 손님이 있습니다. 숨이 찰 즈음 노란 대문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 글
- alleymag.
- 발행
- 2026.03.26
- 골목
- 부산 보수동 책방골목

아무 정보 없이 책방골목을 돌아다니다 표지판 하나를 발견하고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는 손님이 있었습니다. 꽤 힘들었던 기억이 나서 나중에 찾아보니 일흔일곱 개나 되는 계단이었다고 합니다. 숨이 찰 즈음, 높은 곳에 올라 저 멀리까지 내려다보이는 풍경과 함께 반가운 노란 대문이 나타났다는 이야기입니다.
책방골목 안쪽에서 이런 계단을 만나는 일은 드물지 않습니다. 좁은 골목 사이사이로 오래된 돌계단이 몇 갈래씩 나 있고, 그 계단들은 대개 헌책방이 채우지 못한 골목 위쪽 자리로 이어집니다. 이 카페로 오르는 계단도 그중 하나입니다. 다만 다른 계단들과 달리, 끝까지 오른 사람에게는 노란 대문이라는 뚜렷한 보상이 기다리고 있다는 점이 다릅니다.
대문을 지나면 감성적인 입구와 작은 마당이 이어집니다. 우드 인테리어가 딱 취향이었다는 감상을 남긴 손님이 있었는데, 마당을 지나 안으로 들어서면 그 나무 느낌이 실내까지 이어집니다. 카페라떼 아이스를 주문하고 2층으로 올라가 보는 동선이 자연스럽습니다. 메뉴판을 살피며 무엇을 마실지 고민하는 그 짧은 시간에도, 방금 오른 계단의 숨찬 기억이 조금씩 가라앉습니다.

좁은 계단 위, 더 아늑한 2층
1층에서 2층으로 오르는 계단이 좁아서 조심조심 걸음을 옮겨야 합니다. 그런데 그 수고를 지나 올라간 2층이 1층보다 오히려 더 아늑하다는 감상이 남아 있습니다. 작은 테라스도 마련되어 있어서, 계단을 오른 보람을 그 자리에서 확인하게 됩니다. 골목 아래에서는 보이지 않던 풍경이 이 테라스에서는 눈에 들어온다는 점도 이 카페를 특별하게 만드는 부분입니다.
저녁 시간에 찾았을 때 분위기가 유독 좋았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낮 동안 헌책방을 돌아다니며 부산스러웠던 걸음이, 해 질 무렵 이 계단을 오르고 나면 한결 느려집니다. 책방골목이 낮의 얼굴과 저녁의 얼굴을 모두 가지고 있다면, 이 카페는 그 저녁 쪽 얼굴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자리 중 하나입니다.
책을 사고파는 낮의 골목과, 커피 한잔에 노을을 곁들이는 저녁의 골목은 같은 자리이면서도 전혀 다른 표정을 짓습니다. 문을 닫은 헌책방 자리에 하나둘 카페가 들어서는 흐름이 이 골목 전체에서 이어지고 있는데, 계단 꼭대기의 이 카페는 그 흐름이 닿은 가장 높은 자리 중 하나인 셈입니다. 책 한 권을 사 들고 내려가는 걸음과, 노을을 보러 올라가는 걸음이 같은 계단에서 스치는 풍경도 이 골목다운 장면입니다.

이 카페까지 오르는 일흔일곱 개의 계단은 결코 짧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아무 정보 없이 표지판만 보고 오른 손님이 다녀간 뒤 남긴 후기에는 아쉬움보다 만족이 더 크게 담겨 있었습니다. 책방골목을 걷다가 우연히 계단 하나를 발견한다면, 힘들더라도 끝까지 올라볼 만한 이유가 여기 있는 셈입니다.
아직 이 카페를 다녀간 기록을 남긴 손님이 많지 않습니다. 책방골목의 유명한 헌책방들에 비하면 조용히 알려진 자리인 셈인데, 그래서인지 다녀온 손님의 후기에는 '아무 정보 없이 발견했다'는 문장이 유독 자주 등장합니다. 계단을 오르는 수고를 감수할 사람에게만 조용히 문을 열어주는 자리처럼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보수동가
카페책방골목 안쪽 계단을 한참 올라야 나오는 카페입니다. 노란 대문과 작은 마당을 지나면 우드 인테리어의 1층, 그리고 더 아늑한 2층과 테라스가 이어집니다.
아무 정보없이 돌아다니다 표지판이 보여서 계단으로 올라갔어요.
- 주소
- 부산 중구 보수동 책방골목 안쪽(계단 위)
- 영업
- 매장 안내 참고
- 가격
- 카페라떼 등 음료류
- 비고
- 1층 마당 + 2층 테라스 · 계단 다수(약 77개)로 접근 · 저녁 분위기로 알려짐